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43
갑자기 회원 한 명이 단톡방에서 나갔다는 메시지에 시선이 멈췄다. 얼마 전, 운동을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 중이라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결국 떠나는 것으로 결론지었구나 싶었다.
그녀가 참여하는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몇몇 사람들과 커피를 마셨다. 강사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자기 때문에 주변사람이 불편한 게 싫어 고민 끝에 운동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했다. 평소 차를 마시거나 대화를 자주 해보진 않았지만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한 때 같이 뒷줄에 섰고, 가끔 내 자리를 맡아 주기까지 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부터 앞줄 중앙으로 진출하게 되었고, 강사는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 듯했다. 운동을 시작한 후 땀을 흘리자 스트레스가 풀려 마음이 가벼워지고, 같이 운동하는 언니들과 즐거운 커피타임을 즐겼다고 했는데, 긍정적인 효과보다 불편함과 부담감에 숨이 막혔나 보다.
본래 아이들 전용 태권도장이지만 오전에는 주부대상으로 근력운동과 다이어트댄스를 하는 공간이다. 회원들은 정해진 자리대신 원하는 곳에 서서 50분 근력운동을 하지만 맨 앞줄 서너 명을 제외하고는 앞으로 중앙으로 나서기를 꺼려한다. 작년 초까진 나도 두 번째 줄에서 꽤 자신 있게 운동을 즐겼다. 그것도 잠시, 가슴 보정물 부작용으로 3개월을 쉬면서 띄엄띄엄 운동을 한 탓에 체력 저하와 피로감 때문에 동작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쉬는 일이 많아졌다. 그 후 앞에 설 용기를 잃었다. 남들 땀 흘리며 운동하는데 멀뚱멀뚱 서 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네모난 공간, 20여 명이 서는 가운데 내가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곳은 왼쪽 맨 뒷줄이다. 숨을 고르고, 뻐근한 다리를 펴고 싶을 때 눈치 보지 않을 수 있는 자리, 누가 서 있다가도 나에게 기꺼이 양보하는 고정자리를 갖게 되었다.
뒷자리라서 그런지 어쩌다 강사가 자세를 잡아 주는 날이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살짝 어색했다. 관심받지 못해서 서운할 때도 있었다. 나에게도 눈길 한번 주지, 제대로 된 자세인지 한 번씩 교정해 주길 바랐다.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게 불편했다. 이젠 괜찮다. 더 이상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 만큼 감정적인 아쉬움을 많이 털어냈다. 자세 교정을 해 주면 받고 아니면 할 수 있는 만큼 강사의 몸놀림을 따라 하면 된다. 어디에도 없을 가성비 좋은 이 운동이 내게 가져다준 결과를 보면 그저 운동할 수 있는 것만으로 대만족이다. 부족한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골다공증 약을 2년째 안 먹고 있다. 청바지를 입을 때면 엉덩이뽕을 해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던 그 밋밋한 엉덩이는 3년이 지나 차곡차곡 살이 붙고 탄력이 생겼다. 그럼 됐지, 몸이 보여주고 있다. 내 자리를 사수하며 말없이 운동한 덕분이다. 월 수 금, 주 3일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50분 동안 상체하체 움직이다 보니 몸과 마음은 단단해졌다. 그래, 앞으로도 계속 운동할 것이다.
관심받지 않아서 오히려 좋다.
관심받지 못해도 그냥 한다.
그게 낫다.
타인의 관심보다 나의 관심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