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의미를 주는 리더
[팀원] 나름 제 분야에서 제법 전문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근데 요즘 제가 하는 일이 점점 싫증이 나고 있어요. 매일 반복되는 업무로 매너리즘에 빠진 느낌입니다. 그러다 운 좋게 팀장의 추천으로 해외 제품 박람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회사 제품 박람회 부스에 제가 참여한 제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마음이 묘하더라고요. 제가 만든 제품을 체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종 소비자 관점에서 제 제품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만든 제품이 최종 생산물로 탄생하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제품이라고 생각하니 새로운 자각이 되더라고요. 그 이후 일을 할 때마다 두려움이 듭니다. 그러나 힘든 창작의 과정을 지나 결과물이 내 손에 도달했을 때 느끼는 기쁨과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가서 의미 있게 쓰인다고 생각하니 그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집니다.
[팀원] 우리는 연구원이다 보니 생산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최종 목표가 제품 생산인데 우리는 아웃풋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우리 업무는 끝나지만 그 끝맺음이 잘 보이지 않아요.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뭔가 끝냈다는 성취감이나 만족감이 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제품이 양산되어 나오면 다 모여서 파티도 하고 본인이 만든 제품을 3D모양으로 만들어 하나씩 갖고 기념촬영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형식적이긴 하지만 약간의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집에 가지고 가서 내가 개발한 것이라고 가족들에게 자랑할 수 있잖아요. 내가 만든 제품이 사람들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하고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릴 때 제가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1) 내 업무의 최종 결과물은 무엇인가?
사람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일을 통한 최종 결과물은 심리적 보상이 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기업들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간접적으로 생산에 참여하지만 최종 결과물을 만날 수 없다. 세분화된 큰 규모의 조직에서 주어진 업무가 너무 작아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농사가 잘 될 수 있도록 바람의 흐름과 날씨를 분석해 주는 연구원들은 꼭 필요하지만 평생 풍년의 기쁨을 느낄 수 없으며, 부품만을 생산하는 부서는 최종 완성품을 볼 수 없다.
산업혁명 이후의 과학적 경영방식의 도입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충동을 억누르고 있다. 거대한 조직을 통제하기 위해 효율적 경영기법으로 측정과 감시를 가능하도록 조직화되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분업화된 시스템에서 협소한 업무에 집중하도록 만들어 자신의 결과물이 세상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모르고 주어진 업무만 잘하면 일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받았다. 덕분에 생산량이 늘고 불량이 줄었지만 자신이 생산한 최종 생산물에 대한 즐거움은 사라졌다. 분업은 일의 성과로 발생하는 즐거움을 빼앗고 사람의 일을 기계적인 효율성 관점에서 본다.
2) 업무의 영향력(결과물)을 알게 해 준다
오늘날 기업에서 일하는 구성원들 대다수가 스스로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인식하고 있다. 2019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업 웨버샌드윅은 MZ세대, X세대, 베이비부머 세대로 나누어 자신의 업무가 세상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였다. 리더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에 MZ세대 70%, X세대 60%, 베이비부머 54%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MZ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에 더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이런 팀원들에게 본인의 일에 대한 영향력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팀원들이 지금 하는 일이 조직차원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이지, 성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특히 신입사원에게 지금 하는 일이 향후 자신의 성장을 위해, 사회, 조직이라는 큰 틀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주는지 알려주어야 하고 그 일에 대해 인정해 준다.
팀원 자신의 업무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리더는 업무를 지시할 때 먼저 전체적인 업무의 흐름(밸류 체인)을 알려준다.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업무가 어떻게 완성되는 지를 알려준다. 두 번째 구체적인 기대 결과를 알려준다. 업무를 지시할 때 그 일이 완료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도출되는지 명확히 설명한다. 또한 개개인의 업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쓰는 보고서가 나중에 어떻게 활용되어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 등을 설명해 준다. 본인이 맡은 업무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만들어가는 업무가 전사의 성과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어떻게 내 업무가 다른 팀과 협업을 통해 회사에 어떤 성과를 주는지를 알게 될 때 보다 업무에 몰입하게 된다.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수준이 아니다. 이러한 것들을 통해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와 영향력을 주는지 찾아서 공유한다. 요즘 기업들이 추구하는 ESG, 특히 환경에 대해 기업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3) 자신의 일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알려준다.
내가 하고 있는 업무 결과물이 어디에 쓰이는지?
