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떨리는 퇴사 통보
“팀장님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오퍼레터를 받기 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그리고 용기 있게 퇴사 통보를 할 수 있을지 유튜브 영상들과 블라인드의 다른 직장인들의 경험을 보며 상상했다.
그런데 다 소용없다. 퇴사 통보도 고백처럼 해야 하는 건 아는데 차마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더라. 방법은 하나다. 그냥 지르는 거다.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데 퇴근 할라꼬?”
경상도 출신인 팀장님은 대충 내 말의 뉘앙스에서 눈치챘지만 모른 채 농담을 던지신다.
“멕시코 시티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힘들게 내뱉고 나니 심장이 더 빠르게 뛴다.
“그래 뭐 한국인이 이직하는데 다 이유가 있겠지, 나도 이직해봐서 안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데? 뭐하는 덴데?”
“물류 쪽입니다”
팀장님은 날 위한다고 하며 괜찮은 곳으로 가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물어본다고 한다. 근데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 나중에 소문으로 듣게 되더라도 이직 전에는 절대 얘기하지 않겠다는 게 내 결심이었다.
“그래서 언제 오라는데?”
“2주 반 뒤에 바로 출근하라고 합니다”
“안 된다. 한 달 반은 인수인계하고 가라”
한 달 반이라니 누가 이직이 확정되고 저렇게 길게 다니나
“팀장님..”
“한 달은 하고 가야 한다. 그쪽에 물어보고 다시 얘기해라”
‘계약서에는 최소 퇴사 통보 기간이 2주입니다.’
라고 말하면 ‘네가 다른 멕시칸들이랑 같냐’라고 할게 분명해서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결국 내 계획대로 2주 안에 바로 퇴사하게 되었다.
마지막 날 집에 일이 있다며 싸인도 안 해주고 가려고 했던 팀장님. 결국 마지막 우리의 인사는 짧은 악수와 특유의 ‘꺼지라’라는 표현 방식
퇴사를 하며 줄곧 새 후임자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나에게도 휴식이 필요했고 이사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럴 수 없었다.
분명 새로운 후임자에 대한 인수인계 없이 떠나는 것이 추후 술자리에서 안주 거리가 되겠지만, 내가 2주 전에 말했더라도 이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다.
퇴사하기 전까지 받은 스트레스로 속이 많이 안 좋았었는데, 퇴사하는 주가 되니 신기하게도 바로 회복이 됐다.
역시 퇴사는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이 맞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