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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가 신효인 Oct 09. 2024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콘서트 관람 후기

AI 아니에요!!


첫 덕질 일기


2024년 10월 5일 - 6일

테라에서 잠깐 벗어나, 아스테룸 다녀왔다.


6시간의 여행은 벅차게 행복했다.


아스테룸 여행을 떠나기 직전,


사회에서 그 나이의 청년에게서 기대하는 바, 그리고 그 나이에 마땅히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걸 안 하고 있는 건 이기적인 거야.


서른.


그 숫자 3이 뭐라고 붙자마자, 누군가와 안부를 나눌 때면 이런 말을 꼭 듣는다. 여기서 말하는 기대하는 바, 의무는 바로 안정적인 직장 생활과 결혼 그리고 출산-육아.


아.. 그런데 정말 고맙게도 주변 사람들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줘서..ㅎㅎ 감사하죠.


부모님께서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속은 그렇지 않으실 거라는 말에 나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아닌데. 우리 엄마가 진짜 하고 싶은 거 아쉬움 없이 해도 된댔는데. 그래도 되는, 그래야 되는 나이라고 했는데. 엄마, 사실 엄마 속은 그게 아니었냐고 순간 묻고 싶어 졌었다. 물으면 우리 엄마는 단단하게, 흔들림 없이 또 '그래도 된다'라고 말해주시겠지. 안 물어봐도 된다.


하지만 이미 찐득하게 내게 잔뜩 묻어버린 저 말은 나를 괴롭게 했다. 닦아내려 할수록, 얼룩을 늘리며 번졌다.


나 계속 작사 붙들고 있어도 되는 걸까? 계속 글 써도 되는 걸까?


요즘 부쩍 시끄럽고 복잡한 맘이 아파 새벽에 엉엉 울었다. 작사가라는 꿈을 향해서 외롭고 어두운 길을 걷는 동안 많은 밤을 이렇게 지새웠다.


축축하고, 서늘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나의 공간 속에 빛이 시나브로 들었다. 다섯 명의 외계인, 플레이브.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사진 출처: 블래스트 Ent.)


실패를 더 많이 해봐야 된다고 생각이 들어요. 정말 많은 실패를 해봐야 그래야 이제 기회가 오고, 그 기회에 뭔가 고난이 왔을 때 그걸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지 아는 것 같아서 지금의 아프고 힘들고 이런 거 너무 감사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화이팅!
- 플레이브 밤비


다섯 명은 아주 오랜 시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행동했고 도전했고, 일어서고 또 일어서서 덤비고 또 덤볐다. 현재 대중 음악계에 새로운, 아주 굵고 진한 획을 그어내고 있는 플레이브는 자신들의 모든 과정과 매 순간의 선택이 아주 유의미했음을, 헛되지 않았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들을 보며, 눈물을 닦고 꿈을 계속 꾼다.


정말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플레이브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으니까.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내다 보면, 나도 언젠가 꼭 내 꿈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연히 마주친 플레이브는 어느새 나의 우주에서 아주 큰 의미를 가진 존재가 되었다.


플레이브를 만나러 주말에 아스테룸에 다녀왔다! 첫날은 온라인으로, 둘째 날은 직접 방문했다.

* 아스테룸: 플레이브가 사는 카엘룸과 플리가 사는 테라(지구) 사이 중간 별. 플레이브가 활동하고, 팬들인 플리와 소통하는 공간.


Hello Asterum! Encore (사진 출처: 블래스트 Ent.)


공연 티켓은 그저 '입장권'에 그치지 않는다.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우리가 함께 보낸 소중한 몇 시간, 그 시간 속의 나와 아티스트, 그 당시 느꼈던 감정과 내가 잠겨 있었던 그 장소의 분위기,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농담-장난-웃음-눈물이 그 티켓 한 장에 고스란히 담긴다. 꺼내 들면, 그때의 우리가 쏟아지는 거다. 티켓에 새겨져 있는 아티스트명과 공연 이름, 포스터 이미지, 공연 날짜 등 하나하나에 "추억"이 아주 진하게 물들기에. 소중해. 모바일 티켓이 등장하면서 지류 티켓도 귀해진 판국에 이렇게 예쁜 포토카드 티켓이라니.. 행복했다.

공연 티켓. 최고다.


공연 시작 시간을 조금 남기고, 뮤직비디오가 틀어졌다. 아스테룸에 온 게 실감이 났다. 둑흔-.


