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한긍정윤쌤 Nov 10. 2023

자랑할 게 없어서 슬퍼 #2

그래도 어디 한 번 쥐어짜 내 볼까나

없는 걸 없다고 하지, 있는데 없다고 하겠는가.

그래도 '한 개도' 없다고 하기는 조금 서운하니까.

어디 한 번 혹시 모를 자랑거리들을 찾아볼까나.


일단, 피지컬부터.

나는 마흔셋,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평균 비슷한 신장을 가졌다.

165cm.

오! 좋았어, 괜찮았어!!

체중은 비밀로 하기로 하는데, 풀어서 얘기해 보자면, 근 10년째 하나도 치열하지 않은 아가리다이어터로 활동 중이며, 코로나 직전에 약 먹고 운동하며 10킬로그램을 빼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달성했다가 코로나 때 다시 확찐자가 되어버렸다는 뻔한 스토리. 무튼간에, 지금은 둘째 만삭 때보다 2킬로그램 더 나가는 후덕한 모양새를 가졌다.


평균 키와, 임산부의 그것과 같은 몸무게를 가진 나에게도 피지컬적으로 아주 좋은 게 한 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타고난 근골이 빼어나다는 점. 한 마디로 나는 타고나길 용가리 통뼈다. 통뼈는 뼈대만 굵은 것이라 여기기 쉬운데 실상 통뼈는 굵은 뼈가 튼튼하기까지 한 경우를 말한다. 튼튼하려면 뼈대가 꽉 차 있어야 하고, 그게 바로 나의 뼈다. 흔한 골절 한 번 없었고, 손톱과 치아로 앵간한 열고 돌리고 뜯어내는 기술은 다 수행한다. 골밀도 검사 결과도 항상 상위권. 상위권은 언제나 옳다. 짜릿하다. 의사 선생님 칭찬 들으면 너무도 뿌듯하다.


질긴 게 뭐에요? 그걸 왜 못 열어요? 손톱이 왜 부러져요?




그렇게 통뼈에 대한 자부심으로 살아온 40여 년. 작년에 그 자부심은 그야말로 와장창 깨지게 되었는데. 이가 시큰거려 찾은 치과에서는, 치주과 과장님께서 나의 오랜 자랑거리를 칭찬하시며, "그런데 여태까지 써오셨던 대로 이를 쓰시면, 순식간에 법랑질 다 상하고 염증이 생길 거예요."


네... 네? 무슨 말씀이신지...?


"타고나기를 워낙 뿌리도 깊고, 표면도 단단하고, 정말 건강한 치아를 타고나셨어요. 그래서 걱정 없이 막 씹고 뜯고 하셨을 거고요. 그런데, 지금 이가 시린 현상은 표면이 강한 자극으로 살짝 상해서 일어나는 증상이에요.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이로 뭘 자꾸 뜯으신다던지, 질긴 음식을 자꾸 씹으신다던지 하면 치아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어요. 조. 심. 하. 세. 요."


아... 영원은 없구나. 그래서 나의 오랜 자랑거리 한 개가 훠이훠이 날아가버렸다.



피지컬은 멘털과 대비되는 개념이지. 나의 피지컬은 멘털 대비 참으로 믿음직스러웠다만, 이제 그 좋던 씹고 뜯고 마음껏 맛보던 시절은 끝나버렸다. 피지컬과 체력으로 땜빵해 보려던 대충의 노력은 이제 무쓸모인 시절이 내게 찾아온 것이다. 멘털을 강화하여 이 간극을 메꿀 수 있을까, 과연? 아직 안 해본 노력이라 아리송하지만 아직 안 해봤으니 한 번 해보는 것도 의미있을지도.




아... 정말로 없는 걸까, 나의 자랑할 만한 무언가는...?

멘털이든 피지컬이든, 자랑거리 하나만 생겨라. 아주 소중히 아껴줄테다.

저 지금 매우 진심입니다.


(출처-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자랑할 게 없어서 슬퍼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