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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Aug 29. 2024

뒷북

이지만 신명 나게 쳐보련다


지하철로 이동할 때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인 분들을 종종 본다. 리프트 속도가 걷는 것보다 느려서 급하게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선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한다. 안전한 속도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겠지만 볼 때마다 안전해 보이기는커녕 불안해 보인다.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리프트 위에 휠체어를 탄 채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무척 불안할 것이다. 보호자 없이 홀로 이동하는 경우 보는 내가 다 불안해서 자꾸만 힐끔 쳐다보게 된다. 그분들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관계자들이 리프트 옆에서 같이 움직였으면 좋겠는데, 볼 때마다 이미 계단 끝에 먼저 도착해서 핸드폰을 보고 있거나 멀찌감치 떨어져서 걷는 경우가 많았다. 모두가 주목할 만한 멜로디와 함께 덜컹거리는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오르는 그분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불편했고 솔직히 핸드폰만 보고 있는 관계자들에게 화가 났다. 리프트가 갑자기 멈추거나 혹시 고장이라도 난다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그분들에게 얼마나 공포일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오래전이었다. 다니던 교회가 재정상의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휠체어를 탄 성도들을 위해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을 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그만 개척교회 형편에 갈 수 있는 곳은 지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지하 건물을 계약하게 됐고 목사님께서는 당시 팔백만 원가량의 돈을 들여 휠체어 리프트를 구입하셨다. 우리 교회 형편에 맞지 않는 큰 지출이었지만 누구 하나 반대하거나 아깝다고 여기지 않았다.


휠체어 리프트를 구입하고 꼼꼼한 청년 몇 사람이 사용 방법을 배웠다. 실제로 사용하기 전에 나를 포함한 몇몇 청년이 휠체어를 타고 리프트를 체험해 보기로 했다. 휠체어에 앉고 리프트에 휠체어를 고정한 다음 리프트와 계단이 잘 맞물리도록 준비하는데 이때 휠체어가 뒤로 45도가량 기울어진다. 뒤로 기울어질 때 정말이지 너무 무섭다. 나뿐 아니라 다른 청년들 모두 불안하고 무섭다고 했다. 나는 기울어지자마자 내리겠다고 해서 결국 타지 못했다. 미리 체험해 보지 않았다면 안전하니까 불안해하지 말라는 와닿지 않는 말만 하면서 그분들의 두려움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후로 휠체어 리프트를 사용할 때마다 청년 몇 명은 그분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옆에서 함께 올라가곤 했다. 휠체어 리프트를 타는 일이 불안한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고서야 들은 말이지만 휠체어 리프트를 타는 아빠를 보며 속상했다던 A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 아빠가 무슨 짐도 아니고." 최대한 배려한다고 애썼는데(장비 구입에 돈도 많이 썼고, 미리 꼼꼼하게 체크도 하고, 안전하게 운행되도록 옆에서 같이 오르기도 했고...) 돌아오는 말이 좋은 말은 아니어서 당시에는 내심 서운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미처 그 마음까진 헤아리지 못했었던 것 같아 이제야 속상한 마음이 이해된다. 나였다면, 우리 가족이었다면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무슨 짐도 아니고.


얼마 전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가 철거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2001년 1월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 와이어가 끊어지는 바람에 70대 장애인 부부 중 아내가 추락하면서 숨졌고, 2017년 10월 신길역에서도 리프트를 이용하던 지체장애인이 계단 아래로 떨어져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심각한 사고와 안전 문제로 최근 서울 지하철역의 휠체어 리프트가 철거된다고 한다. 휠체어 리프트 없이도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1역사 1동선' 사업을 올 연말까지 완료한다고 하니 교통약자들의 대중교통 이용이 좀 더 편해지려나. 그래도 불편함투성이겠지만 점점 나아지고 나아지면 좋겠다.


이미 휠체어 리프트가 철거되고 있다. 생각에서만 머물던 내 글은 유통기한이 지난 글처럼 쓸모없고 뒷북도 한참 뒷북이 되었다. 불편하고 화나는 장면을 봐도 아무 말 못 하다가 글로 뒷북이나 때리는 나나 핸드폰만 바라보던 그들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쓰고 보니 이 글은 무엇 때문에 쓴 건지 무얼 말하려고 한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정도로 의식 있는 사람이고 세심한 사람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어쨌든 배려는 사소하고 섬세한 것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세심하게 고민했더라도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결코 타인의 입장을 헤아릴 수 없다. 무엇보다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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