볼 때마다 같은 감상이 드는데, 인트로 영상이 진-짜 예쁘다. 영상미 대박. 속도감과 무빙 때문에 마법 양탄자에 올라탄 기분이 들기도 하고, 어디론가 빨려가는 듯한 기분도 든다. 플레이브가 머물렀던 장소들을 지나, 플레이브가 우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걸까. 누비는 공간의 크기와 아름다움에서 약간의 압도감도 느껴지고 동시에 쓸쓸함도 들었다. 플레이브가 늘 있던 곳인데, 텅 비어있어서.


영상이 끝나고 곧이어 플레이브 등. 장.


<기다릴게>

첫 곡으로 애국가 <기다릴게>가 나오는데 정말 벅찼다. 피아노 선율에 이끌려 가, 쏟아지는 비트와 세이렌의 목소리에 갇히는 곡. '매일 이렇게 난 늘 혼잣말을 해 always... 수 백 번씩 준비한 brithday 아무 말도 없이 지나간 걸' 가사는 매번 나를 울린다.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외로움이 느껴져 먹먹해. 그 시간을 지나서 플레이브와 플리가 만나 이 곡을 부르고 듣고 있으니.. 울컥하는 감정이 휘몰아칠 수밖에. 배경과 퍼포먼스가 그걸 더욱 고조시킨다.


얘들아 안녕? 나는 플리야. 너희가 너무 보고 싶었어. 잠깐 기다리니 돌아왔구나. 그게 바로 너구나 플레이브!


응원법에 담긴 플리의 짧은 답가가 플레이브의 오랜 혼잣말에 마침표를 콕.


<I Just Love Ya>

기다리는 긴 시간 동안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원 없이 하는 느낌의 곡. 울분이 아주 조금 섞여 터지는 애정 같달까. 사랑받는다는 기분이 물씬 들게 하는 가사다. 유일한 스탠딩 마이크 무대. 반짝반짝 그라데이션으로 바닥에서부터 스탠딩 마이크가 솟아난다. 버츄얼 아이돌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진기명기. 볼 때마다 신기하고 짜릿해.


https://youtube.com/shorts/QyiUA3IAY20?si=Nw7cdpEWX39hQlF0

4월콘 <I Just Love Ya>(출처: Youtube @memory_archive)


<I Just Love Ya> 무대 끝나고 암전이 늦게 돼서, 청 제복 입은 채로 <왜요 왜요 왜?> 시작 대형을 잡는 희귀한 장면을 보았지 ㅇ0ㅇ


<왜요 왜요 왜?>

콘서트 라이브는 묵음 처리 없이 듣는 맛이 진짜 최고b. 눈치 안 보고 우리끼리 노는 느낌 너무 좋잖아. 배경도, 춤도, 노래도, 멤버들도 다 예쁘고 너어어어어-무 귀여운 무대. 응원법도 재밌당. '뿌뿌'가 나의 최애 파트. 뿌뿌우~


그런데 이 무대에서부터 심장이 터질 뻔했더라지. 와아- 공연장 사운드가 진짜 장난 아니었다. <왜요 왜요 왜?>의 비트에 맞춰서, 바이킹 타면 뚫리는 느낌이 드는 가슴께 커다란 동그라미, 정확히 그 부분이 계속 쿵쿵쿵 울렸다. 주먹으로 명치 위를 쾅쾅쾅 내리치는 느낌. 공연 내내 정서적인 전율에 물리적인 전율까지 더해지니, 심장이 남아날 리가.


<버추얼 아이돌>

제목답게 '버추얼 아이돌' 정체성이 정말 잘 담겨있는 곡. 객관화 위에 마구 휘갈겨진 솔직함 덕에 가사 한 줄, 한 줄 쾌감이 최고다. 자신들로 인해 업계에 일으켜진 반향과 반항으로 명작을 만들어, 되려 장악하는 형태다. 신선한 곡 스타일에 위트 있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가사, 심어진 여러 킬링 포인트 덕에 듣는 내내 다음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노래. 'Billie Jean is not my lover'이 최애 파트다. '네가 우기는 건 진짜가 아니야'라는 메세지를 더할 나위 없이 센스 있게 담아낸 것 같아서. 춤과 무대 퍼포먼스 빼고서는 이 곡을 완전하게 감상했다고 할 수 없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 무대가 진짜 재밌다b.


