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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ED Nov 11. 2021

내 삶에서 조연이 되지 않으려면

 별은 항상 스스로 빛나서 항성이라고도 불린다. 행성은 항성(별)의 빛을 받으며 그를 중심으로 공전한다. 별이 죽으면 행성도 대부분 같이 죽음을 맞는다. 별의 죽음은 폭발이기 때문이다. 너무 큰 폭발이기 때문에 주변의 행성까지 같이 죽는다.

 나는 별인가 행성인가. 아님 이것 천체들을 전부 포함한 우주인가. 내가 별이 되어 폭발한다면 기꺼이 이 궤도 안에서 부서질 행성이 있을까. 아님 행성이 되어 누군가의 궤도 안에서 그의 중력을 느끼며 공전하다가 함께 부서질까. 나는 누군가에겐 별 같고 누군가에겐 행성 같다. 모두 하나씩 우주를 갖고 사는 것 같다.



 영화 속 조연의 삶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주인공이 아닌 조연. 전쟁영화 속에서 포탄이 떨어져 유리파편처럼 흩어져 죽어가는 많은 병사들의 수많은 삶을 상상해본 적 있나. 난 삶을 우주라고 표현하고 싶다. 알 수 없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가득한 각각의 우주들이 한순간에 깨진 유리처럼 파편화되어 한 장면을 위해 흩어져나가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각각의 우주 속엔 분명 어떤 사연이라도 존재했을 텐데 단말마의 화면 속에 희생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그들도 인생의 주인공일 텐데. 영화 속 주인공의 시간은 그의 존재에 한정해서만 흐른다. 주인공이 살아남는 한 장면만을 위해 몇 개의 우주가 뒷배경 속에서 멈춰 버리고 나면 곧 주인공의 다음 장면만이 이어진다.

 주인공의 삶이란, 스포트라이트. 색이 있는 사람. 그렇지 않은 회색 인간은 죽은 거나 다름없는 사람. 내가 타인의 영화 속 조연은 되어줄 수 있을지언정, 나의 삶이라는 영화에서 만큼은 내가 주연인 채로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회색 인간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나의 삶이라는 영화 속에서조차 남이 우선인 조연의 삶을 살면 배경에 맞는 회색 인물이 될 뿐이지 나를 위주로 배경이 바뀌는 전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건 얼마나 '나의 삶'이라는 제목과 맞지 않는 내용일까.



 그럼, 내가 주연인 삶을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물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을 테다. 정답을 찾다 보면 여기저기서 '나'를 찾으라고 한다. '나' 다워지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한다. 연애를 하든, 친구를 사귀든, 일을 하든 뭐든 진정한 '나'가 돼야 한단다. 지긋지긋하다. 그럴 때마다 "나다운 게 뭔데!" 하고 윽박지르고 싶어 진다. 그래서 윽박을 지르는 대신 내가 '나'를 찾아가는 방법을 말하려 한다.

 심리학에선 좋아하는 게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존재할 뿐이다.라고 한다. 나를 모르는 것만큼 불행한 게 없다. 그래서 "나는___를 좋아해"라고 쉽사리 내뱉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 글을 전하고 싶다.


 나를 아는 건 인정에서 시작한다. 나를 모르겠단 사람들은 에너지를 외부에 쏟는 것보다 스스로를 점검하고 인정하는 데에 써야 한다. 남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만큼 나도 유심히 보고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려야 한다. 사회생활을 할수록 사람들의 피드백을 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빅데이터가 쌓이듯이 내가 어떤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나는 어땠는지 돌아보는 시간 역시 있어야 한다. 내면의 나를 살펴주는 건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특히나 내가 가장 시간을 내어 신경 써주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기 위해서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끊임없이 나를 노출시키고 일기를 써야 한다. 적지 않으면 모르는 마음이 있다. 처음엔 단순 사실을 기술하다가 차근차근 나의 감정도 적어보면 점점 내가 모른다고 생각했던 걸 깨닫게 된다. 나를 알게 되면서 남에 의해 흔들렸던 모든 게 질서가 생긴다.

 만약 그 질서를 흔드는 사람을 보더라도 당연히 이래야지! 하는 내가 가진 당위적 사고에 갇힌 채 나의 감정에 취하지는 말아야 한다. 자존심과 자존감을 구분해야 한다. 나에게 지나치게 관대하고 합리화는 건 자존심이고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건 자존감이다. 자존감을 지키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오늘은 내 삶의 주인공이었던 사람이 내일은 기꺼이 누군가의 삶에 조연이 되어 배경을 꾸려주기도 한다. 나는 기꺼이 당신의 삶 속에서 조연이 되고 별이 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고 싶다. 내 중력을 느끼며 조금씩이라도 함께 힘내었으면 좋겠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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