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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달교사 Apr 02. 2022

내 잘못은 보육교사라는 사실


아침 일찍 출근 한 뒤, 내가 제일 먼저 하는 건 원아수첩을 읽는 거다. 전날 가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혹시 어제 전달되지 않은 건 없는지, 오늘 잊지 않고 챙겨야 하는 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원아수첩을 읽다 보면 가끔 한숨이 나온다. '에휴~ 우리 지아는 또 바닷가 다녀왔네.', '서연이는 키자니아를 갔었다고?', '뭐? 지호는 수영장?' 오미크론 확진자가 30만이 넘는 이 시국에 마스크도 쓰지 않는 수영장을 다녀왔단 말이야?

출처 unsplash

현재 어린이집은 하루가 멀다 하고 1~2명씩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도 모두 하원해야 한다. 그리고 가정에서 자가 키트 혹은 신속 항원 검사를 한 뒤, 결과가 전원 음성이면 확진된 아이를 제외하고 48시간 뒤 등원이 가능하다. 그나마 가정보육이 가능한 아이는 다행.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부모들은 노발대발한다. 그때마다 교사가 할 수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가끔은 억울하다.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 한 거지? 내가 왜 죄송해야 하는 거야?

출처 iStock

내가 죄송해야 하는 건 코로나 상황뿐만이 아니다. 어느 날, 아이들과 어린이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신이 난 아이들은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잡기 놀이를 하며 뛰어다닌다. 그러다 빈이가 '쿵'하고 넘어졌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평소 활발하지만 주변을 살피지 않아 '이리 쿵 저리 쿵' 잘 부딪히고 넘어지는 아이인데 오늘도 어김없이 무릎이 까졌다. "오늘은 그냥 넘어가나 했더니 또 다쳤네요" 상황을 전달받은 빈이 엄마의 입은 웃지만 눈은 웃지 않는다. 그럴 때면 나는 고개를 숙이고 "더 잘 보살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뿐이다.​


우리 어린이집은 나이가 같은 아이가 약 40~50명 사이다. 아이들 물건도 유행이 있다. 같은 옷, 같은 신발 심지어 여벌 팬티와 양말까지 똑같은 물건들이 종종 있다. 하나하나 이름을 써오는 건 부모 몫이지만 써오지 않는 부모가 반 이상이다. 그러다 옷이라고 바뀌면 죄송한 건 내 몫이다. 모든 것이 교사인 내 책임이다. 자기 물건 똑 부러지게 챙기는 아이가 있는 반면 늘 친구 가방 혹은 다른 공간에 정리하는 아이도 있다. 잊지 않고 이중 체크해야 한다. 간혹 바빠서 넘어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물건은 뒤섞여 있다.


출처 unsplash

나의 작은 실수 하나도 용납되지 않는 곳이 바로 어린이집이다. 그곳에서 보육교사는 정신을 '똑띠'차리지 않으면 바로 질타를 받게 된다. 그동안 내뱉은 '죄송합니다'는 과연 몇 번이나 될까? 아니 앞으로 얼마나 나는 더 죄송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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