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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빵을 먹으면 건강해질까?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77

by 태화강고래

2주에 한 번 정도 나만을 위한 빵을 사러 집을 나선다. 따스한 햇살에 마음은 가벼웠지만, 시린 손을 보니 아직은 한겨울이었다. 탄천길을 따라 걷는 노인들 사이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겨 단골 베이커리에 도착했다. 이 동네에 살기 전부터 영업을 한 곳이라 들었으니 15년은 넘었을 법한 빵집이 혼잡한 학원가에 오늘도 변함없이 있다.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빵집도 아닌데, 빵을 먹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인기 있는 자그마한 빵집이다. 발효종을 이용해 프랑스 전통 제빵법으로 만든다고 한다.


빵.jpg 동네 빵집


동네 빵집에 가면 투박하고 무심한 듯한 대표가 손님을 맞는다. 가게 내부 인테리어처럼, 꾸밈이 없다.

한 번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통밀빵 주세요."

"통밀빵이 정제되지 않은 밀이라는 거 아시나요? 가끔 손님 중에는 통밀이 밀의 종류인 줄 알고 오시는 분도 있고, 통밀빵을 먹으면 당뇨에 안 걸린다고 믿고 오는 분들도 있어요."

"그렇군요. 통밀빵은 아는데, 캄파뉴는 무엇인가요?"

"캄파뉴는 프랑스 시골빵이라는 뜻인데, 쌀에 몇 가지 잡곡을 섞어 먹듯, 밀가루에 호밀가루나 통밀가루를 섞어 천천히 발효시킨 잡곡빵 같은 겁니다."


암을 만나기 전, 크로와상과 페스트리처럼 겹겹이 버터가 스며든 빵을 자주 먹었다. 달콤함과 부드러움에 취해 혀끝의 만족을 즐겼다. 치즈가 듬뿍 들어간 빵도 역시나 내 사랑을 받았다. 가끔 유럽 출장지에서 식사빵으로 맛본 통밀빵과 호밀빵은 소박하고 거칠지만 담백한 묘한 맛에 이끌리는 정도였다. 그러던 내 식성도, 병 앞에서는 변했다. 이제는 건강빵 옹호자가 되었다. 다행히 입과 뱃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는지 무난하게 건강빵으로 갈아탔다. 부모세대만 해도 흰쌀밥을 먹느냐 보리밥을 먹느냐가 부의 기준이 되었듯, 옛날 유럽에서도 귀족은 부드러운 흰 빵을 먹고, 가난한 사람들은 거친 통밀빵을 먹었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정제된 백색 밀가루가 아니라 거친 통곡물을 먹는 게 건강에 이롭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어 널리 알려진 사실이 되었다. 건강에 신경 쓴다는 사람은 통밀빵을 비롯해 통밀로 만들어진 식품을 찾을 정도이다.


"통곡물로 만든 식품은 몸에 더 좋다. 알곡에 든 폴리페놀뿐만 아니라 외피에 든 섬유질까지 함께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곡물을 먹으면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을 비롯한 많은 질병의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이 역학 조사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204쪽)"


통밀빵은

비타민 B, E, 칼슘, 엽산, 아연, 철분, 구리, 식이섬유 등 도정한 밀에 비해 영양소가 3배나 풍부하다. 특히 음식 섭취 30분 후에 상승하는 혈당지수는 통밀빵 100g 기준으로 55로 낮아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나 당뇨 질환을 가진 사람이 밀가루빵 대신 먹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잡곡밥 같은 빵이라는 설명은 기억하기 쉬워 지금도 잊지 않고 통밀빵이 먹고 싶지만 없을 때는 캄파뉴를 사서 먹는다. 흰쌀밥보다는 잡곡밥이 당뇨환자의 혈당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듯, 빵을 먹고 싶으면 통밀이나 캄파뉴 같은 건강한 빵을 통해 밀가루를 향한 욕구를 다스릴 수 있다. 치장하지 않은 소박한 빵이 속을 편하게 해 준다. 버터와 크림, 다양한 토핑으로 화려한 베이커리 카페의 디저트 빵은 눈요기로 충분하다. 잠깐의 유혹을 참지 못해 손을 대면, 종일 속이 더부룩한 것을 힘들어하는 뱃속으로 변했다. 점점 화려하고, 과한 것보다는, 기본에 충실하고, 속 편한 인생을 추구하는 삶으로 옮겨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건강해지기 위해 먹기 시작한 빵을, 건강해질 거라 믿으며 오늘도 즐겁게 입에 넣고 천천히 씹어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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