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yager
살다 보니 미디어나 책을 통해서만 만나 볼 수 있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존재하는 전설 속 존재들 중 한번쯤 만나보고 싶었던 존재. 히피.
난 히피들의 도시에 도착한 첫날. 운명처럼 히피를 부모를 둔 진짜 히피를 마주했다.
숙소에 짐을 놔두고 잠깐 근처 동네를 산책하던 길이었다. 난 이제 막 인생의 두 번째 챕터를 시작한 상황이었고,
내가 계획한 모든 일이 느리지만 잘 풀려나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천천히 나의 걸음걸이를 느끼며,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잠깐동안 생각하던 참이었다.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치앙마이의 가호아래 향을 피우고, 맥주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러다 어떤 가게 앞에서 그녀를 마주쳤다. 그녀는 온몸에 타투를 하고 있었으며, 샤먼처럼 은장신구들을 온몸에 두르고 있었다. 고개를 잠깐 돌려 말을 걸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Do you live here?
되돌아온 대답은
No. Im not live here
I arrived this night
그래서 난 나도 오늘 처음 여기 도착했다고 말했고, 방콕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했고, 그녀도 방콕에서 왔다고 했다. 휴가중에 들린 치앙마이 첫날에 우린 운명처럼 마주했다.
나는 빠르게 sns계정을 물어보고, 연락하겠다고 하고 다시 숙소로 들어왔다. 신기한 일이었다.
인생의 2막
한국 남자, 나이는 38세 한국나이로는 불혹
미혼에 예술가 지망생.
지방대 미술학 석사.
생계는 타투 및 예술작업.
꿈은 몇몇 도시에 명상센터 운영하기(현재)
나도 누군가의 눈엔 히피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현재를 쭉 나열해놓으니, 난 나를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어보고 싶어졌다.
한국 사람으로서 나를 평가하자면.
한국남자 : 현재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음
한국여성에게는 인기가 없음
나이 38세 : 집과 가정을 이루고 인간 최대 숙명인 나의 2세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어야 하는 나이지만, 난 가정도 없고, 자식도 없다. 난 예술가를 꿈꿨기 때문에 자식 같은 작품들이 있다. 그 작품들은 현재 어떤 형식과 메세지, 의도는 담고 있지만, 아직 적당한 타이밍, 환경 등을 만나지 못한채로 내 안에만 존재하는 상황
미혼 : 한국에서는 가정을 이루는 도리를 다하지 못한 불효자식. 그러나 실제 가정에서는 나의 사회적 위치나 꿈, 돈 이런 것보다는 나의 건강이 최우선이길 바라는 부모를 가진 장남.
예술가 지망생 : 난 어쩌다 보니 예술가를 꿈꾸게 되었다. 이렇게 내가 스스로 나를 예술가로서 남들에게 나를 소개할 수 있게 된 것은 불혹에 가까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예술가는 한국에서는 능력(돈) 없는 시민. 잉여인간들, 소수의 예술가들만이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다수는 자신의 시간이 오길 기다리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존재들.
여기서 하나 아이러니한 소식을 전하자면, 한국에는 예술에 대한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예술이란 개념은 철저히 서양적 사고. 한국에는 예술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샤먼이 지배하던 땅에서 식민지, 동족상잔을 거치며, 급격하게 서구화된 한국은 백남준, 이 불, 서도호를 거쳐 BTS, BLACK PINK를 배출하고, 음식, 음악, 문화 등을 세계적으로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 드디어 한국에도 최초의 세계적인 예술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 분명했다. 이미 예술사에 이름을 남긴 작가들은 몇몇 있지만, 내가 말하는 누군가는 백남준급의 파급력을 가진 예술가이고, 곧 그들의 모습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난 그 후보생 중 한 명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예술작업을 이어나가는 예술가 지망생 중 한 명이며, 현재 히피들의 도시에서 명상센터 운영이라는 꿈을 구체화하는 중이다.
지방대 미술석사 : 지방대에서 증명하는 미술학 마스터자격증이 어떤 용도에 쓰일 수 있을까? 대학 강의, 센터강사, 지역예술프로그램 참가, 국내 및 해외 레지던시, 자기소개서 뭐 서류적으로 약간의 도움이 되는 것 말고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종이쪼가리. 지방대 석사. 누군가에게는 취업이나 고급아르바이트에 쓸수 있는거나, 약간의 돈만 있으면, 누구나 취득가능한 저 레벨의 자격증. 한국의 대학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학의 개념과는 많이 다르다. 대학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사실 한국이 유지되는 사실이 기적처럼 보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한국에는 교육뿐만 아니라 많은 고질적인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있다.
지역주의, 관료주의, 유교주의 서열주의 등의 고질병 그러나 혼란스러운 나라를 위해 모두 필요했던 것들, 그러나 지금은 사회를 갉아먹는 필수 악
누군가의 잘못이라거나 어떤 진영에 의해 이렇게 되었다는 주장은 진심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기보단, 남의 잘못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진실은 가려진다. 지금 현재 뭔가 불편하고, 잘못되었다고 해서, 그 이유가 과거의 누군가가 될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일어나고 모든 비극적인 일들은 인류 모두의 잘못이며, 숙명적 사건들이다.
우리가 고질병을 고치지 못하는 상황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것운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그리고 가진 것 없었던 섬나라 시민들의 비애이다.
한국이 지금까지의 기적을 이루어낸 데에는 박정희식 ‘까라면 까’식의 엘리트주의가 잘 먹힌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교육은 해외에도 소개되며, 잠깐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 만큼까지 성장한 나라에서는 더 이상 이런 교육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대학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대학시설을 시민들에게 공유하고, 개수를 줄여나가고, 진짜 대학의 교육을 원하는 이들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여 니즈에 맞게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사실 서비스란 말도 말이 안 되지만, 우리는 이제 양보다는 질, 물질보다는 영성으로 교육해야 하는 시기를 준비해야 한다. 사실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우리 관심은 대부분 다른데 집중되어 있다.
지방대 미술석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보니 서러움같은 것이 글에서 느껴지는 것같다. 그러나 이 서러움은 해외에서는 다른 뉘앙스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FINE ART MASTER DEGREE
직역하면 순수예술석사학위
히피들의 도시에서 예술가라는 타이틀은 꽤나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