<Pump Up The Volume>

full 퍼포먼스가 너무 궁금했던 곡인데, 와- 한 편의 뮤지컬이었다. 이전 플레이브 무대와는 완전 다른, 아예 새로운 스타일의 무대였다. 라방에서 즉석으로 만든 멜로디가 몇 달 만에 콘서트 셋 리스트에 오르는 곡이 되다니. 플레이브는 '될까 싶은 걸 결국 되게 만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이 곡으로 또 한 편 더 써 내렸다. 마라고백(PUTV 데모 가제)을 <Pump Up The Volume>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플레이브가 가진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힘'이 뭔지 알아차렸다. 플레이브는 미완성으로부터 느끼는 애틋함 위에, 완성으로부터 얻는 쾌감을 늘 올려준다. 미약하고 서툴고 불완전했던 존재가 나와 함께 또는 나로 인해 완전해진다면, 그 존재를 아끼고 지키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애틋한 만큼 눈물 나게 귀중해질 수밖에. 플레이브도, 플레이브 방송도, 플레이브 음악도 플리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이유이다. 참, 그리고 응원법에서 '언제나 기다릴게. 바로 여기 테라에서' 부분이 너무 좋았다. '네가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던 지난 날들만큼, 아니 그 이상도 난 언제나 여기에서 기다려.' 기다린다는 말은 엄청난 사랑을 품고 있구나.


코너 <인사이드 플리 - 투머치 플레이브 - 파우치 - 기억의 저편>

컨셉, 구성, 밸런스 등 다 좋았다bb. 재미, 의미, 볼거리, 들을 거리 가득가득. 그나저나 내 아이돌이 개그맨이라니.. 다들 콩트를 왜 이렇게 잘하는 걸까.. 썰을 어쩜 그리 재밌게 푸는 걸까.. 어찌 그렇게 자기들끼리 케미 터지게 노는 걸까.. 방송에서 못 웃기면 잠이 안 온다더니 진짜인가 보다ㅠㅠㅋㅋㅋㅋ


코너 끝에서 들었던, 기억에 크게 남은 멘트가 있다.


부정적인 감정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면 좋겠습니다.


나는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그런 감정을 일으킨-그런 감정을 가진 나를 미워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래도 괜찮다'라고 들으니, 내 몸 어딘가에서 쿠웅- 하는 느낌이 들었다. 전날 울었던 터라, 선물 같은 문장이었다.


<내 손을 잡아_ 밤비 cover>

너무 예뻤다. 너무 예뻐서 넋 놓고 본 무대. 인물도, 배경도, 효과도, 노래도, 목소리도 다 예뻤다. 떨어지는 꽃잎들 사이에서 외치는 내 손을 잡으라는 노랫말은 무척이나 간절하게 들렸다. 꽃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잡아야 할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놓칠 것만 같은 느낌. 사라지지 않도록, 아스테룸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꼬-옥 잡고 있어야겠다.


https://youtube.com/shorts/Tm0P0c49pKU?si=-dcO2dPlFyo2VXGc

4월콘 <내 손을 잡아> (출처: Youtube @luce03129)


<Lit>

동네 사람드을!! 플레이브 콘서트에서는 아티스트가 오토바이를 타고 무대에 등장해요!! 이런 거 본 적 있슈?! 없쥬?! 와우.. 오토바이 등장 씬은 공간감 연출이 엄청났다. 오토바이 움직임에 따라서 화염 특수 효과도 나오는데, 몰입감 최고였다. 현장에서 직접 보니 훠얼-더 멋있었다. 트랙이 깔리고부터는 오직 랩만으로 그 큰 공연장이 장악됐다. 꾹꾹 눌러 읊조리는 파트 뒤에 고조되다 몰아치는 곳에서 'lit'으로 오천만 플리 대동단결. 아, 랩 진짜 좋다.


https://youtu.be/7AJ7QlsLAk0?si=FnYzaocAadiX_ORL

4월콘 오토바이 등장 씬 (출처: Youtube @xxxxxxxxxxz_)


<Next Level_밤비 은호 cover>

유일한 페어 무대이자, 춤과 노래 모두 full cover 한 무대. 'Let me introduce ma men, Bamby!'를 외치는 인트로부터 쾌감 max. 일렉 사운드 가득한 편곡 진짜 너무 좋고요. 곡 시작부터 끝까지 둘이서 힘껏 뱉는 에너지, 두 목소리의 합. 창작 안무-랩 등 무대를 채운 모든 게 완벽했다. 애초에 그렇게 써지고, 만들어진 것처럼..! 야타즈 최고다 진짜.


