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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밖 백선생 Dec 19. 2021

청춘이 공유되다

커피프린스 1호점(mbc,2007): 본인 인스타 2021.3.23일게시

연출: 이윤정

극본: 이선미, 장현주

출연: 공유, 윤은혜, 이선균, 채정안


  이건 정말 뭐지? 공유에 미쳐서 이제야 이 작품에 닿다니! 14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 와서. 이제야 이런 명작을 만나다니! 왜 진작 이 작품을 못 봤던 거였을까? 한참 남편과 연애할 때였고, 하나님을 다시 만난 그 기쁨에 벅찼던 2007년 여름의 한편엔 또 이런 명작이 사람들을 설레게 만들었구나.

  내 진정한 사랑을 찾기 전 연습 같았던 실수투성이의 사랑들,  생각조차 하기 싫은 오명 같은 흑역사, 창피해서 두 번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았던 사랑들이 해석이 되었다. 난 늘, 남녀 간의 사랑이라 하면 늘 한쪽이 서늘했다. 정리해서 잘 태워 보낸 게 아니라, 어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마구잡이식으로 묻어버리거나 묻히거나 했던 터라 늘 지우고 싶고 오점 같았다. 연애가 사람을 성숙시킨다느니 하는 말 따윈 다 개소리였다. 내겐 지금의 남편을 만나 사랑하기까지 정말 연애처럼 답 안 나오고 나를 괴롭혔던 것은 없었기에 성숙은커녕 멀쩡한 사람 하나 피폐하게 버려놓기 충분했던 게 연애였던 터라, 결혼해서 가장 좋았던 것 중의 하나가 이젠 다시 연애로 속 썩을 일 없구나였고, 그런 안정감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어린 시절 철 모르고 엮였던 사랑들도 나름 진정성은 있었겠구나 싶었다. 그 누구에게도 진심을 다하지 못했던 젊은 시절의 누군가가 보였고, 진심으로 사랑을 했던 누군가의 슬픈 얼굴도 보였다. 서로에게 바랬던 모습이 저런 모습이었겠구나 싶은 모습도 드라마 주인공들에게서 보였고, 아무리 좋아도 저 정도 좋지는 않았기에 감당도 못 하는 이별을 섣불리 하고 점점 사랑의 소심쟁이로 변해갔던 누군가의 멍든 얼굴도 보였다.


  아무리 상처 받을 줄 알아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에너지에서 사랑의 진정성을 찾을 수 있었고.

그래서 난 '갈 데까지 가보'고픈 사랑을 만나서 잘 가고 있는 것도 사랑이라는 확신이 드는 그 변별력을 갖춰 줄 수 있었던 비교 대상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싶어, 처음으로 고맙기까지 한 되도 않는 마음이 순간이나마 스치게 했던 드라마.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젊음은 참 솔직하고 진실해서 멋졌다. 재벌 인물 설정은 정말 싫은데, 그런 싫은 설정이 주는 울렁증까지 다 날려버릴 정도로 캐릭터들이 죄다 멋졌다. 다시 저 나이로 돌아가면 반드시 저런 내면으로 살아보고 싶을 정도로.


  또한 나도. 나 스스로도 솔직해서 멋졌다. 대체로 이게 안 받아들여져서 나는 늘 오점 취급당했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 누군가의 진솔을 악용하는 나쁜 인성들과 소통이 안 된 것뿐이라는 답을 준 드라마. 이제야 난 미결 사건을 해결하고 봉인하여 태워 보낼 수 있었다, 14년 전에 봤더라면 더 빨리 철들었을 텐데. 너무 늦게 봤다.


  내 인생에 청춘을 대신하는 드라마로 고이 간직하고프다.

진심으로 공유에게 많이 설렜고, 처음으로 성인 남자를 보며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가 흘린 눈물에 완벽하게 공감이 되었다. 난 남자의 사랑을 믿지는 않지만 한결의 사랑만은 믿는다. 그 정도로 완벽히 나에게 남성의 있도 않는 사랑을 설득해줬다.


  공유, 진짜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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