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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렌즈의 힘을 믿어봅니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78

by 태화강고래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World report on vision)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근시가 가장 많고(51.6%), 한국의 대도시 청소년은 약 97%가 근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대한안과학회도 초등학생의 근시가 1970년대 8~15%에서 2000년대 46.2% 등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밝혔다. 근시는 유전적 요인, 과인슐린혈증 등의 영양적 요인, 과도한 근거리 작업이나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 요인이 복합되어 발생한다고 추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스마트폰 사용, 근거리 독서 및 공부,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근시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2023년 7월 기사)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021)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렌즈 한쪽을 왼손바닥에 놓고 세척액을 한 방울 뿌려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른다. 아침저녁으로 렌즈를 닦고 보존액에 담가 두었다가 자기 전 아들 눈에 착용해 준다. 벌써 3년이 넘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드림렌즈를 매일 밤마다 하루를 마감하는 리츄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대학 가서 소프트렌즈 한두 번 끼다 안 맞아 포기하고 평생 두꺼운 안경을 쓰고 사는 내가, 매일 렌즈 관리를 맡아하는 엄마가 되었다.


드림렌즈는 자는 동안 각막을 평평하게 눌러 시력을 교정해 주므로 낮에는 안경 없이도 활동이 가능하다. 더구나, 근시가 급격히 진행되기 쉬운 성장기 아동과 청소년의 근시 진행 억제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축구 같은 체육활동을 좋아하는 아들은 드림렌즈 덕분에 잠자기 전까지는 정상시력인 학생처럼 생활할 수 있다. 다행히 마이너스로는 넘어가지 않고, 0.3에서 버티고 있다.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의 사용을 탓하기도 하지만, 고도 근시인 나를 닮아 동생보다 눈이 빨리 나빠졌다고 억울한 듯 농담 섞인 투정을 하는 아들의 말을 난 죄인처럼 듣는다.


눈이 나빠 평안한 학교생활을 하지 못했다. 특히 초등학교 때 기억이 생생하다. 안경을 쓰기 전에도 쓴 후에도 어려웠다. 키가 평균보다 큰 편인데 하필 앉은키도 컸다. 선생님의 배려로 앞자리에 안기라도 하면 뒤에 앉은 친구들의 아우성을 견뎌내야 했다.

"안 보여! 숙여!"

명령하듯 내뱉는 친구들의 말에 안 그래도 내성적이고 소심한 내 마음은 매번 움츠러들었다. 폴더블폰을 접듯, 제대로 펴지 못한 상체를 책상에 붙일 정도로 힘겹게 앉아 있었다. 그마저도 앞에 못 앉고 키 순서대로 앉게 되면 항상 맨 뒷자리 차지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비 오는 흐린 날을 싫어했다. 그때부터 시력이 나빠지고 있었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초록색 칠판 위에 흰 분필로 길게 쓰인 수업내용도, 단 몇 줄짜리 알림장도 겹쳐서 흐릿하게 보였다. 눈을 아무리 비비고 힘을 줘 크게 떠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짝의 눈치를 살피며 비굴함을 온몸에 입히고서 입을 뗐다.

"나... 칠판글씨가 잘 안 보이는데, 네 공책 좀 보고 적어도 돼?

지금 안되면 쉬는 시간에 보여줄 수 있어?"

보통은 기꺼이 공책을 내어 주었다. 바로 따라 쓸 수 있을 만큼 날 이해해 주는 친구도 있었다.

가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나를 심하게 할퀴었다.

"네가 보고 써야지. 남한테 의존하면 어떻게?"

그런 날은 눈물을 참고 수업시간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른 친구에게 부탁했다. 텔레비전을 많이 본 것도 아닌데, 본격적으로 3학년때부터 안경을 착용했고, 사춘기를 거치며 급속도로 떨어진 시력은 마이너스를 넘어 마침내 변화 없는 고도근시로 정착했다. 짧게는 6개월, 길면 1년에 한번씩 안경을 새로 맞추는 일을 반복했다. 안경을 쓴 사람들이 경험하듯, 날씨에 따라 주변환경에 따라 불편함을 감내하며 산다. 라섹이나 라식이 한창 유행했을 때도 수술적 합성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그저 안경이 내 운명이라고 느끼며 받아들였다.


나는 못했지만 내 자식은 해주고 싶은 게 부모마음이라고 했던가? 이왕이면 발전된 기술의 도움으로 조금이라도 근시 진행이 억제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아들의 렌즈를 매일 닦는다. 8시간이라는 수면시간 확보가 중요하기에 고등학생이 되면 드림렌즈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들 수 있다는 말도 있지만, 일단은 꾸준히 착용해 근시를 최대한 억제하고 싶다. 드림렌즈 착용 후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각막상태와 시력을 체크하기 위해 검진을 다닌다. 매번 갈 때마다 아들 또래 혹은 더 어린 학생들이 눈에 띈다. 안타깝다. 안과에 와서 진료를 기다리면서도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책과 스마트폰을 보면서도 잠시 멀리 바라보고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습관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부모가 곁에서 살피는 일도 중요하다. 드림렌즈 세상에 사는 이 시대 아이들의 눈이 편안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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