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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밖 백선생 Jul 12. 2023

그녀와의 저녁식사

지은이는 최신형 카메라

-유튜브 영상 "울 엄마(https://youtu.be/XUF0F8Tr-AE)"를 변주하며-


그렇게 말 안 듣는다던 복실이도

그녀의 앉으라는 말 한마디에 바로 앉아드립니다.


저녁 먹으러 가자는 그의 말

처음에는 안 들려서 반응 못하고

하던 풀만 뽑습니다.

그는 잠시 기다립니다.

그녀의 일이 조금 있으면 갈무리될 거라 믿은 탓이죠.


아무래도 그녀의 일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다시 그는 저녁 먹으러 가자 말합니다.

이번엔 목소리를 조금 크게.

그제야 그의 기척을 느낀 그녀.

아무래도 손에 잡고 있던 일까지는 마무리가 돼야

시원한 맘으로 일어날 수 있으려나 봅니다.

그 맘을 알겠는 듯.

그는 또 한참을 기다립니다.


해는 자꾸 하품을 하며 제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 함에

눈치가 보인 그는,

이번엔 그도 함께 텃밭을 돌아보며

그녀의 일을 거들까 합니다.


이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잡초를 뽑아내는 노련한 손끝은

아직까지도 한창 그 집 마당 군데군데 서린 붉은 장미.

그녀처럼 구십 년을 살았던가요.

그처럼 오십 년을 살았던가요.

그녀의 아름다움은 한 철 아닌 제 철임을.

멈춰진 흑백사진 아닌

아직까지 역동적인 동영상임을.

이 뜨거운 아래서 그들과 함께 피어있습니다.


그녀와 늘 함께 했던 저녁 식사

특별할 것 없는 소박한 밥상에

아쉬운 것 딱 하나.

익숙한 적막이지만

식사 때만큼은 누가 곁에서 말해줬으면 해,

그녀와의 식사를 위해 새롭게 마련된 고풍스러운 2인 식탁 세트가

여적지 평생 둘과 함께 했던 낡은 상에 밀린 건

아무래도 TV의 수다 때문인 듯합니다.


평생 누구에게 소리 질러 본 적 없을 듯한 그녀 닮아

평생 누구에게 싫은 소리 한 적 없을 듯한 그녀 닮아

그녀가 남자였다면 그의 모습이겠고

그가 여자였다면 그녀의 모습이겠거니.


거실 뷰가 끝판왕인 새 집의 창너머로 우뚝이 솟은 산처럼

어느 시간 대로 멈춰져 있는 듯한 그들의 일상은

매일 솟아오르고 뽑아내는 풀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품은 산처럼

켜켜한 시간들이 하나같이 보석인지라.


나 최신형 카메라가

곁에서 지켜보던 1시간이

1초도 지루하지 않았던 건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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