<The Search_하민 cover>

이 무대는 글로 쓸 수 있는 게 없다.. 없어.. 그 엄청난 액션을 글로 담지 못 해.. 쭉쭉 끌고 나가는 랩도 너무 좋은데 액션이 진짜 도레미쳤다. 아이디어도, 구현한 기술력도, 또 수행한 아티스트도 진짜 파솔라시도레미쳤다. 최애 파트는 칼리고로부터 타격을 받았을 때, 플리와 플레이브로부터 힘을 얻고 각성하는 부분. 받은 공격 에너지를 자신의 에너지로 다시 뿜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숙제를 해결해 결국 자신을 증명해 보이겠다던 멤버의 평소 마인드가 고스란히 담겨 좋았다. 칼리고 처단하고서 생긴 주황색 균열은 뭘까? 칼리고와의 싸움으로 인해 발생한 에너지로, 멤버가 갇혀 있던 큐브에 균열이 생긴 걸까? 예외적으로 태어나게 된 배경을 무대로 보여준 걸까? 그래서 마지막에 ERROR 메세지가 뜬 걸까? 뭘까. 궁금해. 아 세계관 추측 너무 재밌. (칼리고는 사실 플레이브 자기 자신이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하는, 자신의 꿈을 좀먹는 또 다른 '나')


https://youtube.com/shorts/O0JZmApvFtI?si=GQRTx7BaR9f-WKv6

4월콘 <The Search> (출처: Youtube @d0lphinebubble)


<여섯 번째 여름_Band ver.>

진짜. 진-짜아-아- 좋아하는 노래. 사계절 내내 듣는 사람 저욥. 드럼 소리가 있는데, 현악기 소리가 비중이 높아 Band+오케스트라 버전 같은 편곡이었다. 현장에서 스트링 사운드가 정말 잘 들려서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황홀하기까지 했다. 곡이 시작될 때부터 무대 배경에 내렸던 비가 어느새 그치고, 음악이 고조되며 메리골드 꽃잎이 멤버들 머리 위로 우수수 내리는데 울컥하는 감정이 들었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는 메리골드의 꽃말처럼, 멤버들이 정말 결국에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았구나 싶어서. 공연장 좌석을 꽉 채운 플리들에게 둘러싸인 플레이브 모습에 연출과 서사가 겹치며 감동이 배로 느껴졌다.


<Drowning_노아 cover>

베텔기우스와 함께 레전드로 꼽히는 그 커버. 드디어 현장에서 들었다..!! 너무 좋았다는 말 말고 어떤 표현이 가장 좋을까 한참 고민하는 중이다. 없다. 너무 좋았다. 엄청난 보컬이었고, 엄청난 무대였다. 그 큰 공연장을 물에 잠기게 한 무대 연출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무대가 시작되고서 '어..? 뭐야..? 나 물에 잠긴 거야..?'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진짜였다. 내가 물속 깊이 잠긴 채로 아티스트를 올려다보는 그림이었다. 스포트라이트의 동그란 모양 때문에 아티스트가 밤하늘 위의 달 같기도 했다. 물에 잠겨 바라보는 나의 별. 어두운 물속을 보여주는 전광판 위로 무대 천장에서 바닥까지 내린 대형 천이 뿌연 느낌을 더해주어, 정말 물에 잠긴 듯했다. 아이디어와 표현력, 기술이 경이로웠다. 매 무대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버추얼 아이돌 콘서트가 아니고서 이러한 연출이 어찌 가능할까. 꼭 현장에서 봐야 하는 포인트들이 많다. 첫 번째 후렴이 시작되자, 조명이 터지듯 밝아지고 덮여있던 천이 빠르게 걷혀내리며 아티스트가 제 모습을 선명히 드러냈다. 쾌감 최고였다. 공연장을 터트릴 듯한 아티스트 목소리에 더해진 떼창 하는 플리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노래 가사대로 정말 빠져 죽어도 좋았다.


