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Kyungwon LEE
Mar 06. 2024
"다음 달에 설계 변경이 이루어지고 나면 불용재고가 생길 것입니다. 이에 한 달 치 발주 수량을 확정해 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설계 변경
양산 (Mass production) 후에도 끊임없이 설계 변경이 발생합니다. 품질 향상을 위하여 외관이 바뀌기도 하고, 원가 절감을 위하여 무언가를 빼거나 소재를 변경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주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설계 변경이 될 때 불용재고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통 Running change 변경 즉, 현재 재고를 다 소진시킨 후 다음 파트로 변경을 하면서 재고를 관리합니다. 그러면 불용 재고가 생기지 않게 되지요.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 적용 시점이 고정되어 움직일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차량 카탈로그에 명시되어 이벤트 시점에 맞추어 변경해야만 하는 것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적용 시점을 움직이기 어려운 조건에서는 A/S (After Service) 용으로 재고를 소진시키는 방안이 있습니다.
불용재고는 어떻게 해서든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말 그대로 쓸 수 없는 재고이기 때문에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협력사에 지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돈이 나가는 거지요. 그런데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불용재고 최소화
이벤트 시점에 맞추어 발생하는 설계 변경이 있었습니다. 적용 시점을 움직일 수 없었지요. 그런데 설계 변경이 되고 나면 전 파트의 소요량은 0이 됩니다. 심지어 판매 지역 특성상 A/S 소요량도 연 100개 수준밖에 되지 않았고요. 즉, 불용재고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협력사에서 발주 수량에 맞추어 정확하게 생산하고 납품하면 되지 않냐고요?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해당 파트는 제품의 품질 보장을 위하여 생산 후 2주간 방치하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쪽에서 확정 발주는 3일 전에, 예시 발주는 5일 전에 냅니다. 따라서 협력사에서는 납품이 끊기지 않도록 하려면 자체 판단하에 여유 수량을 생산해야 합니다. 예측이기에 정확한 수량을 맞출 수가 없는 거지요. 거기에다 해당 생산 라인이 전용 라인이 아니라 공용 라인이기에 가동 스케줄을 이쪽 상황에만 맞추어 조정하지도 못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불용재고가 하나도 생기지 않게끔 조절하는 것은 안 될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관계된 담당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최소한 불용재고가 적게 생기는 방향을 의논하였습니다. 먼저 협력사와 저희 공장에서 확보하고 있는 수량을 정확하게 확인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예시 발주 수량을 5일에서 2주로 늘려서 잡았습니다. 협력사에서는 완전히 이쪽 요구에 맞추어 생산 스케줄을 조정할 순 없으나, 2주로 늘린 발주 수량에 맞추어 생산 일정을 며칠 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도 생기는 불용재고는... 바이어인 저와 영업 담당자 간에 협의하여 비용을 풀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예정된 단가 인하 시점을 뒤로 미루거나, 또는 신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비용을 조절하는 것으로 합의하였습니다.
협업
이런 일들을 만나면 사람들과의 협업이 중요한 것을 많이 느낍니다. 회사에는 규정이 있고 자신이 위치한 자리에서 책임져야 될 일들이 있는데, 그 외에 일들에 대해서는 보통 잘하려 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마음을 쓰면 일이 더 쉽게 풀릴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이러한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게 일을 잘하는 것이며,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