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2025.08)
눈치채지 못할 만큼 식사시간이 조금씩 줄어갔다. 소여물 되새김질 하듯, 넘어가지 않는 밥을 입안에서 곤죽으로 만들고 있었다.
꾸준히 약을 챙겨 먹고, 규칙적인 일상을 지키며 통증이 많은 내 여러 가지 병의 특성들에 맞춰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조금씩이라도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날들이 늘어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분명 괜찮다고 느끼는 날들도 많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늘 그렇듯, 병 또한 그리 녹록한 상대가 아니라는 게 항상 문제다.
나아지고 있다고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라치면, 병마는 여지없이 그 마음을 낚아채 다시 옭아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콩이를 보내고 심해진 공황장애로 혼자서는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한 지 6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앓고 있는 병들은 무너진 마음을 타고 가차 없이 몸을 헤집었다. 전례 없던 무더위에 에어컨을 끌 수 없던 탓에 냉방병까지 앓고 난 후 약해진 면역력을 틈타고 대상포진 마저 생기고 말았다.
CRPS 돌발통에 익숙해진? 몸이라 웬만한 통증쯤은 그냥 눈 감고도 참을 정도지만, 워낙 상태가 안 좋을 때 생긴 대상포진이라 통증은 팔이 뜯겨 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죽도록 아팠다.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마약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고 미열이 나면서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팠다. 그렇게 미열과 오한, 통증에 잠 못 들고 밤새 뒤척이면서,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콩이를 보내고 발 끝부터 머리끝까지 나를 칭칭 감아도는 우울증을 떨쳐보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내가 아픈 모든 순간 난 철저하게 혼자이고 지독하다 못해 끔찍하게 외롭다. 콩이는 살아 있던 동안 내 옆을 지키며, 그 모든 고통을 고스란히 나눠지고 있었던 게다.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사무치게 깨닫고 있다.
앞으로 남은 내 삶에 의미나 희망이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난 외로움과 고독에 의연해질 방법 따윈 전혀 모른다.
고통에 겨운 몸 뚱아리에 갇혀 의미 없이 살아야 하는 삶을 반드시 견뎌야 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살기 위해 처절히 노력하는 사람에겐 그 사람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삶을 놓고자 하는 내게도 나만이 아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하면 말이 되려나.
고통에 겨워 미치는 날, 외로움이 사무쳐 나를 찢어 발기는 그 순간이 내가 세상을 사는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그날이 우울증이라는 불치병의 마지막 증상으로 내가 죽는 날이 될 것이다.
이 고통에서 도망칠 수 있다는 확신만으로도 가슴이 일렁이며 두근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