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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dam Jan 11. 2023

Greensleeves (그린슬리브즈)

그 쓸쓸함과 애닮음에 대하여

미술, 음악, 여행 이렇게 3가지를 인생의 삼락(三樂)으로 생각하는 나는 이 3가지를  좀 더 깊이 있게 알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사'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서양의 음악과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그 그림이 그려진 시기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렇게 공부하여 알게 된 역사를 익힌 후 미술과 음악을 알게 되면 좀 더 작품을 이해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이중섭, 천경자, 김기창, 박수근, 등등 우리나라의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게 되면 

자연스레  구한말 조선과 일제강점기의 뼈아픈 역사를 접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5천 년 남짓의 총 역사 중 공부하기 가장 힘들고 접하기 어려우며 알면 알수록 

가슴이 아픈 시대가 바로 1860-1910년대 역사이다. 이 시대에 내가 살지 않았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그때 나라를 위해 불꽃처럼 살다가신 모든 분들의 영혼을 빌뿐이다. 


그래서 2018년 좋아하는 작가님의 작품 ' 미스터선샤인'이 방영되었을 때도 1회만 보고도 

가슴이 너무 아파 끝까지 보지 못하고 바로 접었던 기억이 난다. 

분명히 '드라마'는 '허구'란 걸 알고 있지만 이 작품의 경우엔 평소 역사를 공부하면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일, 상상할 수 있는 가정이 동반되어 너무도 현실감 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노비의 신분으로 미국인이 된 남자와 백정의 신분으로 일본인이 된 또 다른 남자, 그리고 태어나면서부터 갑부인 남자와 임금님의 스승이 할아버지인 귀족신분의 조선 여인의 얽히고설킨 구한말의 서사가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처럼 다가오며 그들 하나하나의 불꽃과도 같은 인생이 너무도 아름다우면서도 멋지고 찬란하면서도 열정적이어서 3년이 지난 요즘 다시 정주행 하면서 울다가 웃으며 보고 또 보는 중이다.


극 중 유진초이가 갖고 있던 오르골에서 나오던 소리는 오늘 소개할 "Greensleeves"라는 곡이다.



Dante Gabriel Rossetti의 My Lady Greensleeves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 소절만 들어봐도 금방 알 수 있을 만큼 우리에게도 아주 대중적인 이 곡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영국의 옛 가요로 16세기의 엘리자베드 여왕 시대부터 애창되고 있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도 희극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  속에 이 노래를 사용하고 있고 

영국의 현대음악 작곡가 랄프 본 윌리엄스는 이 멜로디를 사용하여 <그린슬리브스에 의한 환상곡>을 작곡한 바 있다.



아,

나의 그리운 사람이여.

당신은 나를 무정하게 버렸어요.

나는 오래도록 사랑하고 있었는데.

그린슬리브스,

내 기쁨의 모든 것.

내 황금 같은 마음이었다



원곡은 느린 팝박자의 매우 우아한 곡상을 지니고 있으며  푸른 옷소매의 연인을 그리워한다는 가사 외에도 가사를 바꾼 여러 가지의 버전의 노래가 있다.

사실 '미스터선샤인'에서는 곡 제목처럼 'Greensleeves(푸른 옷소매)'를 입은 사람이 누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많고 많은 곡들 중 굳이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곡이 주는 애닮음과 한스러움, 연인에 대한 그리움이 아름답게 녹아있는 곡이라 사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원래 이 곡은 영국 헨리 8세가 자신의 두 번째 부인 앤 블린을 유혹하기 위해 작곡한 곡으로 앤 불린에게 거절당한 헨리 8세의 쓸쓸한 마음을 표현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기록보다는 아까 좀 전에 소개한 대로 그의 딸인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 널리 불려진 곡으로 유명하다.



'Pan-Pipes: A Book of Old Songs' 제2판의 'My Lady Greensleeves', 삽화: Walter Crane,



실제로 이때의 영국의 역사를 잘 아는 분들이 있겠지만 앤불린은 결국 희대의 바람둥이 왕 헨리 8세의 여인이 된다. 물론 이들의 사랑도 비극(?)으로 끝나지만 그래서일까? 이 곡 Greensleeves는 크리스마스 캐럴로도 쓰였으나 뭔가 활기차고 희망한 느낌보다는 우울하고 쓸쓸하며 구슬픈 느낌이 든다. 