내가 기여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내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시장에서 내가 만든 우리 회사의 상품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내가 하는 일 또는 우리 회사가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
MS는 성과를 퍼포먼스(performance)에서 임팩트(impact)라는 용어로 바꾸었다. 과거 퍼포먼스가 목표 대비 달성도를 측정했다면 임팩트를 자신의 업무가 자신뿐 아니라 조직이나 비즈니스에 미친 기여도, 그 과정에서의 협업에 초점을 둔다. 자신의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고객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지를 업무를 통해 확인하는 이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업무에 대해 고민하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또한 팀리더는 단일 과제의 분업식 업무 배분방식에서 완결성을 갖도록 프로세스 중심으로 팀 업무를 설계하고 배분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하나의 의미 있는 제품이나 프로젝트, 서비스 등의 완성될 수 있는 업무를 부여한다. 단순히 업무의 한 부분을 담당시키는 것은 일의 즐거움을 감소시킨다. 특히 신입사원은 단순 지원 업무만 하게 될 경우 배우고 싶고 성장하고자 하는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리더는 신입사원에게 자료수집, 정리 엑셀데이터 정리 등 단순한 업무만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업무라도 기획부터 생산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부여한다.
4) 목적 경험을 제공한다
일의 대한 의미 특히 목적의식은 개인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리더가 불려 넣기가 어렵고 이를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영업사원이나 판대사원을 제외하고 직원들 대부분이 자신이 만드는 제품의 최종 고객을 만나지 못한다. 자신이 하는 일은 최종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일련의 다양한 프로세스 중 하나뿐이다. 목적의식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팀원들의 자신의 업무의 영향력이나 결과를 직접 목격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왜 자신의 업무가 필요한지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도록 한다. 업무의 영향력을 말해 주는 것은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과 같다.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음식을 맛보지 않는 이상 감동이 없다. 자신의 업무가 단순히 목표달성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의 일이 남의 삶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알게 되면 내적 동기부여가 된다.
미국 의료기기 제조업체 매드트로닉은 직원에게 자신들이 만든 의료기기로 인생을 바꾼 환자들의 강연을 듣게 해 줌으로써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기계를 만든다는 것이다라는 자부심을 얻게 동기부여 한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애덤 그랜트 교수의 콜센터 직원 대상으로 자신의 일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미치는 영향 미치는 지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의욕이 고취된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실험에서 콜센터 직원에게 장학금 수혜학생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을 제공하고 한 달 동안 통화시간과 기부금 모집 실태를 점검하였다. 콜센터 직원들은 수혜 학생들과 만나기 한 달 전에 비해 두 배나 오랫동안 잠재 기부자들과 통화했으면 모집된 기부금도 두 배 이상으로 급증하였다.
또 다른 방법은 자신의 업무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눈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객 조사를 의무적으로 한다 거나 영업 현장에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우리 상품의 가치를 고객 대상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데이터는 전사에 실시간 공유하여 다른 팀에서도 업무에 활용하도록 한다. 본인의 업무가 실제 고객이 사용하는 모습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목적의식을 가지게 할 수 있다.
MS는 고객 담당 관리자들에게 현장을 직접 방문하도록 한다. 그동안 직원들을 표준화된 제품을 만들어 팔았다. 많은 회사들이 모두 같은 종류의 제품을 사용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담당 관리자는 고객의 요구를 잘 파악할 필요가 없었다. 나델라가 취임하면서 기존 비즈니스 개념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고객 특정 필요와 문제에 고객 맞춤형 해결책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에 따라 관리자들은 직접 현장에 나가 고객의 문제를 경험하고 해결책을 함께 고안한다. 어떤 직원은 경찰관과 길거리에서 한주를, 어떤 관리자는 병원에서 며칠을 함께 근무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직원들은 고객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자기 업무의 이유를 목격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즉 자기 자신의 업무가 어떤 영향력을 주는지 일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무엇을 왜 하는지에 대해 더 심도 깊고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네덜란드 라보은행은 직원들이 자기 업무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교육장에서 교육을 하는 대신에 목적경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신입 임원 교육은 단순히 교육장에서 실시하지 않는다. 회사가 왜 존재하는가를 알려주기 위해 아무런 설명 없이 새벽 버스를 타고 벌판에 내려 농부의 집으로 인도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농부들은 임원들에게 아침 식사를 대접하여 남부 농민들의 빈곤과 굶주림에 시달리며 힘들게 생존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오늘날의 농영경영의 어려움을 들으면서 라보 은행의 이런 농부를 위해서 설립되었으며 어떤 일을 했는지 설명한다. 이러한 생생한 목적 경험을 통해 자신의 업무에 중요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단순히 임원 교육을 위해 교육장에서 화면에 몇 개의 사진을 띄우고 설명할 수도 있었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회사의 목적을 이해하고 은행에 맞는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고 더 나아가 업무를 가치 있는 것으로 바라보게 하려는 의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