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풀 뽑는 구십 할머니 이것저것 많이도 심으셨네.
마당에 빙 둘린 붉은 장미들 풀 뽑는 할머니 응원하네.
지팡이랑 세 다리로 걷게 된 지 오랜 할머니 다리
풀 뽑으려 쪼그릴 땐 지팡이 필요없네
저녁 끼니 챙겨드리려 밭에서 일하다온 오십 아들
밥 먹자 "밥, 밥!" 불러도 할머니 귀 음소거이네.
귀가 연로함이 반이고 풀뽑기 열중이 반인 음소거는
아들의 "엄마, 밥!" 소리 "해 놓은 밥 있다"네.
늙은 엄마 밥 챙겨드리러 왔지 밥 얻어 먹으러 왔나
오십 아들 누명새는 아들 입막음을 위한 할머니 한 수라네.
엄마도 아들도 그 집 울타리 둘러싼 붉은 장미로다.
오십 아들과 구십 엄마 닮은 장미로다.
풀뽑으며 전진, 전진할 때마다 할머니 무릎팍에 축 늘어진
가슴팍은 오십 년 전 이 아들 밥통이네.
아들 젖 멕여 키우느라 늘어진 할머니 가슴팍마냥,
밥 멕여 키우고 보니 얼굴, 몸통 다 늘어져버렸네.
비록 다 늘어지고 늙어졌지만, 앉은 폼은 반듯, 말은 반짝
세상 급할 것 없는 이 할머니 여유롭다네.
할머니 똑 닮은 오십 아들도 세상에 급할 것 하나 없어
오십이 다 넘도록 장가를 못 갔는가, 안 갔는가.
장가 못 갔다고 그렇게 놀려대도 꿈쩍 않는 아들 고집은
아무리 밥 먹자 불러도 안 듣는 엄마고집 닮았구나
엄마도 아들도 그 집 울타리 둘러싼 붉은 장미로다.
오십 아들과 구십 엄마 닮은 장미로다.
묵묵하여 심심하나, 서로를 돌보는 열정은 재미인 바,
모자는 심심한데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