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76
오늘도 시작이다. 주방장으로서 항상 부담을 갖고 산다. 성장기 아이들이니 골고루 잘 먹여야 할 것 같은 책임감에서 매 끼니마다 자유롭지 못한 엄마다.
"뭐 먹지?"
"뭐 먹고 싶니?"로 시작한다.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
"그냥 먹자."
하던 대로 익숙한 식단이 무한 반복된다. 색다른 것을 먹고 싶지만, 모르겠다 하고, 인터넷이라도 검색해 보라지만, 그렇다고 다양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우리 집 아이들이다. 편식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나만 유일하게, 오 첩 반상을 사랑한다. 반찬을 잘 먹지 않는 건 남편도 마찬가지라 아이들한테 강요하는, 서로를 괴롭히는 행위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물의 필수 영양소를 고려한 "완벽한 밥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오래된 무언의 갑옷을 벗고 스스로를 해방시켰다. 완벽하게 갖추는 대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요리할 때, 재료를 깐깐하게 고르고, 조리법에 신경 쓴다.
김밥을 자주 싼다. 2주에 한두 번 만드는 김밥 속 재료를 달리한다. 김밥은 햄, 계란, 맛살, 시금치, 우엉, 단무지가 담긴 김밥재료 세트를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내 기억 속 엄마표 김밥도 김밥전문점의 김밥처럼 재료로 꽉 찬 김밥이었다. 처음엔 기억대로, 그리고 마트 재료 그대로를 이용해 김밥을 말았다. 모든 재료가 완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항상 갓 지은 흰쌀밥을 식혀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하는 것에서 김밥은 시작한다고 여겼다. 그러다가, 울산에서 살면서 엄마가 아닌 다른 주부인 도우미 이모님의 김밥을 맛봤다. 냉장고 속 재료로, 남은 밥은 데워서, 간편하게 만드시는 것을 보고는 깨달았다. 그동안 얼마나 고지식하게 김밥을 싸왔었는지를... 아이들 유치원 소풍 때도 웬만하면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말아 보냈지만, 아이들은 친구들의 도시락을 부러워했다. 스팸하나 들어간 김밥이나, 소시지 김밥을 좋아했다. 햄과 소시지를 좋아하는 정직한 아이들의 입맛. 그래서, 작년인가부터는 달라졌다. 내가 만들고 싶은 김밥과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김밥을 번갈아 만들었다.
시금치와 우엉, 당근을 햄, 계란과 함께 넣은 김밥은 지난주에 먹였다. 오늘은 햄과 계란만으로 단순한 김밥을 만들었다. 여느 때처럼, 갓 지은 쌀밥을 준비했다. 고슬고슬한 밥을 저어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했다. 저온압착 국산 참기름을 골고루 뿌려 윤이 났다. 무항생제 유정란으로 계란을 부치고, 잘랐다. 햄은 아질산나트륨이 없는 건강한 햄을 골라 끓는 물에 한번 담가 낸 뒤 아보카도오일을 두른 팬에 살짝 구워 김을 말았다.
흰쌀밥, 김, 계란, 햄이라는 단 네 가지 간단한 재료로 만들지만 정성은 듬뿍 넣었다. 부드러운 밥에 햄과 계란이 들어간 담백한 김밥이 맛있다고 말해주니 나도 아이들도 만족한 김밥이다. 전화 한 통화로 김밥 전문점에서 쉽게 입에 넣을 수 있는 김밥이지만, 시간에 쫓기지 않은 경우에는 재료를 고르고 손질하여 느리게 김밥을 싼다. 힘은 들어도 마음은 편하다. 중고생이 되어 학원가에서 지겹게 맛볼 김 oo 김밥은 나중을 위해 저축해 두련다. 참치, 어묵, 소고기, 돈가스, 멸치 등을 넣어 다양한 입맛을 추구하는 전문점 김밥이 아직은 아이들을 유혹할 만큼 힘이 세지도 않으니 집에서 할 수 있을 때 직접 두 손으로 찬찬히 만다. 서로에게 부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다. 한 끼를 해결해서 다행이다.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은 과일로 보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