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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Mar 29. 2024

한나 파울리, Breakfast time, 1887

아침 준비


스웨덴의 사실주의 화가 한나 파울리(Hanna Pauli)의 〈아침 식사 시간〉이란 그림이다. 그림을 처음 보는 순간 싱그러운 아침의 공기가 느껴졌다.      

이 그림은 르누아르 화풍에 영향을 받아 빛을 받은 모습을 그림에 담았는데 당시 북유럽 사람들은 하얀 식탁보를 얼룩덜룩하게 그렸다며 무시했다고 한다. 당시 하얀 식탁보는 그냥 흰색으로 칠하던 시절에 뭐가 묻은 거처럼 보인다고 평론가들까지 악평을 쏟아낸 그림이다.     


나뭇잎 사이에 빛이 내려와 하얀 식탁보가 일렁이는 느낌이 든다. 은식기와 도자기도 햇살을 받아 푸른빛을 띠고 있어 신선함이 뺨으로 전해지는 것 같다. 정원에서 아침 식탁을 준비하는 하녀의 모습을 보여 주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1889년 파리 세계 박람회에 이어, 1893년의 시카고 세계 박람회에서도 전시되었다.           

하녀의 수고로움으로 누군가는 행복한 아침을 열겠지만, 컴컴한 새벽녘부터 아침을 준비하며 고달프게 움직였을 그림 속 여자의 수고로움이 생각나게 한다.     


이왕이면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품격 있는 사람이길 바라며 그림을 보고 있다. 누군가가 누리는 혜택은 또 다른 누군가의 수고로움과 희생이 깃들여 만들어지는 것이지 당연한 것은 없다.     

공무원 재직할 때 자주 듣던 소리가 내가 낸 세금으로 먹고살면서 내 요구를 안 들어준다며 화를 내는 사람들을 종종 봤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도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한 것 같다.      



서비스 대가


미국 여행 시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팁을 줘야 하는 데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팁 문화가 없는 우리한테는 가는 곳마다 친절하지 않은 서비스에 부가세보다 높은 팁을 제공하는 게 불편하다.    

  

미국의 팁 문화는 남북 전쟁이 끝나고 미국 부자들이 유럽의 팁 문화를 배워오면서 시작되었다. 흥미로운 건 당시 미국 부자들이 돈 자랑을 하느라 꽤 많은 금액을 팁으로 줘 유럽 사람들이 못마땅했다고 한다. 미국의 사업주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조금 주고 나머지는 손님한테 팁으로 충당하게 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했고 종업원들은 팁을 받으려고 열심히 일해야 하는 구조였다.    

  

월급이든 팁이든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지급은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팁 인플레이션과 월급을 전가한 미국 사업자들의 얕은수가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아 불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비스의 제공도 세월에 따라 변화하면서 카페나 식당에선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로봇이 테이블로 음식을 가져다주는 세상이 되었다. 문화예술 분야도 예매 문화가 자리 잡았고 기차를 타더라도 앱에서 예약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지만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밥 한 끼 사 먹는 것도 어려워지는 세상이 되었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은 정당한 이용료를 지불해야겠지만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도 소외감 없이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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