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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ngwon LEE Oct 30. 2023

상각: 제품의 가격을 낮추다

원가 구조

해당 제품의 개발비 100억은 생산 수량의 80%로 상각 처리하겠습니다.


원가를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두어야 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상각은 비용을 처리함에 있어 많이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償却: 고정 자산 가치의 소모를 각 회계 연도에 할당하여 그 자산의 가격을 줄여 간다” (출처: 네이버 사전), 영어로는 Amortization 또는 Depreciation이라고 지칭합니다.


일상에서 바라보면 상각을 할부로 볼 수 있습니다. 노트북 100만 원을 현금으로 일시에 지불할 수도 있고, 또는 3개월에 걸쳐 할부로 낼 수도 있을 거예요. 모든 제품들이 이러한 '나누어서 지급한다'는 개념의 비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차량을 개발할 때 가장 처음 업스트림 (Upstream) 단계를 거칩니다. 차량의 컨셉을 결정하는 과정으로 보시면 됩니다. 다음으로는 개발 단계를 거치고 이때 부품의 설계적 정의가 확립되고, 이를 어느 협력사로부터 구매할지 소싱 (Sourcing)이 진행됩니다. 그러면 협력사들은 제품의 견적을 제출하고, 그 견적에는 제품 개발비도 포함이 됩니다. 그런데 제품 개발비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비용이 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차량의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관장하는 헤드 유닛 (Head unit)을 개발하다고 보겠습니다. 협력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비로 100억을 요청하였다면, 해당 비용을 현금으로 한 번에 지급하기는 여러 측면에서 경제적이지 않습니다. 할부와 같은 개념이지요. 따라서 이때 예상되는 전체 생산 수량에 걸쳐 비용을 파트 단가에 녹여냅니다. 만약 20만 대에 상각 한다면 파트 당 5만 원의 비용으로 나눌 수 있게 됩니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차량 한 대 판매할 때 생기는 수익으로 개발비를 그때그때 지급할 수 있으니 현금 걱정이 훨씬 줄어들겠지요?


물론 할부에 이자가 붙듯이 상각에도 이자가 발생합니다. 이자율은 협의에 따라 조정될 수 있으며, 수량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상되는 전체 생산 수량이 30만대라고 한다면, 이 수량에 상각을 할 수도 있고, 또는 20~25만 대 정도만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예상과 달리 실제 판매가 더 많아지면 문제가 없지만, 그보다 적을 경우에는 상각으로 비용이 다 처리가 안되어 보상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비용을 예산으로 잡아야 되는 부담이 생길 것이고요.


상각을 계산하는 방법도 협의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는 엑셀의 *PMT 함수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대출 상환금을 계산하는 함수인데요, 연도별로 수량이 다른 것을 평균화하여 파트 단가에 녹여내는 방법입니다.

*5년간 6%의 이자율로 천만 원을 상각 한다고 하면,
PMT(6%,5,10000000) = 2,373,964원

이 비용을 20만/년 수량으로 나누면, 파트 당 12원이 됩니다.


통상적으로 금형비 (Vendor tooling)의 경우에는 상각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1차 협력사에서 2차, 3차로 금형 제작을 맡기게 되고, 그곳 협력사에서는 일시금을 주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입니다. (금형을 제작하는 회사들은 규모가 작은 편입니다. 그곳에서 1억, 2억의 비용을 몇 년에 걸쳐 나누어 받는 것은 회사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상각은 차량의 플랫폼화와 직접적으로 연결이 됩니다. 요즘의 차를 보면 아반떼, 그랜저 등 여러 세그먼트에 걸쳐 IT 기술이 공통적으로 적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상각의 효율화입니다. 고가의 차량에만 해당 기술을 적용한다면 상각 할 수 있는 수량이 줄어들 것이고, 이는 파트 단가의 인상을 야기합니다. 즉, 차량 판매가를 올리든지 또는 수익률을 떨어뜨리든지 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여러 세그먼트에 걸쳐 많은 수량으로 나누면 파트에 녹아드는 비용이 훨씬 낮아질 뿐 아니라 차량의 퀄리티 상승도 기대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사업자들도 상각을 많이 활용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떠한 제조기를 구매하였다면,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데 들어간 비용을 얼마 만에 회수해야 할지 고려하면서 판매하는 제품가에 녹여낼 것입니다.


큰 비용을 별 것 아닌 것처럼 녹여내는 상각의 효과를 요약하면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5백만 원짜리 백을 현금으로 지급하기엔 너무 부담된다. 하지만 12개월 할부를 하면 약 42만 원이 된다. 하루를 30일로 치면 1만 4천 원이 된다. 하루에 커피 두 잔 정도 안 마신다고 생각하면 백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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