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시선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과 결국 이별했다. 연애 초반에는 바람이와 함께 애견 운동장에도 가고, 산책길도 나란히 걸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사실... 강아지가 데이트에 함께하는 게 조금 부담스러워.”
그 말에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대화를 이어가 보니, 그는 털 빠짐이며, 바람이가 나이 들었을 때의 병원비까지 걱정하고 있었다. 충분히 이해했다. 나를 좋아했던건데, 바람이까지 함께 따라온 셈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바람이를 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말했다.
“당신은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 더 어울릴 거예요.”
그 말이 곧 이별의 통보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깊은 고민 끝에 바람이까지 다 품겠다고 하였다. 그 약속으로 우리는 결혼을 약속했지만, 결국 같은 이유로 다시 이별했다. 바람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은 어떠냐는 그에게 나는 말했다.
“나에게 바람이는 1순위야.”
그렇다고 그를 사랑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래서 더 아팠다. 바닥에 누워서 울고 있을 때, 바람이가 다가와 내 눈물을 핥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동안 내가 울어도 모른 척하던 아이가,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이...
시간이 흐를수록 바람이는 내 마음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알아차리려 애쓴다.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를 읽으려는 모습이 참 다정하다. 이별은 아팠지만, 바람이가 있어 외롭지 않다. 이대로 혼자 늙어 죽는다 해도,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내 곁에는 언제나 바람이가 있으니까...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워졌지만, 나는 또 용기를 내어 기꺼이 사랑에 빠질 것이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