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첫만남

우드스톡

by Vittra

나의 경험에 의하면,

서구권 나라에서 ‘순수미술마스터’라는 자격증은 듣는 이로 하여금 꽤나 흥미로운 지점을 유발한다.


예술이란 개념은 사실 서구의 역사 그 자체이며,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옛날부터 중요하게 여겼던 서구사회는 넘쳐나는 자산 일부를 자국출신 예술가를 역사에 남기기 위해 경쟁했다. 그 과정에서 예술의 순수한 목적은 감춰지고, 산업화와 디지털 시대를 거쳐 유한인의 취미생활, 세금이 덜 드는 투자방식 혹은 재벌들의 세금탈세방법 등의 많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안타까운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금액의 예술작품들로 인해, 예술은 돈이 많이 든다 라던지 종이 쪼가리가 왜 저렇게 비싸냐라는 식의 대중의 비난의 발생이 불편할걸 싫어하는 한국인 정서와 겹쳐서, 예술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이 자라났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예술작품의 가격은 사실 매기기 힘들고, 그것의 가치를 매길 준비가 된 사람만 이 그것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난 어떤 작품의 가격이 얼마라서 이게 싸다 비싸다 이게 맞아 아니다 하는 논쟁은 잘하지 않는다. 가격은 항상 시장에 의해 정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서양예술이 마치 예술사의 전부인양 교육을 받는 시기도 있었고, 난 그 희생양 중 하나였다.

고3까지의 수능과 입시를 위해서 살아왔던 내가 예술을 이해하기란 힘들었지만, 어쩌다 보니 20년을 버텼고, 희생당했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학창 시절이 트라우마 혹은 나의 레퍼런스가 되어 창조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취업의 목적인 대학에서 정답이 없는 것들을 가르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사실만으로 난 ‘지방대예술석사’ 타이틀은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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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들의 도시에 도착하고,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3곳의 숙소를 거쳤으며, 수십 명의 히피들과 교류했다. 어떤 히피는 영감을 주기도, 어떤 히피는 사랑을 주기도, 어떤 히피는 나와 같은 부족이 되기 위해 자신의 피부 일부와 약간의 돈을 지불하는 히피도 있었다. 나는 타투로 현재 이 여행의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도착한 첫날 마주한 그녀.

그녀의 첫인상을 또다시 언급하자면, 전형적인 백인여성상에 아담하고 다부진 체형, 많은 문신들, 엄청난 양의 은 장신구를 가진 여성. 우린 스몰토크를 하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우리는 만남을 약속했으나 그날은 만나지 못했고 그 다음날 어떤 바에서 만났다. 그녀의 이름은 멜리사. 그녀는 뉴욕출신의 히피였다. 그녀의 직업은 유명 만화작가의 어시스턴트. 그림을 그리는 어시스턴트인지 아니면 매니지먼트하는 사람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그녀는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나는 뉴욕출신의 사람들은 꽤 많이 만나봤지만, 히피는 처음이었다. 자신은 우드스탁이라는 유명한 페스티벌이 유명한 한 산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우드스탁


미디어에서 한번쯤은 들어본듯한 지명. 히피들의 성지.


나도 나를 간단하게 소개를 하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우리의 대화는 끝이 없었다. 그 장소에는 사실 그녀의 동생과 친구, 또 그녀들의 친구 총 4명이 더 있었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공간으로 빠져들었다.


그녀의 나이는 40.

나보다 두 살 많은 나이. 나이를 들으니 문뜩 최근에 사주를 봐주신 홍선생님과 타로를 봐준 CHER가 떠올랐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나에게 전해준 말

중복적이고 기억이 남는 말

‘나이 많은 여성들의 가호‘ 가 내 주변에 항상 존재한다는 것.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찰나에 떠올랐다.


1. 엄마(고모, 이모)

2. 레이디 옥토푸스

3. 멜리사


그중 유일하게 내가 만지고 키스할 수 있는 상대는 멜리사뿐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흥미가 생겼고, 그녀의 세상이 궁금해졌다. 난 나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한 뒤 그녀에게 물었다.

너무 그녀가 궁금한 나머지 꽤나 진도 빠른 질문을 해버렸다.



Who are you?


빠르게 돌아올 줄 알았던 대답은 생각보다 늦게 돌아왔다. 나는 내가 너무 신이 난 나머지 선을 넘은 질문을 한 건가 조바심을 냈지만, 그런 건 아닌 거 같았다. 골몰히 생각에 잠긴 멜리사를 보며 난 나중에 대답해 달라고 했다. 일행들이 하나 둘 떠나고 완전히 우리 둘만 남게 되었다. 나는 그녀에게 계획이 있냐고 물었고, 그녀는 아무 계획이 없다고 했다. 나는 한 10초간 내가 그녀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매너 있는 행동이 뭘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808번의 경우의 수 중에서 가장 매너 있는 경우의 수를 골라 실천에 옮겼다.


나는 그녀를 그녀의 숙소까지 데려다 주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리는 금방 사랑에 빠졌다. 금세 그녀의 숙소 앞에 다다랐고, 우리는 작별을 해야 했다. 난 그녀에게 다음날 점심을 먹자고 말했고 그녀는 승낙했다. 나는 숙소로 가는 바이크를 불러 세우고는 그녀에 입에 입맞춤을 했다.


한 번의 키스가 아쉬웠는지 그녀는 나에게 입맞춤을 한번 더 하더니 내일 보자는 말과 함께 등을 돌려 떠났다.

난 지긋이 미소 지으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