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일까?
생각만으로도 떨려온다.
다음 주 목요일, 11월 14일은 수능일이다. 지난 10여 년간 수능무풍지대로 자각 없이 조용히 지나쳤었는데, 올해부터 주변에서 수능을 앞둔 학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같은 유치원 졸업생이라는 인연으로 커피 타임을 갖는 아들 친구 엄마 둘이 있다. 그중 한 엄마가 수능을 코 앞에 둔 선배맘이다. 자그마한 선물로 응원해주고 싶어 옆 동네 대형 베이커리 샵에 다녀왔다. 역시나 수능선물세트가 한편에 마련되어 있었다. 초콜릿, 찹쌀떡, 쿠키를 여러 가지 조합으로 구성한 선물세트가 눈길을 끌었다. 그중 하나를 고르고 빼빼로까지 보너스로 챙겨 선물을 꾸렸다.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적당하다고 느낄 정도로.
"언니, 별거 아니지만 딸에게 전해주세요. 우리도 응원할게요!"
수능 초창기였던 그 옛날. 미리 전해줘도 되는데 꼭 시험 전날 집으로 찾아왔던 지인들이 생각났다. 삼 남매의 장녀였기에 만인의 관심을 받았다. 방에서 나와 그분들께 인사를 했지만 어쩐지 부담스러웠다. 조용히 엄마에게, 아빠에게 엿과 찹쌀떡을 전해주고 가셨으면 좋으련만. 굳이 집안으로 들어오셨다. 본인들은 응원한다는 좋은 의도로 저녁 시간을 내서 찾아와 얼굴까지 보고 가셨겠지만, 긴장한 수험생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다. 왜, 부담과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셨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성적인 성격에 입시 부담이 컸던 내 입장에서는 그랬다. 그저 '가볍게 먹을거리가 늘어 좋네, 이렇게나 신경을 써주시네'라고 생각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하루 전날에는 차분히 마무리하는 시간을 보내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학부모가 된 지금, 주고받는 정은 여전히 지나칠 수 없다. 얼굴도 모르는 지인의 딸이지만, 부모 입장에서 응원하는 마음은 하나이고 뒷바라지하느라 애쓴 지인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일주일 전쯤 가볍게 간식으로 먹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마음을 전했다. 오랜만에 눈여겨본 수능용 간식 선물은 크게 변함없었다. 예전에는 철석같이 붙으라고 엿과 찹쌀떡이 인기였으나, 요새는 달달한 선물로 초콜릿이 대세이다.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빼빼로데이 판촉과 결합한 듯 초콜릿 마케팅이 한창이다. 내년에는 지인이 아닌 시댁 조카가 첫 스타트를 끊는다. 그 후 2년 뒤 시댁 조카와 친정 조카, 그렇게 5년 뒤엔 아들이 수능을 본다. 예정된 시간은 점점 다가온다. 초등학교 6년과 달리,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은 휙휙 지나갈 것이다. 이미 중학교 1년은 거의 지나갔고 다가올 시간도 훅훅 눈뜨고 감고 하다 보면 어느새 지나가겠지. 수능 선물을 챙기다 보면 어느새 우리 집 차례가 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떨린다. 통과의례 같은 대학입시 경주 트랙 위에서 아이들이 앞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못 자고 못 놀고 학업에 매진한 이 땅의 학생들 모두에게 초콜릿 선물은 할 수 없지만 그날만큼은 경건한 마음으로 응원을 보낼 것이다.
"수험생 여러분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