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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밖 백선생 May 03. 2023

사랑의 먹튀

다시 태어난다면(김태원 곡/강은경 시/도원경)

[다시 사랑한다면]

90년대 보기 드문 여성로커였던 도원경. 이 곡은 발라드를 베이스로 한 부드러운 반주와 감미로운 목소리가 전반에 흐르고 있어, 이 곡을 도원경이 불렀다면 믿기지 않을, 도원경답지 않은 곡이기도 했다.

  곡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너무 애절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그만큼 상처가 컸다는 거다. 그래서 다시 태어난다면 조금씩만 덜 사랑하자는.

  마치 입에 척척 붙는 비싼 고급 음식을 다 먹어 놓고, 너무 맛있어서 돈을 내려고 보니 너무 비싸서 힘들었다. 다음부터는 이런데 와서 이런 거 먹지 말자.

  거기 가서 그거 먹었다는 건 어쨌든 한 번 정도는 탈탈 털어서 좋은 거 먹은 수 있는 형편은 된다는 뜻일 거다. 아무리 털어도 그런 음식점은 고사하고 밖에서 만 원짜리 국밥도 못 사 먹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있는 유세 저리하나" 싶을 터.

  맞다.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내 사랑 못 만나서 쓸쓸히 늙다 죽는 사람들도 많은 요즘. 너무 사랑해서 서로에게 욕심부리다 할퀴는 거 진절머리 난다는 이런 류의 하소연은 욕심과 무책임 덩어리인 인간의 간사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랑해서 꽁냥 거릴 때 좋았던 거에 대한 값을 전혀 치르고 싶지 않은 거다. 싸우다가 지친 상처가 그  좋은 맘을 추월해 버렸으니, 내 좋았던 것에 대한 값은 그냥 이걸로 또이또이하자는 먹튀근성인 것이다. 대가를 치르는 건 치르는 대로, 아픈 상처는 상처대로 해결해야 사랑으로 성숙하고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건 아닐까?

  요즘 사람들은 사랑을 빌미로 자꾸 먹튀를 하려고 한다. 흔히 "눈이 높다"며 스스로를 과대포장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눈이 높다는 건 자신에게 맞는 사람보다 몇 개 더 가진 사람이 아니면 이 거래 안 한다는, 사랑을 거래로 보는 심보이다. 따라서 내가 줄 것보다 받을 게 더 많아 몇 개라도 더 빼앗아 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걸 무슨 자랑이라고 떠벌리는 사람들을 보면 참 어리고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것을 가지려면 걸맞은 대가를 치르고, 내게 찾아오는 고통은 현명하게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내가 상대에게 사랑이라는 대단한 것을 주니 당연히 상대가 이 정도는 해줘야 하고, 이런저런 고통은 내가 받으면 안 된다는 어리석음. 석가모니는 그런 걸 착각이라 했고,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다.

  어찌 보면, 인간이란 게 늘 자신을 모르고, 늘 착각하며 살 수밖에 없는 어리석은 존재이니 세상이 시끌벅적 심심치 않은 것일 수도.



[다시 태어난다면(김태원 곡/강은경 시/도원경)]


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

조금 덜 만나고 조금 덜 기대하며

많은 약속 않기로 해요

다시 이별이 와도 서로 큰 아픔 없이

돌아설 수 있을 만큼

버려도 되는 가벼운 추억만

서로의 가슴에 만들기로 해요

이젠 알아요 너무 깊은 사랑은

외려 슬픈 마지막을 가져온다는 걸

그대여 빌게요 다음번의 사랑은

우리 같지 않길 부디 아픔이 없이

꼭 나보다 더 행복해져야만 해

많은 시간이 흘러 서로 잊고 지내도

지난날을 회상하며

그때도 이건 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죠

이젠 알아요 너무 깊은 사랑은

외려 슬픈 마지막을 가져온다는 걸

그대여 빌게요 다음번의 사랑은

우리 같지 않길 부디 아픔이 없이

이젠 알아요 영원할 줄 알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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