영상보다 현장에서 더 리얼하게 느껴지는 물에 잠긴 연출


<Watch Me Woo>

글라스 아트 배경이 진짜 너어-무 예뻤다. 홀려버림. 안 그래도 사람을 홀리는 무대인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개인적으로 <Watch Me Woo>의 [기다릴게 - 나르시시즘 - 134-1] 안무 서사를 무척 좋아한다. 안무 서사와 함께 <Watch Me Woo> 가사를 곱씹다 보면 '<기다릴게> 속 매일 혼잣말을 하던 인물, 선택을 받아야 하고 사랑을 받아야 하는 인물이 큐브 속에서 유일하게 마주 보는 대상인 스스로와 사랑에 빠지게 된 걸까?' 싶다. 얼마나 사무치는 외로움이었을까. 나르시시즘-자기애를 갖춰 자기 자신에게, 도달할 수 있다고 의미 없는 건 없다고 말해주며 버텨 결국 아스테룸 134-1에 도착한 거라면.. 진짜 눈물 나는 서사다. 섹시한 무대 이면의 이야기에 자꾸 관심이 가는 곡.이라고 써놓고 뽀뽀먼스에서 소리 지른 자=나.


<On The Ground_예준 cover>

보고서 '와.. 그보다 더 잘할 수가 있어..?!' 했던 무대. 4월 콘 무대도 엄청 좋았기에. 이 글을 쓰면서 느끼는 점 하나. 나 어휘력이 한참 부족하구나;; 너무 좋았다는 말 말고 어떤 말을 써야 할지 도통 모르겠네. 그렇지만, 진짜 말 그대로 너무 좋았는 걸. 우선 편곡. 와아- 편곡 최고다. 인트로 정말 예쁘고요.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 2절부터 일렉과 드럼 사운드가 몰아치는데  맑고 단단한 아티스트의 보컬과 무척 잘 어울렸다. 플레이브의 세이렌은 첫음절 'My'로 내 영혼을 앗아가서는 3분 동안 갈아드셨다. 가창도, 표현도, 힘도 대단한 솔로 무대였다.


https://youtube.com/shorts/mIiVRSa5OnM?si=_qPm6sN3IR-yTMsl

4월콘 <On The Ground> (출처: Youtube @d0lphinbubble)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점. 이 무대에서 가상과 실제의 구분선이 허물어졌다.


시작부터 무대(사실상, 화면)에서 안개가 커다란 보라색 달을 타고 땅에 흐르는데, 곡이 진행되는 동안 그 안개가 관객석까지 흘렀다. 화면에서 흩날리기 시작한 비눗방울은 곧이어 커다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플레이브와 플리가 화면 저편에 각각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정말 한 공간에 있는 것이었다. 그 몽환적인 광경은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From + Dear. PLLI>

앞서 가상과 실제의 구분선이 허물어지고서, 플레이브가 플리에게로 넘어온 시간. 플리들 사이로 플레이브가 등장했다. 판타지의 실현이었다.


https://youtube.com/shorts/TnlRpBAZtwI?si=wxrhrkipOelk6l_z

(출처: Youtube @노아라니)


예상하지 못한, 감격스러운 만남이었다. 공간을 채웠던 음악, 플레이브를 감싸 안고 있던 키네팅 라이팅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했고, 아름다웠고, 선물 같았다. 늘 우리가 상상하고 꿈꾸던 것보다 훨씬 가까이서 눈 맞춰주고, 인사해 주고, 노래해 준 플레이브.


감동 세게 주시고 세상 요란하게 우당탕탕 본 무대로 복귀하신 건 안 비밀.


<WAY 4 LUV>

유성이 떨어진 곳에 나무가 자라서 생긴 아스테룸의 정글에서 플레이브가 별들의 조각을 찾아다니는 컨셉의 곡. 무대 배경에 그 컨셉의 요소들이 담겼는데, 영상미가 정말 예뻤다. 특히 정글의 노을 진 하늘이 밤하늘로 짙어지는 부분이. 참, <WAY 4 LUV>는 응원법이 진짜 착붙이다. 곡에도 착. 입에도 착. 그래서 너무 재밌다. 이 곡이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이었는데,'앵콜' 대신 '잠깐 기다리면 돌아오겠지'가 연호됐다.(플레이브 공연 문화) 외치라고 대놓고 전광판에 글씨를 띄워주는 거 보고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ㅋㅋㅋ 마지막 곡이라고 간다는 플레이브나, 모르는 척~~ 장단 맞춰주는 플리나, 판 깔아주는 뚝스나 다 너무 웃겼다ㅋㅋㅋㅋ 팀 플레이브 맞다 맞아.



