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 수원이 며칠 전 개장했다. 경기 남부권 최대 복합 쇼핑몰이며, 1세대 가족 중심몰에서 MZ세대를 겨냥한 2세대 스타필드라고 홍보하니 내심 궁금했다. 어제부터 인파로 가득한 사진이 인터넷에서, 다녀온 사람들의 SNS를 타고 퍼졌다. 특히 코엑스몰의 별마당보다 규모가 크다는 말에 가고 싶었다. 2017년 개관 당시 책으로 꾸며진 그 특별한 공간을 보며 가슴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펴다, 별을 품다"는 문구를 좋아한다. 책이 많은 곳을 좋아하니, 언젠가 책장으로 둘러싼 거실을 꾸미고 싶다는 로망을 갖고 사는지라 맘이 들떴다. 별마당에서 조용한 독서는 잘 안 되겠지만, 가끔씩 혼잡한 곳에서 책을 읽으며 쉬는 것도 나름 힐링이 되어 내 발로 찾아 나서는 편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개장 시간인 10시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으나, 주차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은 낯설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와, 대단하다"라는 감탄사만 입에서 줄줄 끊이질 않았다. 출입구에 길게 늘어선 검은색 패딩을 입은 사람들의 행렬이 건물을 에워싸고 있었다. 명품관 앞에서 줄을 서 본 적도 없고, 최신 디지털 기기를 사기 위해 줄을 서본 적도 없는 내가 이런 풍경의 일부가 된다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개점 후 첫 주말이라 뻔히 혼잡할 것을 알고서 나왔으니 그저 즐기기로 했다. 가끔씩 조용한 시골에 살다 읍내 장터구경을 가 듯 이런 복합 쇼핑몰에 오는 것도 재미있다. 세상의 변화에 놀라고, 자본의 힘과 사람들의 관심을 관찰할 수 있는 세상구경은 흥미진진하다. 다만, 소비의 유혹이라는 파도에 흔들리지 않은 굳건한 마음을 챙겨 가지고 와야 한다.
1층 게임 팝업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아이들이 주로 하는 브롤스타즈 캐릭터들의 환영을 받으며 온라인에서가 아닌 오프라인에서 게임을 해 본다는 게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거 같다. 1층을 벗어나니 다른 층은 오전시간이라 여느 쇼핑몰 같이 붐비지 않았다. 그저 규모에 놀라고, 그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운 입점매장에 다시 놀랐다. 기대했던 별마당 도서관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3층은 키즈 전용관이고, 4층부터 7층까지, 4개 층을 차지하는 웅장한 북타워에 진열된 약 3만 2천 권가량의 책이 압도적이었다. 층고가 높고, 우주에 온 듯한 행성들로 장식해 놓은 것도 포토존으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층마다 다른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고, 곳곳에 마련된 책과 의자, 계단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책을 펴서 읽을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여기저기 책을 든 사람들이 보였다. 사람들로 가득한 주말 같은 날은 책 읽기가 살짝 부담스러울 듯했지만, 3월의 어느 평일 오전에 아이들 학교 보내고 혼자 와서 제대로 즐기고 가겠다는 마음을 먹고 오늘은 눈요기만 했다. 그걸로 충분했다.
수원시민들과 인접 시민들로 가득한 핫플레이스를 찾았다. 너도 나도, 한 번쯤은 구경올 만하다. 축구장 46개 크기인 연면적 10만 평(33만 1천㎡) 규모의 쇼핑몰에서 길을 잃을 정도이다. 점점 규모의 경제가 세상을 지배하니, 웬만한 공간은 성에도 안 찰 정도가 되었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SNS를 도배하는 숨 막히는 곳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신기한 인간이다. 다음번 별마당 방문을 기대해 본다. 오후가 되기 전, 일찍 주차장을 빠져나와 뉴스에서 전하는 혼잡 없이 무사 귀환했다. 주말 오후에는, 품어온 별을 살피며, 책을 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