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재 산문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난다
작년 도서전에서 아마도 가장 핫한 부스는 <난다>였을 거다.
난다 부스에서 김민정 시인님께 영업당해서 고명재 시인의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를 구매했다.
도서전 갈 때 절대 책을 구매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갔다. 뒷전으로 밀려난 책이, 아직 열어보지도 않은 책들이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사고 싶은 책이 있더라도 좀 천천히 사자는 마음이었다.
난다 부스에서 전시된 책 표지들을 만지작거리며 구경하는데 김민정 시인님께서 말을 거셨다.(상혁 교수님 제자라고 하니까 아는 언니처럼 챙겨주셨다.)
“이 책 읽었어요?”
“아니요.”
“시 쓰려면 이 책 무조건 읽어야 돼.”
“아… 책 진짜 많이 사서 그만 사려고 했는데…”
우물쭈물했더니 뭐 한 1억 원어치 샀냐면서 이 책 진짜 너무 좋다! 고 꼭 읽어야 한다고 하셨다. 책을 펴낸이가 이렇게까지 추천할 정도면 사야지 않겠는가.
읽는 동안(다 읽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했고 또 추천했다. 시 쓰려면 이 책 읽어야 돼. 진짜 너무 좋아! 라며 이 책을 알렸다. 어쩜 이리 맑은 사람이 있을까. 인스타로 보는 모습도 글과 닮아서 더욱 끌렸다. 산문을 읽고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시집을 구매했다. 이 시집 역시 많이 추천했고 많이 선물했다.
나는 고명재 시인이 엄마 얘기를 할 때 달리 어찌할 도리없이 무력해진다. 그냥 치트키다. 무장 해제된다. 시집에선 ‘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를 가장 좋아한다. 읽어도 읽어도 좋다.
엄마를 구하고 싶은 심정으로 시 속으로 달려 들어가게 된다. 엄마와 화자가 일본인처럼 고개를 박고 국수를 당기는 모습을 그들이 고개를 박을 때마다 몰래몰래 쳐다보며 좀 더 오래 거기 머물기를 조급해하며 곁을 맴돌게 된다.
가게문을 닫고 우선 엄마를 구하자 단골이고 매상이고 그냥 다 버리자 엄마도 이젠 남의 밥 좀 그만 차리고 귀해져보자
_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중
이 구절을 읽고 나도 엄마 이야기로 시를 썼다. 제목은 <달인은 슬프고>였다.
산문집에선 어머니 가게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울었다. 그러다가 어느 문장에선 조용하던 눈물이 소리로 우두둑 터져나왔다. 지방에서 칼국수 가게를 하는 우리 엄마. 나도 엄마 가게 간판만 봐도 가슴이 아프다는 걸 시인이 쓴 문장을 보고 알았다. 내가 미처 몰랐던 슬픔을 발견하는 것도 위로가 된다는 걸 느꼈다. 그 문장을 붙들고 싶어서 <애틋한 엄마의 부엌>이라는 에세이를 썼다.
그 후로 수십 년, 엄마와 아빠는 반찬을 만들며 지금까지 용감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노동의 강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나는 늘 간판만 봐도 가슴이 아프다. 할머니도 그랬다. 말년의 할머니는 딸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가슴을 쿡쿡 눌렀다. 그러면서도 매일 엄마 가게에 들렀다. 아픈데도 매일 들러서 아픈 걸 봤다. 참 이상하지, 사랑은 그렇게 묘한 방식으로 지속되는 애틋한 마음의 운동.
_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중
고명재 시인님이 서울은 언제 오시나 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우리 엄마도 칼국수 가게 해요. 저도 가게 간판만 봐도 가슴이 아파요.라고 시인님이랑 아무 말이라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인님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