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시간들이 안갯속에 흩어지고
한 조각의 기억으로 박제된 그리움을 안고
초침이 멈춘 시계를 보며 그날의 숲으로 몸을 던진다
처음이라 서툴렀던 너의 시간 안에서
너는 앵무새처럼 재잘댔지
바람을 가볍게 스치던 그 소리
말없이도 서로의 마음을 읽던 순간들
젊음이 사그라들던 여름밤이여
초침은 사라지고 숫자만 박제되었지
넌 여전히 그때의 모습 그대로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구나
나는 그 시절 나로 돌아갔으나
불안 속에도 변치 않은
우리의 이야기가
쪼개진 나무껍질처럼
갈라져 버렸어
너를 만나면
다시 만나면
멈춘 시간 속에 너를 남기고
너를 기억 속에 묻어둔 채
나는 다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