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토토 Jan 31. 2023

구원과 해방의 스페이스 랩소디 <정이>

넷플릭스, <정이> 리뷰

'구원과 해방'


단어의 의미, 어감, 본질, 영상문학과의 융합성, 그 어떤 것도 SF 액션 영화의 주제로는 어색하다.


그렇지만 넷플릭스와 연상호 감독이 손잡고 내놓은 영화 <정이>는 '구원과 해방'에 관한 영화이다.


정확히는 연상호 감독의 모든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서울역>, <사이비>, <돼지의 왕>, <부산행>, <염력>, <지옥> 등 모든 작품에 구원과 해방의 랩소디는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연상호 감독은 왜 이리 구원과 해방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 시작점은 모든 인간 내면에는 하나 이상의 '원죄'가 존재한다는 사고에서 기인한다.


원죄가 없는 인간은 없으니, 주인공들 각자가 원죄에서 벗어날 방법과 결국 구원에 이르는 결말을 대부분의 작품에서 공식화하고 있다.


<부산행>에서의 공유 캐릭터가 보여준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에 관한 일조와 그에 대한 죄책감, 가족을 구하고자 감행하는 희생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대표적일 것이다.

연합군 최고의 영웅 '정이'(김현주 분)(사진출처=네이버 포토)


영화 <정이>의 영웅, 김현주가 분한 캐릭터 역시 우주라는 배경과 인간들 간의 내전이라는 설정을 제외한다면 그동안의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인물들이 지니는 심리적 기조와 큰 들에서 다를 바가 없다.


<부산행>에서의 공유-김수안 간의 부녀 관계, <염력>에서의 류승룡-심은경 간의 부녀 관계가 <정이>에서는 김현주-강수연 간의 모녀 관계로 성별만 바뀌었을 뿐이다.

윤정이의 딸이자 그녀의 뇌를 활용한 뇌복제·AI, 일명 '정이 프로젝트'의 팀장 윤서현(고 강수연 분)(사진출처=네이버)

다만, 여기서 고 강수연이 분한 윤서현이라는 캐릭터가 영화의 깊이와 차이점을 발생시킨다.


아드리안 내전에서 최후의 작전을 수행하던 중,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어머니 윤정이.


35년이라는 시간에 갇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어머니에 대한 추억, 연민, 존경, 인류를 위한 성취 등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힌 채로 '정이 프로젝트'를 완성해 내야 하는 윤서현 캐릭터는 단순히 '어떠하다'는 표면적이고 1차원 적인 표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물이다.


어릴 때는 그저 막연한 '영웅'의 이미지로만 비쳤던 어머니 정이의 나이보다 이제는 어느덧 훌쩍 더 커버린 몸과 마음으로 그녀의 고뇌와 고통을 바라보는 한 인간의 내면의 깊이를 감히 가늠할 수 있으랴.


크로노이드 사의 연구소장이자 '정이 프로젝트'의 총괄 김상훈(류경수 분)(사진출처=네이버)


여기에 더해 '정이 프로젝트'를 통해 내전 이후의 사업 확장을 염두하고 있는 크로노이드 사의 연구소장 김상훈이라는 캐릭터가 어우러지면서 영화는 SF 액션 영화의 범주에서 SF 드라마로의 밸런싱을 꾀한다.


물론, 이 부분은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제작 구조의 한계와 공통된 기조에 의한 부분일 가능성이 크다.


영화 <정이>가 한국인 감독이 만든 한국 영화이기 이전에, 넷플릭스가 자본을 투자한 '넷플릭스형 SF 영화'임을 잊지 말자.


넷플릭스가 영화를 만드는 공장이라고 치면, 영화 <정이>는 다양한 생산품 중 하나일 뿐이다.


어떤 특정 한 작품을 꼽아서 비교하지 않겠다.


그저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영화 몇 편을 보고 온다면, 그 뜻을 어렵지 않게 파악 가능하다.


공개 이후 현재까지 넷플릭스 영화 카테고리 시청 1위에 굳건히 올라있는 작품이지만, 그만큼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연상호가 또다시 염력을 했다는 둥, 이제는 SF 장르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시도로만 봐주기에는 어렵다는 둥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작품을 연출자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봐야 할 시대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지나가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비난과 비판들을 뒤로하고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수익과 화제성을 얻는 데 성공했다.


메탈기어, 메카닉, 휴머노이드, C타입 등 영화는 특정적인 어떤 절대적인 악인과 적대세력을 내세우지 않고도 SF적으로 매력적인 설정과 볼거리들을 보여주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펼쳤다.


마찬가지로 많은 찬반 의견을 불러일으켰던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물론 투자와 제작 과정에 일부 차이자 존재함을 분명히 한다.) 이후 이제 두 번째 걸음일 뿐이다.


영화 <정이>가 소련과 미국의 우주 경쟁에 내몰려 희생된, 러시아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우주에서 외롭게 희생되었던 고독한 개 '라이카'가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 자존심만은 놓지 않았던 연상호 감독의 뚝심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잊지 말자, 인류 모두는 라이카에게 빚이 있음을.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우주로 떠나기 전의 라이카(사진출처=나무위키)


작가의 이전글 상처받은 자들의 영광 없는 전쟁 <더 글로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