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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린 Jul 13. 2024

인사이드 아웃 2 리뷰

애쓰다 상처받은 모두를 도닥여주는 영화

어렸을 적 바둑을 꽤나 오래 뒀다. 서로 어떤 수를 둘지 예상하며 밤하늘 별을 수놓듯 361개의 점을 채워 나갔다. 누가 얼마나 더 많이, 더 좋은수를 읽느냐의 재미는 게임의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항상 즐거움을 주었다. 초등학교 5학년, 말도 안통하는 중국에서 또래 친구들과 웃으며 뒀던 기억은 아직까지 선명하다.


근데 어째서 인생은 그렇게 즐기지 못했을까.


수를 읽는 습관은 내 불안에 불을 지폈다. 잘해야만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생각했고 학업과 인간관계에서 안해도 될 예측과 걱정을 달고 살았다. 때론 전보다 나은 결과를 얻어 쾌감을 얻을 때도 있었지만 더 잘해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더 나은 나'라는 말은 미래지향적이지만 되려 현재와 과거의 나를 부정하는 말이기도 했나보다. 애써 술을 마셔 기억을 잃어보기도, 도망쳐 보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거울 속 모습이 날 더 힘들게 했다. 상처입고 아물고를 반복하다 어느새 20대 후반이 되버린 나. 그런 나를 인사이드 아웃2 는 잔인하리만치 친절하게 발가벗겼다.



영화는 새로 등장한 감정인 불안이(anxiety), 부럽이(envy), 따분이(Ennui), 당황이(Embarrassment)가 주가 되어 라일리의 사춘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기존 갖고있던 감정 표현에 서툴러지고 새로 등장한 감정을 디즈니스럽게 잘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감정 지휘통제실 신축공사를 통해 왜 기존 감정으로 표현이 안되는지 설명하는 부분이 가장 재밌게 표현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편적인 줄기에서 벗어나지 않은채 속도감있게 진행된다. 하키 캠핑장에서 일어나는 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친구들과 새로 만나는 친구들 사이의 감정 변화, 좋아하던 스포츠 선수와 같은 팀에서 뛰고 싶다는 목표와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 감정 변화 모두 매끄럽게 보여줬다.  



영화 속 기쁨이와 불안이는 '더 나은 나'를 지향한다. 더 착한 라일리로 만들기 위해, 더 잘 적응하고 인정받는 라일리로 만들기 위해 두 캐릭터 모두 각각 다른 방식으로 노력했다. 기쁨이는 기억의 저편으로 안좋은 기억들을 보내버렸고, 불안이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여 철저히 미래를 방어했다. 둘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원하는 방향과 전혀 반대로 흘러갔던 이유는 무엇일까? 


기쁨이와 불안이의 행동 기저에는 '못난 나'를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쁨이는 못난 행동, 옳지 못한 행동을 했던 과거의 나를 '망각'으로서 인정하지 않았고, 불안이는 그런 행동을 하게 될 미래의 나를 '강박'으로서 인정하지 않았다. 술을 마셔 잊어보려 하기도, 현실에서 도망쳐보기도 했던 내 모습은 기쁨이와 불안이처럼 내 모습을 인정하기 싫었던건 아니었을까?


인사이드 아웃 2 는 두 캐릭터로 하여금 우리에게 다양한 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해주라는 의미를 줬다. 부끄러운 일을 했던 나도, 착한 일을 했던 나도 모두 내 모습의 일부이다. 여지껏 우리는 더 나아가기 위해 너무 애썼다. 이 영화를 보고 잠시나마 나의 부족한 부분을 안아줄 수 있는 여유를 찾아가 보도록하자.



Better me 도 좋지만 잊지말자 Real me 를.


인사이드 아웃 2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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