미스터선샤인 포스터 (출처: 공식홈페이지)



이 곡이 쓰인 우리나라에서 만든 최신 드라마 2018년작 '미스터선샤인'으로 다시 돌아오자.

내가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을 싫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시대는 알면 알수록 답이 없다. 그래서 답답하다. 우리나라는 당시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조선은 1392년 고려로부터 개국한 이후 줄곧 성리학, 유교를 국가의 기본 이념으로 삼으며 살아왔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반도국가'라 좋든 싫든 원컨 원하지 않던 어쩔 수 없이 시대의 흐름 속 변화를 직면할 수밖에 없는 나라인데 그놈의 유교니 도리니 하는 600년 동안 지켜온 이념들 때문에

상업과 공업, 양반과 천민으로 나눠진 국가의 기본 이념이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했다.

물론 이해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너무도 싫어하는 고종의 아버님과 같은 분들만 좀 적었다면 우리나라가

그렇게 쉽게 일본에게 당하고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등의 나라들의 이권에 희생당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줄지 않았을까 싶다. 


난 원래 유교, 성리학 등의 뿌리 깊은 이념이 우리나라의 발전을 그때뿐만 아니라 지금도 늦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몇 백 년간 내려온 그놈의 불필요한 '도리' 나 '허례허식'은 지금 2023년에도

대한민국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남녀 칠 세 부동석, 양반과 천민, 노비 백정으로 나눠진 신분의 엄격한 구분,  외세에 대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쇄국정책, 조선후기부터 시작된 ,, 그래서 얼마든지 도입가능했지만 위정자들에게 위해 철저히 외면당했던 실학과 상업, 공업 등에 대한 유교적 차별 등등이 그때의 그런 비극을 낳은 기본적인 원인이라 생각된다. 그러니 우리나라를 감히 '약소국'이니 '미개한 나라'이니 하면서 스스로 발전할 능력이 없는 나라라고 불렸던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왜인들(일본인)이  삼국시대(고구려, 백제, 신라)의 우리 문화를 배우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던 역사는 이미 잊었던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극 중 인물들에게 나의 감정들이 너무 이입되어 힘들기까지 했다.

내가 고종황제였다면 난 과연 저 위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내가 백정출신의 구동매라면 사랑하는 여인에게 마음을 숨기며 조용히 목숨 바쳐 지킬 수 있었을까?

내 아버지가 역적 이완익이었다면 나는 과연 어떤 딸로 살 수 있었을까?

내가 노비로 태어나 부모님이 다 죽고 홀로 도망칠 운명이라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등등

난 예전이나 지금이나 구한말에 내가 있었다면 뭘 할 수 있었을까? 고민해 본다.

근데 적어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글을 배워 극 중 김희성처럼 뭔가 글로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님 좋아하는 캘리(그때는 서예뿐이었겠지만)를 그리거나 남들은 절대 알아보지 못할 추상적인 그림을 그려 현실의 아픔을 역사 속에 남기기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지 않았을까 싶다. 

내 성격 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화초 같은 삶을 살다 명대로 죽진 않았을 것 같다.

역사는 흐르고 지금도 누군가에 의해 보존되어 남는다.

글로서 혹은 그림으로서 혹은 음악으로서 역사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남게 된다.

그리하여 누군가 우리 후대에 있을 사람들이 그때의 역사를 알게 되고 

그때의 시선과 그때의 이념으로 지금의 역사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글이 좋고 그림이 좋으며 음악이 좋다.

이 셋을 읽고 보고 들으면 그 속에 역사가, 역사 속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미스터선샤인'이 비록 허구이지만  분명히 존재하였던 역사 속 사실이며

그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이름은 달리하지만 불꽃처럼 살다 간 이름 모를 사람들이 있다.



이길 수 있을까요?

.

글쎄다,,,,그렇다고 돌아서겠느냐?

화려한 날들만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질 것도 알고, 이런 무기로 오래 못 버틸 것도 알지만

우린 싸워야지! 싸워서 알려줘야지!!

우리가 여기 있었고,, 두려웠으나 끝까지 싸웠다고


드라마 '미스터선샤인 24화' 황은산 대사 中



오늘 소개한 드라마 속 ost 'Greensleeves'를 들으며 

그들의 '불꽃같은 삶'을 기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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