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 수업, 여름(4) 이차방정식

중학교 수학 수업 - 여름 (4)

by Galaxy샘

춘향이와 이도령이 만났던 나이가 바로 열여섯, 중학교 3학년.

우리나라 중학교 3학년은 수학 수업 시간에 ‘이차식’을 만납니다.

'이차방정식'과 '이차함수'는 중학교 수학 학습의 하이라이트!!

가끔 군대 가서 다시 수학 공부 시작해 보고 싶다고 연락해 오는 제자들이 있는데,

그러면 ‘중학교 3학년 1학기 수학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하곤 합니다.

이 시기의 '이차방정식'과 '이차함수' 공부를 소홀히 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있다면,

그 길로 가기 쉽습니다.

‘수. 포. 자’ 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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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방정식은, 인류의 문명과 너무 밀접해서

지금으로부터 4천 년 전의 바빌로니아 수학자들도 이차방정식의 해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못 믿겠다고요, 증거가 있습니다.

1880년대 후반 메소포타미아 지역 뜨거운 모래사막에서 고고학자들은 점토판을 발견했습니다.

화려한 황금도 아니었기에 발굴자들은 별로 주목하지 않았고, 이 점토판은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으로 건너가 'BM 13901'라는 일련번호를 부여받고 보관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점토판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상당히 중요한 수학적 가치가 있음을 알아낸 사람은

수학을 전공했던 고고학자 '오토 노이게바우어(1899~1990)' 였습니다.

뾰족한 갈대 끝으로 꾹꾹 눌러 쓴 쐐기 문자를 해독하던 그는,

이것이 이차방정식 문제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심지어 점토판 뒷면에는 이차방정식의 풀이도 상세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스 수학이 수학의 시초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그 이전에도 수학은 이미 상당히 발전해 있었던 것이지요.

노이게바우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고대인들이 우리보다 덜 똑똑했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단지 우리와 다른 도구와 기호를 사용했을 뿐이다."


노이게바우어 덕분에 해독된 바빌로니아 점토판, 'BM 13901'에 실린 이차방정식 몇몇 문제들입니다.


'어떤 수와 어떤 수의 제곱이 합해서 45가 된다. 그 수는?'

'정사각형의 넓이에서, 그 한 변을 뺐더니 870이었다. 그 정사각형의 한 변의 길이는?'

'면적이 60이고, 한 변이 다른 변보다 7만큼 길다. 두 변의 길이는?'


지금 중학교 3학년 시험 문제로 출제되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차방정식의 해법이 꽃을 피운 것은, 중세의 이슬람 수학에서 였습니다.

이차방정식과 관련하여 이 수학자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데요,

9세기 이슬람 수학자 '무함마드 알콰리즈미(780~850)' 입니다.

그는 이차방정식을 6가지 기본 유형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해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복원과 대칭에 의한 계산법(Kitab al-Jabr wa'l-Muqabala)>이라는 책을 저술했습니다.

이 책 제목에서의 '알-자브(al-jabr)'가 후에 대수(代數) 'Algebra'라는 용어의 기원이 되기도 했을 정도로, 알콰리즈미는 수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중력이 작용하고 있어서, 이차방정식은 사실 어디에나 있습니다.

공중으로 던져진 물체의 자유 낙하 운동이나 포물선 운동은 모두 이차식으로 표현됩니다.

자동차의 제동 거리 계산이나 미사일 탄도 계산에도 이차방정식이 사용되고,

홍수로 범람한 땅의 면적을 구하는 것과 같은 모든 면적 계산에도 이차방정식이 사용됨은 물론,

교량이나 건물의 설계, 위성 안테나 계산, 전기 회로 해석, 신호 처리와 필터링에도 이차방정식이 필요하고,

한 회사의 이익을 모델링하여 예상되는 최적의 이익을 계산할 때에도 이차방정식이 사용됩니다.

오히려 이차방정식과 관련 없는 것을 찾는 것이 빠르겠네요.


일차방정식의 풀이는 '등식의 성질' 하나만으로 금방 해결되는데 반해,

이차방정식의 풀이에는 특별한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해법은, 이차식을 두 일차식의 곱으로 만드는, 즉 '인수분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인수분해'의 기하학적 의미는, 하나의 직사각형을 만들어 가로와 세로를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넓이 x^2 인 정사각형 1개, 넓이 x인 정사각형 3개, 넓이 1인 정사각형 2개, 총 6개의 조각들로

하나의 직사각형을 만들고, 직사각형의 가로와 세로가 되는 일차식을 구해 봅니다.

