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과 관심은 모두 사랑을 말하는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되는 단어들이다. 보통 이 둘은 사랑의 양 극단에서, 의심은 사랑을 소멸시키고 관심은 사랑을 출발시킨다.
누군가에게서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받는 이 여자. 남자는 그녀에게 가해진 합리적인 의심의 열차를 억지스럽게 외면하고, 요동치는 심장이 데리고 간 관심의 열차를 타버린다. 경찰로서의 정체성도, 유부남으로서의 도덕성도, 남자 심장의 주인 앞에서는 허울인 것이다.
의심이 사실임을 알아버린 남자는 붕괴된다. 정체성이 무너지고 사랑이 깨어지며 다시 기점으로 돌아간 그 남자. 원점을 회복하는 남자는 불면증과 가정 안에서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 던져진다. 안개 자욱한 이포에서 다시 만난 그들. 다시 또 의심스러운 정황을 마주한 두 사람.
절대로 붕괴되지 않으리라는 남자. 이미 붕괴된 여자.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 사랑이 끝났고
당신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의심의 줄을 당겨 철저히 관심을 견제하는 남자. 다시는 사랑의 열차를 타지 않으리라 기를 쓰고 버티는 남자를 바라보며, 여자는 이미 출발한 지 한참이나 된 사랑의 열차 어딘가에 결심의 줄을 매달아 버린다.
사랑에 있어서 결심만큼 무력한 마음이 있던가? "헤어질 결심"이란헤어 나오지 못하는 무기력한 마음에서 허우적대는 한 여자마음의 역설이다. 그녀는 스스로 헤어 나올 수 없는 자신의 맘을 바닷가 백사장에 묻고, 모래성처럼 붕괴된다. 남자의 영원한 미제 사건이 되고픈 소망을 품으며.
바닷가에 차오르는 만조의 바닷물처럼 뒤늦게 차오르는 남자의 마음. 다시 격렬하게 파도치는 남자의 마음. 애타게 불러보는 그녀의 이름. 파도소리처럼 격한 그의 아우성. 그녀는 그렇게 그의 미제사건으로 안개가 된다.
*앞으로는 영화의 ost <안개>만 들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아니, 안개만 봐도 울 것 같은 감동을 선물한 영화, <헤어질 결심>. 나도 헤어 나올 결심을 해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