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의료 사망”이라는 잔인한 영화가 현실이라는 스크린에 상영되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이 현실이 비현실적이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펼쳐지고 있는데 줄거리를 바꿀 수 없는 관객처럼 의사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눈을 질끈 감아버리거나, 고개를 돌리거나, 귀를 막거나, 잠을 청하거나, 탄식하거나, 울거나, 외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대통령, 정치인, 관료들이 나라를 망치는 장면을 빈번하게 목격하다 보니 그들에게 국가는 맘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천국 같다. 국민의 국가와 그들의 국가는 적대 관계라 국민의 국가를 망쳐야 그들의 국가가 잘되는 것 같다. K드라마, K팝, K방산 등의 한류는 국민의 고통을 잠시 잊게 만드는 진통제고, 방역이나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시행되는 국민의 자율성, 자발성 제거 수술에 쓰이는 효과 좋은 마취제다.
그들은 국민이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으며, 용서할 수도 없지만 처벌할 수도 없는 존재들이다. 권선징악, 사필귀정 같은 세상의 법칙을 하나둘씩 무력하게 만들어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보란 듯이 잘 산다. 인생은 살아 볼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는 많은 문명의 요소들 예를 들면 행복을 추구하고 명예롭고 품위 있는 삶을 살 권리, 예부터 내려오는 선인들의 지혜, 사회구성원으로서 서로를 믿고 돕는 유대감, 부와 여가 혹은 지성을 추구하는 인간 실존을 파괴하는 한편, 국민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영역 밖으로 내몰아 아무리 법에 호소를 해도 소용없게 만든다.
그뿐이 아니다. 양심, 도덕, 정의 등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전복시켰다.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다. 가족애, 모성애, 그리고 종교인의 신앙심마저도 왜곡되거나 희미해졌다. 믿는 것은 돈과 물질뿐이다. 따라서 돈과 물질 없이는 결혼이나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코로나 판데믹 때 국민은 자유와 개성을 완전히 박탈당하여 5천만이 하나의 개인으로 조직되었다. 검증되지 않은 백신이 모두에게 투여되었고 마스크로 얼굴을 잃었다. 다양성은 사라지고 단수의 획일성만 존재하는 나라로 개편되었다. 인간을 획일화하여 복종시키는 전체주의적 전술에 먹히지 않는 예외적 인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과, 그렇게 하는 것이 매우 쉽다는 것이 나치즘과 볼셰비즘 이후 100년 만에 또다시 증명되었다.
의대정원 2000명 증원도 너무나 터무니없고 근거가 없는 것이라 처음에는 정치인이 절대로 지키지 않는 공약쯤으로 생각하였다. 더욱이 반지성주의 타파와 자유를 외쳤던 정부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일으키는 건 이전 정권과 다를 바 없었다. 의대 증원의 불합리 근거들은 전부 무시되었고 면허 정지시키겠다는 협박과 언론을 통한 중상모략으로 의사의 명예와 자존심을 짓뭉개고 의사로서 소명의식을 상실케 만들었다.
사실 그들이 이제 까지 해왔던 소위 ‘운동’은 합리, 근거, 객관성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들의 운동을 이해하는데 인과론이나 연역, 귀납, 유추에 의한 추론은 적절하지 않다. 다시 말해 그들 운동에는 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움직이자고 한 ‘결정’이 그들 운동의 기원이란 것이다. ‘결정’에 이유와 근거를 따지는 행위는 그들에게는 반항, 반역과 같은 것이다. 인과에 따라 어떤 행위를 이해하는 일반 사람들에게 그들의 운동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은 어떠한 근거도 없이 일어나므로 어떠한 설득도 통하지 않는다.
의료의 자율성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었다. 대다수 의사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직업에 대한 회의와 상실감을 겪고 있다. 인간을 총체적으로 통제하고 감시하는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음을 볼 때 자율성에 대한 훼손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산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