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나 한 명씩은 있는 연진이를 만난다면...
가스라이팅: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가스등(Gas Light)>(1938)이란 연극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가스라이팅은 가정, 학교, 연인 등 주로 밀접하거나 친밀한 관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수평적이기보다 비대칭적 권력으로 누군가를 통제하고 억압하려 할 때 이뤄지게 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런 주제의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이러한 유형의 사람이 사회에 도처에 한 명씩 존재한다는 슬픈 사실과 나와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미래에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경험을 토대로 직장 내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의 성향과 방법 그리고 이에 대한 응대방안을 정리해 보았으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함께 매뉴얼을 완성해 나갔으면 좋겠다.
직장에서 부하직원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들(편하게 연진이라 하겠다)의 특성은 다음의 세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첫째, 연진이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당신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동시에 당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유일하게 자신 뿐임을 당신에게 세뇌시킨다.
연진이는 당신과의 대화에서 항상 당신을 깎아내리기 혈안이다. 당신의 학벌, 당신의 성격, 당신의 경제적 배경, 당신의 나이... 모든 이유를 들어 당신은 열등한 존재임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 메인메뉴에 항상 따라붙는 디저트 같은 말은 "나니까 당신을 뽑아주고 받아주고 키워주는 거야"라는 말을 덧붙인다. 무서운 것은 처음 이런 말을 들을 때는 속으로 '무슨 *소리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이러한 말들을 계속 듣게 되면 이러한 나 자신을 파괴하는 말들과 나를 보호해 주는 사람이 연진이 뿐이라는 황당한 말에 익숙해지고 수긍하게 된다! 심리적인 주종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연진이의 더 악질적인 행동은 공공의 업무 장소에서 당신에게 소리를 지르며 비난하는 행동을 통해 당신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다른 동료들에게 당신의 왜곡된 이미지를 전달한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고 사소한 문제라고 하더라도 연진이가 소리를 지르면 당신은 당황하게 되고 같은 조직원들은 당신이 어떤 심각한 문제를 만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한다. 이에 한 술 더 떠, 연진이는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당신이 담당자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당신을 비난한다.
둘째, 연진이는 당신을 조직의 엑스트라로 만들고 자신의 부하들을 통해 당신을 감시 관리하게 만든다. 즉 당신이 회사 내에서 이름과 능력을 알릴 기회를 차단한다.
연진이에 의해 조직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평가나 편의를 봐줌으로 인해 자신의 부하로 만든 심복들의 모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싫어하거나 견제하기 위해 단순 업무만 할당을 한 엑스트라들이다. 연진이는 자신의 심복들을 통해 엑스트라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관리 감시를 한다. 심복들은 같은 동료 간에도 견장질을 하기 위해 설쳐댄다. 당신이 업무능력이 있고 열정이 있어도 연진이는 대외적인 중요 업무를 당신에게 할당하지는 않는다. 당신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고 인정받는 것을 연진이는 원하지 않는다.
셋째, 연진이는 자신의 권력을 통해 당신을 회유하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당신을 합류시킴으로써 자신과 같은 편으로 만들려고 한다.
열등한 당신을 받아줄 수 있는 것은 나 밖에는 없다는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에게 종속되면 자신이 줄 수 있는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은연중 회유한다. 성과평가가 대표적인 회유책이고 근태에 있어서도 편의를 제공하고 업무에 있어서도 다른 동료들을 감시할 수 있는 견장을 채워준다. 즉, 자신에게 충성하면 여러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자신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 부하들에게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평범한 업무 평가, 단순 사무업무 배정(평가에도 마이너스 영향을 주는), 감시와 관리 그리고 업무를 빙자한 괴롭힘과 모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잘못된 행동에 동참하여 자신과 같은 편이 될 것을 격려한다. 나의 종이 되어서 편하게 지내보자는 연진이의 달콤한 제안에 대한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이러한 피할 수 없는 연진이의 가스라이팅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다음의 세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본다.
첫째, 나에 대한 자존감을 잃지 않는다.
상사와의 대화에서는 항변을 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있어야 할 때가 많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연진이가 나도 수긍하는 팩트에 대해 말하는 것은 받아드려 나의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야겠지만 연진이의 잘못된 생각, 과장된 논리, 감정적 분출 등으로 하는 모든 말들은 마음속으로 무시하는 것이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다. 그나마 이런 마음속 저항마저 안 하면 당신의 자존감은 연진이의 말에 무너지게 된다.
둘째,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름에 대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연진이에게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뜻이 맞는 동료들과 협력하며 연진이의 가스라이팅을 기록한다.
실천하기 어렵지만 피할 수 없다. 연진이가 당신을 가스라이팅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당신의 올바른 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당신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진이의 고함침과 감정배설을 그대로 아무 말 못 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 일방적으로 당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은 무엇일까? 바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주위에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하면 더 신뢰도 높은 증거자료를 만들 수 있다.
셋째, 팩트 중심으로 관련 부서와 공유한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최근 몇 년간 매우 커졌음을 느낄 수 있다. 연진이의 괴롭힘이 선을 넘었을 때 당신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이러한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부서에 조용히 연락을 취하면 된다. 유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1. 당신이 알고 기록해 온 ‘팩트’만 이야기해야 한다.
당신이 언제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팩트만 이야기한다. 연진이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증언이라도 당신이 듣고 보지 못한 내용은 말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누군가를 밀고하는 거 아닌가?’라고 자신을 움츠리게 만드는 이상한 양심(?)을 누를 수 있게 해 준다(나는 팩트만 말하고 있으므로). 연진이는 당신의 증언의 일부가 신빙성이 떨어질 경우 이를 공격하여 당신의 모든 발언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2. 제삼자가 보더라도 문제가 되는 일들을 증언해야 한다. 즉 이성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당신과 연진이와의 문제는 제삼자가 봐도 부당한 문제여야 한다. 당신의 욕심에 의한 문제나 감정적인 충돌로 발생한 문제는 당신에 대한 제삼자의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 연진이는 당신의 문제 제기는 당신의 고질적인 문제에서 (당신의 욕심, 감정적 충돌 등) 발생했다고 물타기를 시도한다.
3. 당신은 사실의 토대 위에서 끝까지 당당해야 한다.
사람들은 당신을 피해자로 보고 연진이와 떨어져 있을 것을 제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은 정중히 거절하고 당당히 연진이와 부하들과 맞서야 한다. 연진이는 당신을 음해하려고 부하들을 통해 당신을 감시하거나 당신을 음해하는 헛소문을 퍼트리려고 시도할지도 모른다. 이럴 경우 증거물을 확보하여 ‘2차 가해’로 보고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누군가를 자신의 밑에 두고 종속시키려고 하고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권력을 통해 괴롭히는 것은 인간의 본성의 하나일까? 나를 괴롭히던 연진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나는 당당하게 맞설 수 있을까?
나와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사회 도처에 있는 연진이를 만날 때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매뉴얼을 쓰고 싶었는데 잘했는지 모르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연진이를 아예 만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연진이는 앞으로도 연진이로 남아 누군가를 괴롭힐 것이고 나에겐 연진이 말고 만나야 할 소중한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