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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마음 Nov 09. 2023

글 잘 쓰는 방법이 있을까

글의 힘이 삶의 힘이다






며칠 전 1인 기업가들을 양성하시는 김형환 교수의 초청으로 인스타 라이브 방송으로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다. 유튜브 라이브는 실제로 만나서 녹화해야 하는데, 인스타 라이브는 어디서든 함께 접속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여러 개의 SNS 플랫폼에서 글과 이미지, 목소리로 나를 노출하고 있지만, 불특정의 누군가가 보는, 그것도 얼굴을 공개하는 라이브 현장은 내가 미루고 미룬 일이다. 그러나 막상 참여해 보니, 누가 볼까 하는 마음은 어느새 떠나가고 주고받는 질문과 대답 속에서 나는 편안히 내 생각을 말하고 있었다.     


최근에 낸 《나는 매년 책을 쓰기로 했다》라는 책 때문인지 교수님은 글 잘 쓰는 방법에 관해 질문하셨다. 오랜 독서가 글쓰기로 이어졌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수년 전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 싹트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쓰겠다고 결정한 것은 2년 조금 넘어간다. 읽고 쓰기에 몰입한 이 시기에 어느새 나는 세 권의 개인 저서와 여러 권의 공저를 쓴 작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실험 삼아 써 본 챗 GPT 종이책과 동화책까지.  

    

여전히 나는 글과 글 사이를 서성이며 길을 잃기도 하지만, 멈추지 않는 이유를 함께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종종 건넨다. 공적인 행위로써의 글을 처음 쓰려고 하는 이들의 마음을 쓴 지 얼마 되지 않는 나로서 이해하면서 말이다. 인터뷰한 영상을 돌려보며 나의 평상시 생각이기도 해서 다시 정리해 보았다. 글 잘 쓰는 방법이 도대체 있을까?      





글 잘 쓰는 방법      


1. 잘 쓰려고 하지 말기  

글을 잘 쓰려고 하는 사람에게 잘 쓰려고 하지 말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잘 쓰려고 하는 마음에는 완벽주의, 두려움, 욕심이 들어가 있다. 오히려 이런 것들이 마음에 부담감을 주어 우리 안에 있는 자유롭고 창조적인 생각들을 억누르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지 못하게 한다. 반면 힘을 빼고 잘 쓰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비교에 나오는 열등감이 어느새 사라지고 나다운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더욱 많음을 경험한다.  

   

2. 자신을 믿기

자신을 믿어라. 정말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는 어떤 글 쓰는 기술보다도 더 중요하다. 특히 여성들은 타인 중심으로 살아올 때가 많았다. 특히 우리 어머니 세대들, 그 위 세대들은 더 했다. 물론 요즘에는 디지털의 발달로 여성들이 숨을 트고, 참고 살아왔던 세월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는 거 같아 좋다.      

그런데도 글을 쓰려고 하면 여전히 자기 검열이 발동되고, 그 글 앞에 갑자기 초라해진 자신을 대면한다. 무언가를 쓰고 싶었고, 그래서 이야기를 적어갔는데, 써 놓은 글을 보니 내 이야기, 내 삶이 너무 평범해 보이는 것이다. 수없이 읽었던 책 속 아름다운 문장에 비해 내 문장은 너무 비루해 보이는 것이다. 갑자기 자신감을 잃는다. 처음이 열정과 다르게 쓰지 못할 수많은 이유가 갑자기 생각난다. 며칠 전 함께 공저를 쓰고 있던 한 분은 최근 다중지능검사를 해 보았는데, 1,2,3 순위에 언어 지능이 없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글을 쓸 수 있겠냐고 나에게 물었다. 수많은 상황이 내가 쓰지 못할 증거로 갑자기 둔갑하며 열정의 문을 가로막는다.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나’라는 사람을 시험대 위에 얹어 놓는 행위인 것 같다. 화려한 성과도 성공도 없었고,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살아온 내 삶도 살 가치가 있었는지, 타인의 인정은 둘째치고 내가 나를 인정하는지의 유무를 확인하는 자리 말이다. 무엇보다 나를 믿고, 내가 살아온 삶을 믿고, 그 안에 결국 답이 있다는 것을 신뢰하고 써 가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쓰며 이 힘을 길러간다.      


