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한긍정윤쌤 Nov 10. 2023

슬초브런치프로젝트, 2기입니다만.

들어는 봤나. 화력과 텐션은 우리가 짱이라구.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평생 그랬다. 종이만 보면. 요새는 태블릿을 늘 들고 다니며. 그냥 적는 거다. 생각나는 대로 끼적끼적. 어릴 적부터 노트 끼고 써재끼던 나는 마흔 줄에 접어들며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약간의 우울감을 갖게 되었다. 블로그를 만들었다. 백일 동안 글쓰기도 해보았다. 블로그를 한 개 더 만들었다. 운영하고 있는 영어공부방 홍보글을 조금 올려보기도 했다. 우울해서 그런가. 그냥 다 귀찮아졌다. 쓰다 말다. 열정과 애정이 묻어나지 않는 나의 초라한 블로그는 당연히 아무도 찾지 않았다. 너무 당연한 결과인데도 속이 상했다. 에라잇. 말어라 말어. 누가 볼 일도 없는 거, 써서 뭐 하냐.


43년을 살아오며 소위 말하는 '관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뱃속이 간질간질하다. 입 밖으로는 염소처럼 가늘게 떨리는 음성이 새어 나온다.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나'는 평생 가능하지 않겠구나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앞에 나서서 목소리 내며 말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여 '나를 드러내는 일'에 대한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끊임없이 카카오톡 프로필을 업데이트하며 나의 일상과 관심사, 그리고 자랑거리들을 소심하게 표출하고 있는 내 모습이 바로 그 증거였다. 블로그도 두 개나 있고 카카오톡 계정도 두 개를 갖고 있다. 올해 초에 가입한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두 개다. 브런치도 사실은 진작에 가입하여 혼자 글을 몇 편이나 써서 서랍 속에 고이고이 간직해오고 있었다.


그런데도 과연 나는 나를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인가. 이렇게까지 이미 나를 드러내고 관심받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고, 심지어 나를 드러낼 준비를 슬슬 하고 있는 수준에 이르렀구나! 내가 살아내고 있는 다양한 역할을 긍정하고 소개하고 싶구나!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거구나!


(출처-픽사베이: 물방울 하나가 온 호수에 파동을 일으키듯.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길.)



하지만 참 답답하게도. 앞에 나서 본 경험이 전무한 내가 글을 쓴다 혹은 작가에 도전한다는 것이 조금은 두렵게 느껴졌다. 판 깔아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공감하는가? 돗자리만 깔아주라, 춤추고 작두 타는 것은 내가 해볼라니까. 딱 그런 마음이 들던 차였다.


사교육계에 몸 담은 지 20년. 자녀 둘을 낳아 기른 지 13년이다. 교육계 이슈들과 유명인들은 줄줄 꿰뚫고 있다. 개중에는 나와 색이 다른 분들도 찰떡같이 나를 감동감화 시키는 분들도 있었다. 각양각색의 유명하신 교육전문가님 중에 무지개색인 듯도 무색무향인 듯도 한 이은경 선생님. 나는 그분을 상당히 오랫동안 애정해 왔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부모들과 마찬가지로, 그들과 같은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인간상. 세련되고 소박한 사람. 이은경 작가님은 그러한 인간상의 표본 같았다. 빠져들었다. 유튜브를 구독하기 시작했고 출간하신 책들을 사서 읽기 시작했고 올해는 강연장도 (가능한 곳은) 쫓아가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열심히 열심히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그분의 발자취를 좇아가던 내게 '슬초브런치프로젝트' 소식이 콱 눈에 박혔다. 


어머어머. 1기에서 브런치 심사 합격 작가님들을 그렇게 많이 배출했다고? 출간 작가님도 있다고? 2기를 곧 모집한다고? 그렇담 why not me?


판을 깔아주신다, 슬초브프 팀에서. 강의를 해주시고. 과제를 내주시고. 첨삭지도를 해주시고. 다정하게 응원의 말들을 건네주신다. 이렇게 A/S가 확실한 프로젝트가 또 어디 있을까. 140여 명의 예비작가들을 아주 그냥 노벨문학상 후보로 키우실 기세이다. 기세가 반이라면 슬초브프 팀은 이미 5.1을 넘어선 듯.


우리 슬초브런치프로젝트2기 동기님들은 또 어떤가. 우리 동네 아파트, 테솔 7기, 뉴베리원서 읽기, 학습코칭연구팀, 아름다운 새벽(미라클모닝) 등등 참여하는 단톡방이 여러 개 있는데, 우리 동기님들 단톡방이 진짜 찐이다. 화력이 정말. 아까는 한참 미루었던 과제를 하느라 잠시간 확인 못한 새에 쌓인 톡이 300개를 넘겨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반장님 이하 멋쟁이 언니들(잘났으면 다 언니들)이 온갖 얘깃거리들을 쏟아내는데, 밀린 걸 다 읽기는 어렵다. 다 안 읽어도 아무 데나 짧게 읽어도 재미있다. 그리고 나는 하트요정으로 거듭나기 위해 가능한 한 열심히 글들에 하트와 엄지 척, 웃음만발 작은 이모티콘 달아주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트를 누르고 있어요.)


판이 깔리고도 여전히 나는 망설인다. 가도 될까. 써도 될까. 이걸로 될까. 고민 많고 걱정 많은 사십춘기 그대로이다. 그래도 내 눈앞에 판이 깔렸다는 사실이 큰 용기와 위안을 주는 게 분명하다. 내가 지금 과제제출 마감시간은 한 시간 십여분 남기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광경이 그 증거이다. 쓰고 있다. 깔아주신 판 위에 슬금슬금 발가락을 올리고 있다.


발바닥을 다 올려놓을 테다. 왼발 오른발 번갈아 디디며 춤을 출 테다. 브런치 판이 깔렸다. 신나게 놀며 인생 제대로 즐겨볼 테다. 관종짓으로 시선 받고 결국에는 인정받는 삶을 누릴 테다. 동기님들, 올라타 올라타. 단톡방에 글 안 써도 그대들을 다 아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 기분은 '쓰는 삶'을 시작하는 우리 모두 공감하는 거, 맞지요? 함께 쓰십시다. 그리고 함께 유명해져 보십시다.


(출처-픽사베이: 아침해가 떠오르는 그곳을 향해, 함께 이 다리를 건너요, 동기님들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