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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달교사 Apr 06. 2022

코로나19,  
보육교사는 이렇게 삽니다 Ⅱ

나는 깐깐한 사람이 되었다.


2020년 2월, 신천지 대구교회를 시작으로 한국의 코로나 감염이 확산됐다. 2월 18일, 31번째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 사람이 밀집되는 장소는 이용제한이 됐다. 학교와 유치원을 시작으로 어린이집 역시 휴원 명령이 떨어졌다. 교사 경험 중 휴원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코로나 1차 대유행은 대구와 경북 지역이었다. 시작점은 신천지 교회. 일반적인 교회는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는지. 교회 다니는 모든 교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원장 선생님 역시 월요일마다 내가 교회를 다녀왔는지 확인했다. 처음에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교회 역시 대면 예배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풍성했던 교제시간도 대폭 줄어들었다. 온라인 예배와 나눔은 집중력을 떨어트렸고, 갈급한 내 영혼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은혜로 충만해야 하는 신앙인이 메마른 영혼의 소유자가 되어버렸다.

출처 unsplash


시기별로 확진자는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확진되면 어쩌지?' 보육교사인 나는 늘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옮기면 안 돼' 책임감도 언제나 뒤따랐다. 친구와 약속을 잡을 때면 중심지보다는 변두리를 찾아다녔다. 모임 인원은 3인 이하로 스스로 제한까지 두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은 점점 나를 만나는 것을 불편해했다. 제약이 많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나는 코로나19로 인해 까다로운 사람이 되었고, 친구들과 만남의 횟수도 줄어들었다. 관계 역시 점점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출처 unsplash


나 때문에 불편한 건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일 하시는 엄마는 평소 피로를 풀기 위해 동네 목욕탕에서 사우나를 했다. 하지만 목욕탕은 습기와 열기로 인해 이용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내 기준에서는 절대 가면 안 되는 곳이다. 그런 곳을 엄마가 매번 나 몰래 다녔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신문 헤드라인에 엄마가 주로 이용하던 목욕탕 이름이 뜬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확진자가 이용한 그 시기에 엄마도 다녀왔다. "내가 가지 말랬잖아!!", "잠깐만 하고 금방 나왔어. 딸! 미안해..." 다행인 건 확진자와 같은 날 이용한 건 아니었다. 부랴부랴 선제 검사하고 다음날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생일날 친구에게 반지를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반지 사이즈가 안 맞아 교환을 해야 만 했다. 나는 매장 방문을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 주차를 하고 반지를 교환 후 식품 매장에서 저녁거리를 샀다.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와 바로 출차를 했다. 백화점에 머문 건 약 20분 정도다. 그리고 2주 뒤, 핸드폰으로 재난 문자가 왔다. 아뿔싸!!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다. 세상이 노래지고 주변소리가 잦아들더니 귀에서 '삐-'하고 이명이 들렸다. 그렇게 잠시 멈춰있다 순간 정신을 차리고 어린이집에 상황을 보고했다. 엎친 데 덮친 격. 짝꿍 선생님 역시 같은 시기 백화점을 다녀왔단다. 우린 나란히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이틀간의 자가격리를 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다른 반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이냥 저냥 이틀을 보냈다.

출처 unsplash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는 늘고 있지만 사회 방역 체계는 한결 느슨해져만 간다. 2년 간의 경험을 통해 나만의 깐깐한 방역수칙을 만들었다. 나는 마스크를 벗는 다중이용 시설은 절대 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복합건물보다는 단독 건물을 선호한다. 그리고 정해진 공간 외,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만약 꼭 벗어야 한다면 실외나 창문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창문을 꼭 열어둔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가운데에도 보육교사는 아이들을 보육해야만 하니까.


출처 unsplash


코로나19,   보육교사는 이렇게 삽니다Ⅰ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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