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마스크 때문이야!
작년 11월, 학부모 면담을 하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가 말하길 요즘 선생님이 웃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내가??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웃상’이라고 했건만 무엇이 문제일까? 동료 교사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는지 그녀 역시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마스크였다. 마스크가 표정을 잡아먹고 있었다. 우리는 마스크가 훔쳐 간 표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울 앞에 섰다. 얼굴 근육을 움직이며 표정을 살폈다. 미세한 변화는 있지만 거리를 두고 보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얼굴 인상은 눈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눈, 코, 입 심지어 미세한 근육이 하나 되어 비로소 인상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마스크에 숨겨진 부분을 드러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생각난 건 어린이날 아이들 마스크에 붙였던 판박이 스티커다. 효과는 매우 컸다. 마스크에 붙인 스티커를 볼 때마다 아이들은 ‘큭큭’ 웃기 시작했다. 나 역시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니 '풋~' 웃음이 났다. 인위적인 모습이지만 소리만은 진실된 웃음이다. "이게 뭐라고 저리 좋아할까.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좀 해볼걸"
신입교사가 오면 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물을 마시라고 조언한다. 17년 경력교사의 노하우다. 보육교사는 목을 많이 사용한다. 물을 자주 마셔 목의 건조함을 막아주는 게 필요하다. 코로나로 이 조언은 살짝 변형됐다. 마스크를 벗고 물은 마시는 행위는 교사실에서만 하도록 안내한다. 내 건강은 내 몫이다. 아프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특히 목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쉰 목소리는 감출 수 없다. 또한 전염성 있는 질병은 하루를 함께 보내는 아이들에게 직결돼 부모들을 걱정시킨다. 비록 물은 수시로 마실 수 없지만 목은 늘 촉촉하게 보습 유지하는 것이 바로 보육교사의 몫이다.
보육교사는 쉽 없이 말하는 직업이다. 아이들과 놀이 상호작용은 기본이고, 올바른 기본생활습관 형성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서 언어 지원을 한다. 가끔은 같은 말을 개개인에게 무수히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말하니 숨이 차오른다. 쉬엄쉬엄 이야기하고 싶어도 교사인 내 대답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기에 숨 한번 크게 몰아쉬고 다시 대화를 이어간다. 산소 부족 인지 평소 없던 두통도 잦아지고 한숨도 늘어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언제나 마스크 안은 고온 다습이다. 특히 여름에는 통풍까지 되지 않아 세균의 온상지가 되고 만다. 얼굴은 따갑고 우둘투둘 좁쌀 여드름도 돋아난다. 백신 미접종자인 아이들로 인해 마스크를 벗고 닦는 행동은 늘 조심스럽다.
요즘 최대 고민은 한 해를 보내고 팔자 주름이 깊어졌다는 거다. 세월의 흔적은 주름을 남긴다. 하지만 1~2년 사이에 깊어진 팔자 주름은 내가 아닌 내가 되었다. 거울을 보며 양 볼을 위로 올리길 여러 번. 하지만 다시 축 처지는 볼살이 야속하다. 마스크가 주는 부작용에 대해 논하는 이 시점에서 왜 팔자주름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다들 의문일 것이다. 이건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합당하기에 적어본다. 사람들은 피부 탄력 회복을 위해 아래에서 위로, 안에서 밖으로 마사지를 한다.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하면 볼살이 안으로 모아지는 걸 느낄 것이다. 이 행위가 장시간 유지되다 보면 모아지는 볼 살 사이로 팔자 주름이 생긴다. 이로 인해 내 팔자 주름은 시간을 거슬러 더 빠르게 형성되었다.
이 모든 것이 마스크 때문이다. 마스트는 내 표정을 훔쳐 갔을 뿐 아니라 건강에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거기다 두통은 기본이고 피부 트러블에 팔자주름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시간 언제까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까? 팬데믹의 시대가 끝나고 엔데믹 시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 나가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예측 가능 범위 안으로 들어와 전 세계가 안전함 가운데 살수 있길 소망한다.
코로나19, 보육교사는 이렇게 삽니다 Ⅱ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