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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한긍정윤쌤 Nov 14. 2023

무한하게 긍정적인 삶을 살다

브런치 작가로 5년, 나는 나를 얻었다.

"안녕하세요, 무한긍정 윤쌤입니다!"


박수소리와 환호성 소리가 강의실 벽을 울린다. 오롯이 나를 만나기 위해, 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한 시간을 내어 모인 고마운 분들. 그분들께 오늘은 어떤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전해드릴까. 아, 5년 전 이맘때. 별 거 아니던 내가 참 초라하고 서글펐던 그때. 하던 일도 잘 되지 않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없던 그때. 그때의 이야기로 오늘의 강연을 시작해볼까 한다.


2023년 가을. 그래. 그 무렵 나는 반쯤 선을 밟고 선 아이처럼 위태위태하게 겨우 양팔 벌려 균형을 잡고 있었다. 일과 가정. 나와 아이들. 시댁과 친정. 친구들과 학부모님들. 주변의 모든 것들이 불명확했고 쉴 새 없이 변화하였으며 제대로 진행되는 것도 하나 없었다. 20년 간 영어를 가르쳤지만 여전히 서툴고 어렵기만 했다. 자신만만하게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치다가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열정은 푸시식 가라앉곤 했다. 왜 그럴까. 도대체 왜 그럴까. 믿을 것이라고는 슬초브런치프로젝트2기를 통해 겨우 합격티켓을 따낸 '브런치 작가'의 타이틀뿐.


그래서 나는, 쓰기 시작했다.


내가 나를 모르겠어서. 앞으로 어째야 좋을지를 모르겠어서. 슬초브런치프로젝트 시작할 때 이은경 작가님께서 말씀해 주셨듯이 '어느 구름에서 비가 떨어질지 모르니까.'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하늘이 두쪽 나도 글을 써서 발행했다. 일 년쯤 지나니 엉덩이힘이 세진건지 필력이 좋아진 건지 하루에 두 편씩 글을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일주일에 네 편의 글을 이후 2년간 더 썼다. 힘이 들었냐고? 개운하고 가뿐했다. 난로 속에 가득 찬 연기를 굴뚝 밖으로 뿜어내듯이. 내 속을 더부룩하게 했던 현실에 대한 토로. 미래에 대한 불안.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과거에 대한 단상. 그리고 나의 내면을 훑어 내려가는 글에까지. 결국은 거기까지 손을 대었다.


(출처-Unsplash: 글을 쓰는 일은 나를 샅샅이 훑어내려가는 외롭고 험난한 길이었다.)


나를 샅샅이 훑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지. 나에 대한 진중한 탐구가 글을 쓰며 비로소 시작되었다. 내 나이 마흔다섯이었다. 내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게 되었고, 나에게 득이 되는 사람과 독이 되는 인간관계를 고운 체에 걸러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현실이 걱정스럽지도 미래가 불안하지도 않은 단단하고 또 유연한 사람이 되었다. 시도가 두렵지 않았고 포기가 창피하지 않았다. '나라는 존재' 그 자체로도 괜찮아지고나니 내가 하는 일도 내 주변의 모든것도 다 괜찮아졌다.


글쓰기가 나를 새로 출산하였다. 나는 새로운 인간이 되었다고 느꼈다.


그 해 겨울, 한 출판사의 연락을 받았다. "작가님, 저희와 에세이 한 권 기획해서 집필해 보시지요." 나는 이제 고민하지 않는 단순한 인간으로 새로 태어났기에 망설임은 전혀 없었다. 제안이 왔고 나는 나를 표출하는 일에 거리낌이 없는 상태였으며 글은 쓰면 쓸수록 재미있었으니까. 


책을 썼다. 3년간 브런치가 나를 단련하였고 내가 브런치 플랫폼을 나의 가장 큰 배출구이자 가장 센 무기로 삼았었기에 고되지 않았다. 숨도 안 쉬고 적어 내려 가고 잠도 자지 않고 수정하고 다듬은 내 글들은 <글을 쓰니 기분이 좋아졌다>라는 한 권의 책으로 그 보송보송한 존재를 드러냈다. 그리고 얼마 전 나의 분신과도 같은 첫 책이 20쇄 리커버 출판을 한다는 기쁜 소식을 편집자가 전해왔다. 이후로도 두 권의 책을 더 썼지만, 첫 책에 대한 애정과 충성은 비단 작가인 나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첫 책의 이야기들을 주제로 한 강의 요청이 종종 오는 걸 보면.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어 보지 않겠냐며 다정히 손 내밀어준 이은경 작가님의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고 글을 쓸 때. 나는 미래가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의식적으로 앞날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지난날이 그랬듯이. 당시의 내가 그렇듯이. 나의 미래도 그저 생동감 없이 매일매일 똑같은 나날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들뜨고 싶은 마음, 잘하고 싶은 마음, 열심히 하자는 다짐을 갖지 않으려고 정말 애를 썼다. 그리고 그냥, 글을 썼다. 휴대폰 메모장에 매일 관찰과 생각과 독서를 기록했고. 주 2회 브런치 발행일을 꼭 지켰다. 대단한 사명감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했다. 그때의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일. 그냥 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냥.


오늘의 강연에서 나는 계속 부탁했다. 나를 동경하여 찾아 준 수많은 독자들에게. 관객들에게. 그냥 하세요. 무조건 하세요. 의미 부여하지 마세요. 나중을 생각하지 마세요.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보는 겁니다. 그러면 됩니다. 당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생각을 하고서 그런 모습이 구현되는 것이 아니에요. 순서를 헷갈리면 안 됩니다. 꾸미지 말고 애쓰지 말고. 그냥 지금 그 모습 그대로 펜을 드세요. 컴퓨터 앞에 앉으세요. 그리고 쓰시면 됩니다. 


좋은 일은 억지로 무대를 세워 꾸며낸다고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점점 좋아지는 거지요. 그리고 어느 순간 굉장히 멋진 일이 가득한 인생을 살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어떤 것보다 멋진 삶은 내가 나를 긍정하고 즐기는 모습이랍니다.


무엇이든 하다 보면 알게 될 거예요. 마른 꽃을 밑에 깔고 위에 덮은 하얀 종이 위를 색색의 크레파스로 살살 문지르면 압화의 무늬가 색색의 고운 빛깔로 살아나듯이. 꽃잎 한 장 한 장의 잎맥 한 줄 한 줄까지 생생히 드러나듯이. 일단 문지르다 보면 당신이 어떤 모습인지 나타난다고. 그리고 그 모습에 덧 그리고 덧 붙이면 참을 수 없이 아름답고 소중한 당신만의 무언가가 만들어진다고. 그게 내가 배운 것이고 내가 실천한 것이며 나의 지금을 만든 전부라고.


(출처-Unsplash: Every cloud has its silver lining. 쥐구멍에도 볕들날이 있고, 우리의 삶에도 빛은 반드시 스며들어요.)


어떤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르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여러분.

우리 모두 구름을 많이 많이 모아봅시다. 


이 하늘에도 저 하늘에도. 뭉게뭉게 많이 피워보아요.

그 틈을 비집고 여러분의 삶도 활짝 피어날 거예요.

지금, 저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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