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68
안 먹고 살 수도 없는데. 집밥을 먹을 때도, 외식을 할 때도 나오는 한숨을 피할 수만 있다면. 물가가 한없이 오르는 느낌이다. 외식도 마음껏 못하고, 해외여행 한 번 못 가고, 하루하루 숨만 쉬는데도 솔솔 돈이 빠져나 가 몸이 후덜덜거린다.
학원 수업 사이, 밥 한 끼 사 먹는 아들의 입에서도 밥값이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다.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었다. 라면이 가성비 최고의 한 끼 식사라고 힘주어 말하기까지 한다. 예전에 비하면 라면 말고도 배를 채울 수 있는 먹을거리는 상당하지만 다양해진 만큼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라면만큼 저렴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선택지는 없다. 편의점 라면이 비싸긴 해도 그나마 싸다. 일주일에 서너 번 사 먹는 경우,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식당 대신 편의점에서 후루룩 한 끼를 해결하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면서 바람 쐬고 산책하다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좋아하는 국밥도 13,000원, 치킨버거세트에 버거하나를 추가해야 배가 찬다는 남자 청소년에게 밥값은 심적 부담을 팍팍 준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별생각 없이, 그저 집 밖에서 먹는 즐거움을 누리며 식비를 쓰는 것 같았다. 집밥에 크게 애정이 없으니 골라먹는 재미에, 달달한 음료로 마무리했던 아이인데, 서너 가지로 메뉴를 정해 돌아가며 먹더니 근래 들어서는 편의점에 자주 가는 눈치다. 라면을 좋아하니 그 핑계를 대나 싶다가도 가정 경제를 위해 본인의 욕구를 통제한다고, 그 말을 믿게 되었다.
제가 돈을 벌면 잘 못 쓸 거 같아요!
힘들게 버는 만큼 아까울 거 같아요!
아직 용돈을 받아 쓰면서 그런 생각까지 하다니!
기특하다고 마구 칭찬해 줬는데, 아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밖에서 안 사 먹는 대신 집에서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달라는 주문을 걸어왔다. 한두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이제는 딱 1초간 눈치를 보다 당당하게 요구하니 아들 앞에서 저항하지 못하고 매번 항복한다.
네가 혼자 쓰는 것보다 엄마가 카드를 긁는 게 마음이 편한가 보구나!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한 엄마는 기분 좋게 먹고 힘내서 공부하라고 주문 버튼을 누른다. 우리 엄마가 그랬듯, 자식이 먹고 공부하겠다는데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입으로는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징징대면서 손가락은 아이들을 위하는 일이라며 밥 값을 쓰고 있다.
다른 집은 식비 용돈을 얼마나 줄까 궁금했는데 카페에 올라온 걸 보니 보통 하루에 1만원선이고 엄카로 제한 없이 쓰는 집도 있는 것 같았다. 요새 물가를 생각하면 한도를 주는 것도 미안할 정도인데, 가격표만 보면 신경이 쓰이고 자연스레 옛날이 그리워진다. 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작년 서울 기준으로 김밥, 김치찌개, 칼국수, 자장면이라는데... 그것도 식당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터라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밥심으로 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