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기의 원리에 대해서 잘 모른다. 전류, 전압, 저항, 전자기장 등 너무 복잡하다. 그렇지만 몰라도 문제없다. "사용"하는 건 쉽기 때문이다. 그냥 전자제품의 코드만 꽂으면 누구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전기는 이해해야 하는 게 아니라 쓸 줄만 알면 된다. 물론 이해하면 좋다. 하지만 일단 세탁기를 돌려야 하지 않은가? 전기의 원리를 이해하는 사람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아마 우린 아직도 손빨래, 부채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수두룩하다. 인터넷은 어떻고 와이파이는 어떠며 블루투스, 인터넷뱅킹, 수돗물 등 어떠한가? 여러분은 다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사용하는가? 적어도 나 자신은 모른다. 그냥 쓴다. 이 모든 것들을 작동원리를 알아야 한다면.... 아마 쓸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영어는 어떨까? 영어도 쓸 줄만 알면 되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만난 미국 친구들은 다 그랬다. 내가 "왜?"하고 물으면 한결같이 꿀 먹은 벙어리였다. 그냥 원래 그렇다라고 밖에 말을 못 한다. 즉 미국인들도 대다수 영어를 쓸 줄 아는 것이지, 왜 그렇게 써야 하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현재 유튜브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 대다수를 보면 거의 언어학자 수준이다. 영어의 작동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하면 박수를 받는다. 왜 이건 문법이 잘못되었는지 왜 문법은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나도 많이 배운다.
슬프게도 그 영상들을 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영어로 말 한마디 못한다고 나는 확신한다. 영어 한마디 못하는 사람들에게 영어 작동원리를 알려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그건 나중에 나처럼 영어를 잘하게 되고 나서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코드도 못 꽂는 사람에게 전기의 원리를 설명해봤자, 그 사람은 가전제품 절대 못쓴다. 먼저 코드 꽂는 법부터 가르쳐야 한다. 코드 잘 꽂으면 그때 가서 전기 원리 배워도 된다. 대다수의 미국 사람들은 영어의 원리를 모른다. 대다수의 한국사람들이 한국어의 원리에 대해서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언어학자가 되어야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게 아니다. 능숙하게 쓸 줄 알아야 원어민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