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화강고래 Dec 14. 2024

동네 사랑방으로 보였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61

걷는 속도에 상관없이 주변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익숙한 곳이든, 낯선 곳이든 가리지 않는다. 이번주 예상치 못하게 한의원을 다니면서 상가 1층에 위치한 뚜레쥬르 카페를 매번 지나쳤다. 오전 10시 전후였는데 매장 안에 사람이 가득했다. 이 시간에? 한 번은 아이들 간식을 살까 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시끌벅적한 그곳에는 50대 이상의 중년 여성들이 삼삼오오 앉아 계셨다. 가끔 남성 어르신들도 보였다. 왠지 모를 낯섦과 함께 인상적이었다. 여느 카페 같으면서도 아닌 듯. 일반 카페보다는 빵과 커피가 저렴하고 SNS에서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와 달리 젊은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동네 빵집이라 편하게 느껴졌을까? 빵과 커피가 어우러진 곳에서 모두들 즐겁게 오전을 보내고 계셨다. 실속형 브런치카페? 바로 여기가 핫플레이스가 아닐까? 가게 하나 건너 파리바게트 카페가 있지만 그곳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보통 매장처럼 점원만 조용히 있거나, 가뭄에 콩난 듯 홀로 앉은 손님이 간혹 있었다.


한때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가 서로 경쟁하는 듯했다.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승부가 정해졌다. 나란히 나란히 매장을 열고 누가 누가 더 많이 땅따먹기를 하나 싶었는데 이제는 파리바게트 매장만 자꾸 보인다. 우리 동네 근처 매장을 봐도 파리바게트 매장이 10개, 뚜레쥬르 매장은 달랑 2개다. 뚜레쥬르가 숫자상으로는 진 것 같다. 그런데 며칠 동안 관찰한 뚜레쥬르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동네 사랑방 느낌이랄까. 웃음소리가 가득한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매장 안 테이블은 사람들로 꽉 찼다. 파리바게트보다 인기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카페좋아하는 나는 가끔 들어선 매장 안을 둘러보며 생각한다. 내가 언제까지 스벅이든 카페든 거리낌 없이 커피를 마시러 갈 수 있을까라고. 40대 후반이 되면서 가끔 20-30대가 주로 가는 곳에 가면 어색해 눈치 보일 때가 있는데, 60대 이후에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앉아 있을 수 있을까? 나이 들어도 습관대로 행동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까? 젊은 시절부터 카페를 즐기셨을법한 분들은 자연스레 카페에 와서 머물다 가신다. 그렇지만 드물다. 우리 세대는 카페문화를 즐겨봤으니 노인이 되어도 체력과 경제력이 받쳐준다면 자연스럽게 출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보통 젊은 소비층 위주의 공간이 주를 이루다 보니 나이 들면서 갈 곳이 줄어든다. 누가 뭐라고 하진 않지만 어쩐지 불편한 느낌이 숨 쉬는 공간에 퍼져 있을 때가 있다. 나이대에 따라 구분 짓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건 아니지만 시니어를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점점 진다. 이미 노인인구가 많아진 세상에서 이들을 위한 공간 마련에도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또한 세대가 아닌 취향 따라 자연스레 섞이며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충전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들만의 세상인 듯, 빵집에 앉아 오전 커피타임을 보내는 큰 언니들이 행복해 보여 지나가는 나도 흐뭇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