<12시 32분 (A to T)>

앵콜 곡이자, 발매 예정인 미니 3집 수록곡. 제목의 의미가 로맨틱하고 깊다. 부제목 'A to T'는 <WAY 4 LUV>의 가사 일부. 여기서 A는 Asterum(아스테룸), T는 Terra(테라-플리들이 사는 지구)를 의미한다. <기다릴게>와 <PUTV> 뮤직비디오에 플레이브가 테라를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스테룸과 테라는 수 광년 떨어진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다. 12시 32분은 아스테룸과 테라가 완벽한 일직선이 되어 서로를 마주 보는 순간이다. 플레이브가 오래 꿈꿨던, 플리를 보게 되는 순간을 기다리며 적은 편지 같은 내용의 곡. 이런 서사의 수록곡을 선공개로 듣고 나니, 미니 3집이 더욱 궁금해지고 기대된다.


<Merry PLLIstmas_Orchestra ver.>

사계절 내내 겨울 시즌 송 듣는 사람? 저욥! 원곡도 기가 막히게 좋은데,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된 거 진-짜 좋다.. 중간에 삽입된 재즈 리듬이랑 금관악기 사운드가 특히 좋았다. 오케스트라 버전 음원 나오라고 소원 빌어야지. 이 무대도 키네틱 라이팅이 너무 예뻤다.


<우리 영화>

정말 아끼는 곡. 멜로디에, 가사에 감동이 서려 있다. 떼창 안 하고 배길 수 없는 노래. 플레이브와 플리는 오늘 둘만의 영화를 한 편 더 찍었고, 둘만의 이야기를 또 한 줄 써 내렸다.


<Pixel World>

앵앵콜 곡. 플레이디오 논중화물 코너에서 앵앵콜 곡으로 <우리 영화>냐 <Pixel World>냐 논쟁을 했어서 이번에 뭐가 앵앵콜 곡이 될까 궁금했었는데, 역시나 <Pixel World>였다. 햅삐 찐 엔딩곡.



와- 정말.. 3시간 동안 좋아하는 노래와 퍼포먼스를 원 없이 즐겼다(라고 썼는데 아닌 것 같아요. 또 가고 싶어요.)


전광판 화질도 정말 좋았고, 사운드도 좋아서 귀에 갖다 꽂아주는 듯 모든 걸 생생하게 좋은 음질로 들을 수 있었다. 쏟아지는 고음과 비트를 온몸으로 받아보는 경험은 짜릿했다. 둥당당당 나를 울리는 베이스 음도 좋았다. 대형 스크린은 너무 선명하고 깨끗해서 안와에서 꺼내 식염수로 백 번 닦아낸 눈으로 보는 듯했다. 정말 신기했던 건, 멤버들은 정말 깨끗- 선명-한데 멤버들 뒤에 전광판으로 구현되는 부분은 진짜 전광판처럼 점.점.점이 보이는 것이었다.


멤버랑 배경이랑 질감이 다르다. 디테일에 감탄 또 감탄.


그리고 기다릴게 블랙 의상을 보면서 기술력이 지난 1년 사이에 비약적으로 좋아진 걸 크게 체감했다. 베스트와 블라우스의 소재가 어떤 건지 느껴졌고, 옷의 찰랑거림도 무척 자연스러워서 놀랐다.


옷 구현 너무 신기함..


의상이나 배경, 소품 구현 그리고 돌출 무대 사용 등 여러 기술을 직접 보니, 앞으로 얼마나 더 대단한 걸 보여줄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세상을 계속 놀라게 하겠지? 정말로 새로운 챕터가 열렸다. 1년 뒤에는 어떤 게 이루어져 있을까?


나는 관객이기에 그저 즐겁게 3시간을 보냈는데, 생각해 보면 그 3시간 동안 볼거리, 즐길 거리들을 끊임없이 제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공이 들어갔을까 싶다.


정말 잘 봤습니다!

다음에 또 놀러 갈게요!


(사진 출처: 블래스트 Ent.)





안녕하세요. 작사가 신효인입니다.


인상 깊은 공연이었기에 느꼈던 것들을 잃고 싶지 않아 기록하고자 일기장을 열었어요. 한 곡도 놓지 못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이 길고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느꼈던 것들을 공유하고 싶어서 직캠 영상을 몇 개 첨부하였는데, 혹시 문제가 된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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