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 사라져 버린 안전불감증
내가 살면서 가장 크게 겪은 지진은 언제였을까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책상이 흔들린 거? 사실 잘 기억나진 않는다.
이렇게 지진은 남 얘기라고 생각했던 내가 일주일 만에 두 번의 지진을 겪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멕시코 시티=지진?
몬테레이에서 퇴사를 하고 멕시코시티로 가겠다고 했을 때 동료들이 하나 같이 하던 말이 있었다.
"야 거기 지진 많이 일어나잖아, 안 무서워? 나는 그거 때문에 거기서 못 살 것 같아"
그때는 몰랐다. 왜 다들 그렇게 말했는지
이번 주 월요일은 지진대피 훈련이 있었다. 멕시코시티는 약 3개월에 한 번씩 지진 대피훈련을 하는데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벌써 두 번째 대피 훈련이었다.
이렇게 자주 대피 훈련을 하니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체감해보지는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첫 지진 22.09.19 오후 1시
이번 주 월요일은 지진 대피 훈련하는 날이어서 대피 훈련 직전 먼 카페로 도망을 갔다. 혼자 할 일을 하다가 대피훈련이 끝나갈 때 즈음 일어나서 돌아가려고 하는데 가만히 있던 벤치가 흔들의자처럼 좌우로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직후 카페에 있던 사람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오기 시작했고 이게 내가 멕시코에서 처음 경험한 지진이었다.
두 번째 지진 22.09.22 새벽 1시
이번 주부터 섬길 청소년부 찬양 악보를 만들고 나서 평소보다 늦은 11시 반에 잠들려고 하니 거실에서 룸메들이 떠들고 있어 바로 잠에 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겨우 12시가 넘어 잠에 들어 얕은 잠을 자고 있었던 것 같은데 밖에 룸메들이 또다시 떠들어 깼다. 짜증과 더불어 다시 자려고 하는 순간, 밖에서 경보음이 들리기 시작했고 몇 초 후 내 침대가 좌우로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도 얼른 핸드폰을 들고 욕조 신발을 신고 정신없이 밖으로 대피했다.
9월 19일은 이제
1985년 9월 19일: 8.1의 지진으로 약 6000명이 사망
2017년 9월 19일: 7.0 이상 지진 발생으로 최소 350명 이상이 사망
2022년 9월 19일: 지진대피 훈련 직후 지진 발생
이제 저 날짜에 지진이 일어난 것이 우연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내년 9월 19일이 다가오면 또 지진이 올까 모두 두려워할 것 같은 분위기다. 가뜩이나 휴일도 없는데 저런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줬으면 하는 바람..
멕시코에서 살아남기 ing
일 스트레스와 외로움 + 휴일이 가장 적은 국가 중 하나 멕시코 + 자연재해
위 세 가지 요소가 합체되어 멕시코 생활이 정말 생존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새벽에 자다가 방 무너질 것 같은 지진을 경험하고 나니, 자연재해의 무서움을 제대로 깨달은 같기도 하고
다시 한번 한국인들끼리 "여기서는 오래 못살겠다"라고 푸념하는 계기가 된 이번 지진
올해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