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트를 닮은 스물, 그리고 스물넷
나는 오렌지주스와만 연고가 있었던 농촌의 고등학생이었기에, 커피가 빠지지 않는 대학생활이 신기했다. 달달한 한 잔의 음료에서는 이천 원 짜리 페트 음료에서는 느낄 수 없는 느낌이 났다. 스무 살의 나는 카페에 갈 때면 대부분 단 음료들을 시켰다. 아메리카노는 무슨 맛이에요? 그때 아메리카노는 내 선택지에는 없었다. 확실히.
스물둘이 되며 직장 비슷한 곳에서 일을 할 때는, 식곤증을 이겨내기 위해 커피 종류를 마셨다. 그때 처음으로 카페모카를 접했다. 카페인이 든 것 중에서 제일 달았으며, 휘핑크림을 휘젓다 보면 오후도 금세 지나있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형들이 이해되지 않은 것은 그때도 매한가지였다. 그러니 나의 선택지는 요거트 혹은 카페모카. 그래도 역시 단 음료였다.
스물셋의 초입에는 바닐라라떼만을 마시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무슨 커피를 마시겠냐고 묻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었다. 그의 선택은 항상 아바라였는데, 그를 따라 바닐라라떼를 시켜먹는 일이 아직까지도 습관으로 남아있다. 그를 매우 미워하게 되었으나, 내 선택지에는 덜 단, 조금만 단 커피도 추가되었다.
이제는 산미 있는 원두커피를 찾아 헤매기도 한다. 커피 한 잔에 7천 원이 비싼 가격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기도 했다. 물론, 맛있기만 한다면. 아메리카노를 잘하는 집을 찾기 시작했다. 카페의 선정 기준은 원두의 종류가 되었고, 커피를 시키기 전에는 원두가 몇 가지나 있냐고 꼭 물어보기도 한다. 저 이제 아메리카노가 무슨 맛인지 알아요.
나이와 커피 취향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삶은 커피 메뉴판의 스펙트럼. 살아간다는 일은 더 많은 커피를 마시게 되는 일이고,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게 되는 일 같다. 아메리카노보다 쓴 일이 더욱 많아지게 되어서일까, 카페인이 절실한 삶을 살기 때문임은 맞다. 요거트 스무디를 먹지 않은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아차, 나는 나도 모르는 새 씁쓸해졌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