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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Apr 11. 2024

완주의 봄

남편과 함께한 봄의 시간

봄의 시간 속으로


봄이 오는 장면을 집에서 바라만 보다 오늘은 남편과 완주로 여행을 왔다. 여기저기 봄이 한창이었다. 꽃송이가 꽃송이가 그래 그렇게 활짝 피어나 있었다. 투명한 물감으로 그려 놓은 것처럼 꽃핀 세상의 모습은 그림보다 아름다워 설렌다는 말로 부족할 만큼 화사했다. 느끼지 않는 시간은 모두 사라지는 법 봄이 왔어도 느끼지 못한다면 봄이 오지 않은 거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주 비비정에 차를 세워놓고 천변 따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따라 걸었다. 하늘하늘 바람에 벚꽃 잎이 날리는 모습은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 길을 30년을 같이 산 남편과 이렇게 걷고 있노라니 새삼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 오랜 시간 한결같이 옆에 있어 준 남편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다.

우리 부부 힘든 일도 좋은 일도 함께하며 살다 보니 성격도 외모도 닮아 가는 것 같다. 혹독한 겨울의 추위도 결국 지나갈 뿐이라는 걸 봄이 오고서야 우리는 알게 된다.

자전거 타는 연인들의 모습이 우리 앞으로 지나간다.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니 그들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막 걸음마를 뗀 아이는 까르르 웃으며 엄마를 향해 뒤뚱거리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엄마는 두 손을 벌려 아이가 오기를 기다리며 행복한 미소를 보낸다. 30년을 넘게 같이 산 남편의 흰머리 위로 꽃송이들이 눈처럼 살포시 내려앉는다. 살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봄이다. 벚꽃은 필 때도 아름답지만 떨어지는 순간도 아름답다. 떨어지는 순간까지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봄의 문화 속으로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시장을 자주 들르는 편이다. 시장에 가면 분주한 움직임 때문인지 활력이 느껴진다. 빨간 플라스틱에 담긴 굵은 햇딸기가 햇볕을 받아 윤기를 내니 먹음직스럽다. 삼례전통시장에서는 살아있는 닭을 직접 잡아 파는 집이 있다. 주인 손에 잡힌 닭의 울음소리가 처참해 마음이 짠하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닭집 앞에서는 중년의 아줌마가 태연하게 닭을 사기 위해 죽음의 의식을 보며 기다리고 있다. 통닭을 맛있게 먹어가면서도 이런 장면엔 익숙지 않아 얼른 닭집을 지나친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면서 만나는 반찬가게, 꽈배기 튀김집, 알록달록 꽃무늬 펜션의 옷 가게, 물건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들의 모습, 사람 사는 게 별거 있나 이런 게 사람 사는 모습이지. 떠들썩한 시장에 오면 살아 있다는 게 실감이나 재미 삼아 시장 구경을 한다. 맛집으로 유명한 순대국밥집에 들러 소머리 국밥 한 그릇으로 시장기를 달래고 나와서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이동했다.


삼례문화예술촌으로 가는 길에 빈센트 반 고흐 전을 알리는 전시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이는 걸 보았다. 이곳에서 고흐를 만날 수 있다니 생각지도 않았던 전시를 보게 되었다. 삼례문화예술촌은 1920년대에 세워져 일제 강점기에 호남평야의 쌀을 수탈하여 그 쌀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이다 2013년 지역 문화 예술 재생 공간으로 재탄생 한 곳이다.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에서 지난 1월 18일에 시작한 네덜란드 출신의 빈센트 반 고흐 전이 이번 달 30일까지 개최되고 있었다. 완주에서 고흐 전을 본다는 게 좀 이상하긴 해도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실내가 꽤 넓었다.

<고흐의 자화상>, <해바라기>,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테라스>, <밀밭, 사이프러스와 함께> 우리에게 익숙한 고흐의 작품들이 전시장에 온 관람객을 반긴다. 물론 진품이 아니지만 사이즈가 커서 볼 만했다.  


삼례문화예술촌 제3전시관에서는 지역작가 공모전 두 번째 김계형 작가전 HAPPY MY LIFE(화양연화)도 개최되고 있어 전시를 둘러보았다. 오방색을 사용해 작품이 이 봄과 잘 어울린다. 작가는 봄꽃을 '제스톤'이라는 재료를 사용해 표현했는데 멀리 서는 아름다운 꽃으로 보이고 가까이서는 꽃잎의 질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4월의 풍경을 전시장 안으로 옮겨온 듯 화사한 꽃의 자태를 볼 수 있는 전시다.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지에서 뜻하지 않게 작품 감상을 하기도 하고 시장에서 떠들썩한 사람 사는 풍경을 만나기도 하고 벚꽃의 아름다움과 마주하기도 했다.

익숙한 사람과 떠나는 낯선 여행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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