그러면 x^2 + 3x + 2 = (x+2)(x+1) = 0 이고, 두 일차식의 곱이 0이 되려면,

x = -2 또는 x = -1 이라는 해를 구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x^2의 조각 2개, x의 조각 5개, 1의 조각 3개를 주고

이 조각들을 이용하여 하나의 직사각형을 만들고, 해를 구하도록 합니다.

수학 선행 학습으로 '인수분해' 쯤은 쉽게 여기던 학생도

조각들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이차방정식의 해결을 고심하곤 합니다.

이를 통해 '인수분해'의 스킬만이 아니라, '인수분해'의 기하학적 의미도 깨우치게 되는 것이지요.


다만 '인수분해'가 되는 이차식은, 사실 해변가에서 조개를 찾는 것처럼 드물지요.

'인수분해'가 되지 않는 수많은 이차방정식은 어떻게 풀까요?


두 번째 해법은, 이차식을 '완전제곱식'으로 변형하여 해를 구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모든 이차방정식은 완전히 다 해결됩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뿐...

그래서 학생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완전제곱식'으로 변형하는 방법이야말로 이차방정식 해법의 정수입니다.


이 방법으로부터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도 유도되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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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근의 공식'은 단순한 계산 도구가 아니라, 수천 년에 걸친 수학사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학에서 문자의 사용이 정착되어야 했고, 사칙연산 +, -, ×, ÷의 기호나 √ 의 기호도 필요했지요.

즉 대수(代數)의 일반화라는 기반 위에서 '근의 공식'의 등장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수학 수업 시간에 '근의 공식'을, 재치 있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유튜브의 '근의 공식 송'으로 외웁니다.

수학에 1도 관심 없는 학생도 종종 이 노래로 '근의 공식'을 암기하곤 하지요.

어쩌면 나이 서른 넘어 어느 술자리에서 '근의 공식 송'이 불현듯 생각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이야 계산기도 있고, 엑셀도 있고, AI도 있지만,

신대륙 발견이 한창이던 16세기,

상인, 항해상 등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했던 수치 계산을 도와줄 그 무엇도 없었습니다.

그때 수치 계산을 전문적으로 하던 ‘코시스트’라는 수학자들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들은 모든 계산을 수작업으로 진행했고, 자신만이 알고 있는 독특한 계산법을 갖고 있었으며,

이를 절대로 누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수학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에서는 수학 관련 '공개 문제 풀이 대결'이 종종 있었다고 하는데요.

특히 삼차방정식의 풀이에 관한 '니콜로 타르탈리아(1499~1577) vs 안토니오 피오'의 대결이 유명합니다.

이 대결에서 삼차방정식의 해법을 결국 찾아낸 타르탈리아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지롤라모 카르다노(1501~1576)는 타르탈리아에게 비밀 유지 조건으로 그 해법을 배우게 되고,

로도비코 페라리(1522~1565)와 함께 이 해법을 심화 연구하여

타르탈리아의 해법을 포함한, 3차 방정식과 4차 방정식의 일반 해법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책,

<아르스 마그나(위대한 계산술)>를 1545년에 출판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타르탈리아는 카르다노에게 큰 배신감을 느껴 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네요.

수학사에도 재미난 뒷얘기들이 많습니다.


이차방정식, 삼차방정식, 사차방정식 모두 일반적인 해법이 있고,

그러면 오차방정식에도 근의 공식과 같은 일반적인 해법이 있을까요?


당대 수많은 수학자들이 5차 방정식의 일반적인 해법을 찾으려고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하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19세기에서야 5차 방정식의 일반적인 해법은 존재하지 않음이 증명되었습니다.

답이 없는 것이 답일 때도 있는 것이지요.

5차 방정식에는 근의 공식 같은 일반적인 해법은 없다는 걸 증명한 수학자는,

바로 짧은 생애에도 굵직한 수학 업적을 달성한, 노르웨이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1802~1829)이었습니다.


이제 방정식 관련하여 최종적인 질문, '모든 방정식에는 해가 있을까요?'

이 거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당시 22살이었던 요한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1778~1855)가 했습니다.


'모든 n차 이상의 다항 방정식은, 정확히 n개의 해를 가진다. (단, 복소수 범위 내에서)'


가우스의 '대수의 기본 정리(Fundamental Theorem of Algebra)' 라고 불립니다.

이 정리로 인하여 고대로부터 달려온 수학의 역사가 일단락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방정식을 배우다 보면, 가끔 이렇게 말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인생에도 방정식처럼 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샘도 그렇단다. 인생은, 이차, 삼차, 사차... 이러한 방정식보다 훨씬 더 복잡한 방정식인 것 같다고요.

대수학자 가우스가 그랬잖아. 모든 방정식에는 분명 해가 있다고~!!

하루하루 직면한 문제들을 성실히 해결하다 보면, 인생이라는 길 위에도 분명 해답이 있으리라고 믿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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