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재테크

재테크에도 궁합이 있다. 편식보다 잡식을!

by 선배언니

3,40대에는 직장 내에서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다.

한 부류는 근무시간까지 동원해가며 열심히 신문기사 읽고 재테크 책도 완독하고

이것저것 계산하며 주말이면 아이 들쳐 업고 분양현장을 쫓아다닌다.

풍문에 귀를 쫑긋 세우고는 쌈짓돈을 주식에 넣어 보기도 하고 은행 가서 좀 색다른 상품을 가입하기도 한다.


다른 한부류는 딴 곳 쳐다보지 않고 머리 박고 일하는 스타일이다.

휴게실에서 나누는 동료들의 재테크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듣고 고객을 끄덕이고 약간의 불안감도 있지만

사무실 책상 앞에 앉으면 아스라이 먼 이야기로 사라진다.


배우자가 이재에 관심을 가지고 나서서 이런저런 도모를 추진할라 치면 그는 더욱 손을 놔버린다.

열심히 일하는 게 돈 버는 거다란 신념을 가지면서 말이다.


내가 살아왔던 직장동료들의 두부류의 모습이었다.

그땐 그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이 두부류의 재산형성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늘 잰걸음으로 귀를 쫑긋하던 부류도, 머리 박고 일만 하던 부류도 그의 노력보다는 처음부터 어디에 터를

잡고 살았나의 주택 위치의 차이가 2,30년 후의 풍요의 정도를 갈랐다.


당시에는 가격의 큰 차이가 없었던 강남과 강북의 전셋집을 어디로 정하고 시작했는가가 메울 수 없는 차이를 만들어 냈다. 두 번째 타입인 머리 박고 일하는 동료들도 일단 강남 어딘가에 자리 잡고 주기마다, 정권교체마다 들썩들썩한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은 채 미련하게 있었어도 종국에는 자기도 모르게 부자 대열에 끼었다.


이재에 부지런했던 첫 번째 부류도 물론 그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받았으리라. 조금은 나았겠지.

그러나 은퇴시점이 된 지금은 주거 로케이션으로 인한 효과만큼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주택 재테크를 뛰어넘어 수익성 부동산, 주식, 각종 파생상품으로 앞질러 갔던 동료 중 많은 부를 축적한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것은 드물다. 오히려 투자로 낭패를 본 이야기가 들려온다.


나의 경우 회사에 입사해서 사무실에 들어오는 종이신문을 매일 접하게 되었다.

부서마다 한두 부씩 들어오는 조중동과 경제신문, 오후 신문을 합하면 총 십여 종류의 신문이 들어왔었다.

그것이 내 차례가 되기까지는 저녁 퇴근 나절까지 기다려야 했다.

퇴근을 앞두고 몸도 마음도 느슨해지는 오후 늦게 나는 신문을 뒤적거리며 그날 지하철에서 꼼꼼히 읽을

신문을 몇 개 정해 옆구리에 끼었다. 붐비는 지하철에서 신문을 요리조리 접으며 비교적 심층 분석을 한

기사 내용은 꼼꼼히 읽었다.


그렇게 삼십 년 넘게 신문을 읽었다.

물론 승진을 함에 따라 신문을 보는 시간이 앞당겨졌고 지하철이 아니라 아침시간에 사무실에서 여유 있게 기사를 읽기도 했다. 그래도 심층기사는 따로 가위질을 해 놓고 모아놓기도 했다.


나는 부동산에도 관심을 가졌었고 (내 집 마련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였다)

금융권에 몸담고 있다 보니 각종 금융상품에도 눈길이 갔다. 특히 부동산은 종이신문의 전면광고나 하단 광고에 어떤 종류의 부동산을 광고하는지를 보면 부동산 시장의 시류가 저절로 읽혀졌다. 참고로 전면광고를 하는 경우 그 부동산은 이미 포화상태, 미분양이라는 뜻이다. 잘 나가는 부동산은 소리 없이 완판 된다.


내 집 마련에 겨우 성공하고는 수익성 부동산도 조금씩 투자했고 각종 금융상품과 주식 직접투자도 했다.

한마디로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많지 않은 돈을 조금씩 투자하며 감을 익혔다.

그러다 투자의 대상과 내 성격에 궁합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경우 금융상품, 특히 주식이나 펀드에서는 늘 폭망 했다.

이유를 곰곰이 추려보니 그건 나의 성격과 관련이 있었다.

주식이나 펀드는 손실을 본 후 경기의 순환을 기다리면 언젠가 상승한다.

그러나 나는 투자 후 하락한 상품에 조바심이 났고 견디질 못하고 손절하기 일쑤였다.

후회는 없었다. 떨어지는 가격을 붙잡고 온 신경을 쓰는 것을 멈출 수 있으니 손실액보다 내 정신

건강에 이로웠다.


그래서 부동산 위주로 투자했고 금융상품보다 투자의 호흡이 긴 부동산이 한결 맘 편했다.

그러나 전 자산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지라

요즘에는 여러 가지 상품에 조금씩 발을 담근다.


최소 단위의 금액으로 우량주를 직접 사기도 하고, 국내외 채권을 사기도 하고,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수익률이 올라가는 ELS도 일부하고 분산투자의 효과를 보는

ETF에 투자하기도 한다. 단 가장 최소의 단위로 가입하고 수익률을 쫓아 가지 않고 관망한다.


한마디로 부동산에의 편식을 멈추고 잡식을 하며 나와 정서상, 성격상 맞는 것을 맞추는 것이다.


우리 시대보다 지금의 재테크는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요새 2,3십대의 젊은이들이 재테크에 관심이 많고 실제 투자도 많이 하는 것을 보곤 놀라곤 한다.

지금의 젊은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3십 년 전 우리의 모습이 철없고 애송이처럼 생각된다.

이들은 일찍 철들었고 직장보다 재테크가 우선이다.

재테크를 위해서는 직장도 버리고 인생의 방향도 바꿀 수 있다.

풍요와 성장가도를 달리던 우리 세대에 비해 포화, 정체, 내리막길을 걷는 젊은 세대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과 절박함이 느껴진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일단 주택문제를 해결하자.

그리고는 어떤 상품이 나와 궁합이 맞나를 긴 시간에 걸쳐 조심스럽게 소액으로 시작하며 실험하자.

그중에 나의 성격과 맞는 분야를 좁혀 나가자.

편식보다 잡식을 하며 나와의 궁합을 맞춰보는 것이다.


최근의 투자대상은 이해가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 신기하다.

실물이 아닌 것에 투자하고 가상의 공간에서 소비하고 서비스를 받는 것을 돈 주고 사다니!

현실과 가상이 삶 속에서 혼합되어 존재한다.

나의 시대에 뒤늦게 이것을 이해하는 것은 그 시도조차 버겁다.

그러나 아직 머리가 잘 돌아가는 후배님들은 이런 새로운 분야에도 눈길을 돌리자.

그새 투자의 세계는 그 본질부터 변했고 판이 바뀌는 속도도 빠르다.

살아갈 날이 많은 후배님들은 싫든 좋든 시류에 관심을 가지자. 투자 이전에 공부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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