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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달교사 Apr 16. 2022

새학기,  학부모 면담은 이렇게 준비하라

교사와 부모가 하나가 되는 첫걸음


적응하느라 정신없었던 3월이 지나고, 상반기 학부모 면담이 있는 분주한 4월이 왔다. 학부모 면담은 늘 긴장된다. 특히 초임 때는 두려움도 컸다.


'말실수하면 어쩌지?'

'어리다고 무시하면...?'

'내가 모르는 거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아이에 대해 있는 그래도 말하면 부모님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출처 Pixabay


면담 전날부터 잠이 오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머릿속에 부모님과 나눌 이야기를 무한 반복한다. 면담이 끝날 때까지 먹는 둥 마는 둥. 점심은 먹는 족족 얹힌다. 그렇게 전전긍긍하다가 막상 상담이 코앞에 다가오면 '에라 모르겠다'하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한걸음 한걸음 나에게 다가오는 부모님을 볼 때면 동공은 지진을 일으키고, 심장은 '쿵쿵'하며 나가떨어질 것 같다. 목소리 역시 하늘하늘 떨린다. 말주변 없고 횡설수설하는 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던 부모도 있고, 내가 한마디 하면 두세 마디로 내 기를 죽이는 부모도 있다. 내 초임 시절 부모 상담은 늘 부끄럽기만 했다.


17년이 지난 지금, 나는 조금 다르다. 점심식사를 여유롭게 마쳤다. 면담 10분 전, 테이블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도 생겼다. 학부모가 나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초임 시절 이들이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동일 선상에서 바라본다. 나는 이들과 눈을 맞추고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그 아이가 가진 특별함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말주변이 생겼다. 아이의 안 좋은 점을 이야기할 때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함께 전달해 부모의 걱정 혹은 불쾌감이 반감되게 하는 나만의 노하우도 가졌다. 갑작스러운 질문을 대치하는 방법도 유연해졌다. 바로 답변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판단하고, 답 할 수 없는 것은 보다 면밀한 관찰 후 다시 이야기 나누자며 가볍게 넘기기도 한다.


출처 Unsplash


반면, 쌓여가는 경력만큼 부담감도 함께 늘었다. 늘 똑같은 이야기보다 오은영 박사처럼 현명하고 행동 수정 가능한 솔루션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이다. 그러다 보니 사전 면담 준비 과정은 분주하다. 각각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찾고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다방면으로 대입해 봐야 한다.


경력 교사는 담당 아동의 면담만 진행하는 건 아니다. 짝꿍 교사 혹은 다른 반 초보 교사 면담까지 살펴야 한다. 간혹 면담을 동행하기도 한다. 면담을 시작하고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방법, 면담 시간이 끝나감에도 말을 끊지 않는 부모를 대처하는 방법. 초임 시절 내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자세히 안내한다. 선생님들 질문에 답해 주기도 한다. 이젠 나만 잘하면 됐던 초보 시절을 지나 동료 교사도 이끌어나가야 하는 베테랑 교사가 되었다.


2022년, 상반기 면담이 시작되었다. 상반기 면담에는 아이들과 함께 지낸 시간이 적어 교사인 나보다 부모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잊지 않고 챙겨야 하는 것. 아이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부모에게 질문해 답을 얻기도 한다.


면담 때 사소한 것 하나까지 알고 싶어 하는 부모를 만나기도 한다. 어린이집은 매일 아이들이 먹는 급. 간식을 부모가 볼 수 있도록 현관 배식 냉장고에 보관한다. 유아가 사용하는 동일한 식기에 적량을 담아 내놓는다. 그럼에도 어떤 부모는 더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한다. 아이가 먹은 양을 숟가락 사용 횟수로 알려달라는 것이다. 아이가 정량을 다 먹었는지 얼마나 남겼는지 아니면 더 먹었는지 식사 패턴이 바뀌면 부모에게 안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숟가락 횟수까지 세고 있을 여유는 없다.  체하지 않을 만큼 빨리 (brunch.co.kr)

출처 Unsplash


반면 면담 내내 단답으로 대답하는 부모도 있다. '네', '아니요' 혹은 '그런 것 같아요' 쉽지 않다. 나 혼자 '종알종알'. 면담에도 티키타카가 있어야 부모-교사의 호감도가 상승한다. 이 관계 역시 밀당이 필요하다. 친절과 예의 그리고 적당한 까칠함 말이다. 교사를 믿고 맡기지만 요구가 있다면 정당하게 어필해야 한다. 적정 수준 안에서.


 시간은 무척 중요하다. 부모는 자기 자식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마음 편히 늘어놓고, 누군가 호응해 준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상반기 면담은 그런 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부모는 교사에 대한 신뢰를 교사는 부모에 대한 믿음을 얻는 시간이다.


학부모 면담이 끝났다. 드디어 교사와 부모가 하나가 되는 첫걸음 뗐다.

출처 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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