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잠시라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희 Sep 23. 2024

오래된 시계

지나온 시간들이 안갯속에 흩어지고
한 조각의 기억으로 박제된 그리움을 안고
초침이 멈춘 시계를 보며 그날의 숲으로 몸을 던진다


처음이라 서툴렀던 너의 시간 안에서
너는 앵무새처럼 재잘댔지
바람을 가볍게 스치던 그 소리


말없이도 서로의 마음을 읽던 순간들
젊음이 사그라들던 여름밤이여

초침은 사라지고 숫자만 박제되었지


넌 여전히 그때의 모습 그대로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구나

나는 그 시절 나로 돌아갔으나
불안 속에도 변치 않은
우리의 이야기가
쪼개진 나무껍질처럼 

갈라져 버렸어

너를 만나면
다시 만나면
멈춘 시간 속에 너를 남기고
너를 기억 속에 묻어둔 채

나는 다시 떠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리움 한 스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