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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콩 Apr 21. 2022

우리 이제 스페인어로 얘기하네

3개 언어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나

네덜란드 교환학생 두 번째 학기에 뗄레(Tele)라는 스페인 친구를 만났다. 이름을 생각하면 텔레비전이 떠오르지만.. 여하튼 부모님이 중국인 이민자인 중국계 스페인인이다. 


지난주 다시 마스터 과정을 네덜란드로 가서 하고 있는 뗄레와 안부 임사 겸, 내 이직 진행 상황을 알려주려고 영상통화를 했다. 전화를 하면서 문득 깨달은 것이 교환학생 시절 뗄레와는 주로 영어로 대화했는데, 지금은 주로 스페인어로 통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교환학생 때 스페인어를 다시 시작하기로 목표한 뒤 2년이 지난 지금 꿈을 이뤘다.


네덜란드에서 만난 스페인 친구

사실 교환학생을 스페인으로 갈 뻔했다. 하지만 당시 스페인어는 뽑는 인원도 적고 경쟁률이 높았고 가면 영어를 못 느릴 것 같은 걱정이 있어서 영어를 공용어처럼 사용하고 실용적인 수업으로 유명한 네덜란드를 선택했다. 이후 네덜란드로 선발되어 자연스럽게 스페인어 공부는 그만하게 되었다.


2019년 첫 학기를 끝내고 영어를 쓰며 공부하는 것이 좋기는 했는데 멕시코 친구들을 많이 사귀면서 뭔가 제대로 시작해보지 않은 내 스페인어를 다시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생겼던 것 같다. 교환학생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되고, 이전 학기와 다르게 멕시코 교환학생보다 스페인 학생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때 만난 스페인 친구 중 한 명이 뗄레(Tele)였다.


스페인 사람이었지만 부모님의 영향으로 동양의 문화 및 음식에도 익숙해서인지 어렵지 않게 친해질 수 있었다. 외국 친구였고 공부하다 그만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친구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스페인어 공부에 대한 열정을 다시 싹 틔우게 된 것 같다.


혼자 공부한 스페인어

한국에 돌아와서 학원을 다니고 싶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대전에는 스페인어 학원이 없었다. 어떻게 공부할지 고민하던 중 교환학생 시절 알게 된 언어 공부 사이트 '듀오링고'를 통해 기본적인 스피킹, 리딩, 리스닝, 타이핑(?)을 시작했다.


주변에 외국인이 없고 한국어만 사용하는 환경이어서 그런지 내가 공부하는 스페인어가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꾸준히 1년 정도 듀오링고로 학습하여 스페인어의 기초를 다듬었고, 멕시코에 온 지 10개월이 지난 지금, 교회 멕시칸 친구들과 멕시칸 회사 동료들 덕분에 내 스페인 실력은 점점 더 멕시칸다워졌다 ㅎㅎ


목표를 크게 정하면 근처라도 간다

한국에 돌아와 스페인어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휴학을 하면서까지 스페인 호스텔에서 일하며 어학원에 다닐까, 물가가 싼 남미에 가서 6개월 정도 어학원을 다녀볼까 등등 고민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렇게 고민했던 시간이 지금 멕시코에서 일하며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는 나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니 '꿈꾸면 근처라도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외국어를 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라는 말이 있다. 영어와 한국어로만 보고 듣던 세상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함으로써 조금 더 중남미와 스페인의 문화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중남미 사람들과 그 문화에 대한 막연한 실증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 문화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조금 더 깊은 이해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외국어로는 독일어를 하고 싶은데, 독일에 살지 않으면 배우지 못하는 언어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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