이미 살아온 날이 많다. 요즘에는 초중고 학생도 쓰고 20대도 쓴다. 더 많은 날을 살아온 중년들의 쓸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그 시작은 나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된다.     


3. 좋은 글 많이 읽기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좋은 작가들은 독서도 좋아한다. 내 안에 답이 있지만, 그 답을 길어내기 위한 마중물이 필요하다. 좋은 것을 먹으면 좋은 몸을 만들어갈 수 있듯이 읽는 것도 먹는 것과 같다. 좋은 글을 읽어야 바르고 선한 생각과 가치관이 형성되고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 잘 읽는 만큼 좋은 글도 쓸 수 있다.      

 

4. 함께 쓰기 

이건 잘 쓰는 방법보다는 꾸준히 오래 쓰는 방법이다.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하든, 책을 출간한 작가이든 꾸준히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때 필요한 것이 환경설정이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의지를 믿지 말고 시스템을 믿으라고 했다. 그런데 꾸준히 쓰다 보면 어느새 글 실력도 늘어서 잘 쓰게도 된다.   



   





글을 쓴 후에 찾아온 변화     

 

책을 쓰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책은 좁은 나만의 공간에서 벗어나 ‘사람’과 ‘세상’을 연결시켜 주었다. 강의나 말은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없다. 그러나 책은 말과 영상으로 다 담아낼 수 없는 좀 더 세밀한 부분을 표현한다. 책을 읽고 공감하며 인사이트를 얻은 독자들은 저자와 또 다른 느슨한 연대를 가지게 된다. 꾸준히 책을 쓰는 작가는 그 생각에 동의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을 조금씩 얻어가고, 다양한 공간에 같이 또 따로 함께하게 된다.      


한 분은 내가 쓴 《북클럽 사용설명서》을 세 번이나 읽었는데 또 읽을 거라고 하신다. 열린 마음, 배우고자 하는 마음,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겸손한 분들로부터 나 또한 배운다. 글은 이렇게 또 다른 소통과 연결을 낳고, 작가와 독자의 위치를 떠나 서로를 빚어간다.      


글을 쓰는 힘만큼 삶은 힘이 있다. 글을 쓰며 수시로 어제와 오늘, 미래를 조망하기에 주어진 삶을 함부로 살 수 없다. 독서해야만 보이는 세상이 있는 것처럼 글을 써야만 보이는 세상이 있다. 독서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매일 만나는 사람이 책 읽기를 멈출 수 없듯이, 쓰기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해 가는 자도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성공한 사람의 특징


오늘도 읽고 있는 책 한 부분에서 글을 쓴다고 다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성공하는 사람의 공통 재능이 글쓰기라고 말한다. 이들은 안다. 재능과 실력이 있어도 글을 쓰지 않으면 세상이 자신을 알아줄 길이 없음을.          

그래서 누구나 글을 썼으면 좋겠다. 성공의 정의는 저마다 다를 것이며, 모두가 1등이 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누구나 삶을 이어가고 그 삶은 글이 될 수 있다. 소중하지 않은 생은 하나도 없기에, 어떤 삶도 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끝에 나도 교수님의 지금의 일을 오랫동안 이끌어가는 깊은 동력을 여쭈었다. 그는 컵의 기능은 컵을 만든 사람이 결정한다고 말씀하셨다. 하고 싶고, 되고 싶은 인간적인 욕구를 모두 끄집어내다 보면 힘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저마다의 부름 받은 존재 이유가 있는데, 교수님은 상담할 때도 상대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보려고 하신다고 했다. 남보다 빨리 크게 가는 거 그 사람의 방향이 아니라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타고난 기질이 있고, 후천적 경험이 있는데, 이를 가만히 지켜보면 그 사람의 존재 가치가 희미하게나마 보인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수님 자신도 일의 동력도 존재가치에서 나오지 않을까라고 답변하셨다.      


글쓰기는 나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이다. 이 발견은 존재에 힘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삶과 일의 터전인 세상에 나아가는 동력을 지속해서 제공한다. 독서를 통해 나를 일으켜 세워가지만, 글은 나와 동시에 타인에게도 영향력을 미치는 강력한 도구다. 이 쓰는 기쁨을 누구나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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