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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Dec 31. 2023

구년사

Unsplash의Matt Hoffman



2023년 한 해 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슬프고 힘들고 아프고 화나고 따뜻하고 냉랭하고

다가오고 멀어지고 다정하고 무심하고….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디선가 들었던 외국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이 년이 가고 새 년이 옵니다.     


2023년 마지막 날입니다.

빨리 어른이 되어 마음대로 살고 싶던 철딱서니는

떠나간 날에 미련 가득한 슬픈 어른이 되었습니다.

영영 젊을 줄 알았습니다.

그땐 시간 아까운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그리 무섭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한 살 한 살 몸 마음 곳곳에 시간이 쌓이고

언젠가는 소중한 것을 비워야 할 때가 오리란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쌓인 시간 위에 새로운 시간이 쌓입니다.

더 깊어질까요. 더 무거워질까요.

더 힘겨워질까요. 더 채워질까요.     


12월 31일입니다.

1231이네요. 하나 둘 셋 그리고 다시 하나.

하나 둘 셋 기운차게 시작한 일 실패했다면

다시 하나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하나 둘 셋 작심삼일 내가 미우면

다시 처음부터 작심하면 된다고.

12월 31일이 그렇게 말해주는 듯합니다.

그러니 너무 쫄 것 없다고.     


1월 1일 새해가 다가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 상쾌한 아침처럼 건강하게

2024년을 맞이합니다.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새 날이라 생각하는 저는

날마다 1월 1일처럼 살기로 다짐합니다.     

올 해는 처음으로 한 살 더 먹지 않고 시작하네요.

세상에 먹을 것도 많은데 잘 됐습니다.

시작부터 감사합니다.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이었습니다.

까먹어서 검색해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얼핏 기억납니다.

육십갑자, 띠에 관심이 없으니

1월이 지나면 항상 까먹습니다.

    

2024년은 갑진년이라고 합니다.

오은 시인이 그러더군요.

갑진년, 값진 새해 되라고요.


하루하루 값지게, 그 시간이 모여

값진 2024년 되시길

온 마음으로 축복합니다.





구년사로 시작했는데 신년사로 끝난 것 같은... 뭐 어때요. 12월 31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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