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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 Jul 01. 2022

아프리카 여행_듄 45

통신이 안 되는 곳에서 타이어가 펑크 나다

  아침 5시 반 기상. 일몰을 보러 가야 하는데 생각보다 늦게 일어났다. 듄 45까지는 차를 타고 30분 가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더 일찍 일어났어야 했는데ㅠㅠ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차들이 이미 출발하고 없었다. 하필 오늘이 체크아웃하는 날이었지만, 큰 짐은 나중에 챙기기로 하고 귀중품만 챙겨서 곧바로 듄 45로 출발했다.


  일출이 아름답다는 듄 45. 세스림 캠핑장 뒤쪽 게이트로 나가서 도로를 한참 달려야 했다. 이제 곧 일출이었고 마음이 급했다. 원래는 과속을 하면 안 되지만 포장도로여서 속력을 좀 냈다. 시속 110km 정도...? 그러다가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어, 친구에게 혹시 모르니 안전벨트를 매라고 했다.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안전벨트를 언급한 날이었다)


  출발한 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퍽’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크게 한번 휘청했고 핸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타이어에 펑크가 난 것을 느꼈고 서서히 속력을 줄여서 갓길에 주차했다.

What the
보험사에 전화를 걸고 싶지만, 통신 서비스 불가 지역이었다


  차에서 내려 확인해보니..... 역시나...ㅠ_ㅠ 타이어 펑크.... 타이어 펑크는 내 인생에 처음이었고,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휠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바람이 다 빠져버린 것. 살짝 내려앉은 게 아니라 풍선 터지 듯 아예 터져버려 있었다.

  나미비아에서는 높은 확률도 타이어 펑크 시 차량이 전복되기도 하던데. 시속 110km의 고속주행 중이었음에도 사고 안 난 게 천만다행이었다. 상황 파악을 마친 우리는 차를 받을 당시 받은 긴급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그러나 제대로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으며 설상가상으로 데이터도 터지지 않았다. 바삭거리는 멘탈을 붙잡으며 어제 배운 대로 직접 타이어를 교체하기로. 차량 내부에 실린 리프트업 기구(지렛대 원리)를 꺼내서 차량 밑으로 넣어보았다.


  그러나... 차가 너무 심하게 주저앉는 바람에 리프트 업 기구 자체가 들어가지 않았다. 여기서 2차 멘붕. 차를 힘으로 들어 올리지 않는 이상 타이어 교체는 사실상 불가능이었다. 고민 끝에 결국 지나가는 차들에 도움을 요청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이 도로는 세스림 캠프장에서 듄 45를 향해 일출을 보러 오가는 차들이 많은 유일한 길이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우리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던 건지 차 한 대가 우리 차 앞에 섰다. 일출을 보러 가는 중년의 독일인 부부 2쌍이었다. 그분들은 우리의 사정을 듣고는 흔쾌히 도와주시겠다고 했다. 그들은 캠프에서 출발할 때 ‘펑’ 하는 굉음을 들었다며 사고 차량이 있을 줄 알았다고 하셨다. 그러나 정작 차에 타고 있던 우리는 굉음까지인 줄은 몰랐다는 사실.ㅎ_ㅎ



  독일 아저씨들은 차에서 범상치 않은 기구들을 꺼내 우리 차 밑에 넣으시고는 기구를 조작하여 차를 들어 올렸다. 이후 굉장히 능숙한 솜씨로 타이어를 갈아주셨고 모든 과정은 15분 만에 끝이 났다. 우리 때문에 일출을 놓치게 되어서 미안하고 말씀드리니 어차피 늦게 출발하여 일출을 놓쳤기에 마음 쓰지 말라 하셨다. 너무나도 고마운 마음에 우리는 ‘매우 인기 있는 한국 술(very popular Korean alcohol)’이라고 소개하며 한국에서 챙겨간 소주 2병을 드렸다.


  천사들이 떠나고, 터진 타이어를 자세히 살펴보니 마모로 인해 타이어가 닳을 대로 닳아서 터진 듯했다. 게다가 남은 타이어 중 한 개의 상태도 심각해 보였다. 여분 타이어가 없는 상태에서 다른 타이어마저 터지면 그땐 정말 답이 없는 상황. 고민 끝에 우리는 일출 감상을 포기하고 차를 돌렸다. 캠프장에 들어가서야 통신이 터져 렌터카 업체와 간신히 연락이 닿았다. 보험사 상담원은 세스림 캠프장 바로 앞에 렌터카 서비스 센터가 있다고 했다. (천만다행)


보험사 서비스 센터



  서비스 센터는 세스림 캠프장에서 1분 거리에 있었다. 엎어지면 코 닿을 만큼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러나 이곳은 카센터라고는 믿기지 않는 외관이었다. 편의점(?) 겸 카센터 사무실에 갔더니 직원이 일단 본사에 먼저 확인  연락을 해본다고 했다. 그러고는 함흥차사.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가서 직원에게 언제쯤 답이 오는지 물어보니 더 기다리라고 했다. 과연 우리는 이곳에서 타이어를 무사히 교체받을 수 있을까...?


  계속해서 기다렸다. 이미 오늘 일정은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림. 한참을 기다려 터진 타이어를 교체했다. 타이어 무제한 교체 보험을 들었기 망정이지 기본 보험(타이어 교체 1회)이었다면 이날 이후로 정말 불안한 여행을 할 뻔했다. (보험은 풀로 넣자)


  타이어를 교체하고 나니 오전 10시 반. 오늘은 새벽 5시 반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한 일이라고는 타이어가 터뜨린 것과 이를 교체한 것이 전부였네. 이미 녹초가 된 우리. 그러나 듄 45를 안 보고 갈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다시 차를 돌려 다시 듄 45로 향했다.


  오전 11시. 듄 45 도착. 눈물의 여정이었다. 여기서 일출을 보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군. 그러나 아쉬움이 남아야 또 이곳에 올 이유가 생기지. ㅎ_ㅎ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나 자신을 다독였다. 일출 때 가면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던데, 우리가 갔을 때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행히 아직은 한낮이 되기 전이라 생각보다 많이 덥지는 않았다.


  이곳의 이름이 듄 45인 이유는, 세스림 캠프장으로부터 45번째 듄이기 때문이라는 설, 세스림 캠프장으로부터 45km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설 등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고 한다.


  어느덧 해가 머리 위로 높이 떠오르자 모래가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잠시 누웠다가 그대로 등을 잃고 돌아왔다. (화상 입는 줄) 듄 45를 충분히 눈에 담은 후 다음 여행지인 데드 블레이로 향했다.



https://youtu.be/4YkwXAfJ7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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