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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허니 Nov 03. 2021

프롤로그

어쩌다 보니 벌치기 일꾼



~ 소리가 짧게 들리고, 머리카락 사이로 무엇인가 슬금슬금 파고들고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머리 위로 손을 가져갔다. 머리카락 사이로 미세하게 느껴지던  물체는 짧고 빠르게 하지만 정확하게  정수리를 찌르고 날아가 버렸다. 순간의 고통도 잠시 쿰쿰한 냄새와 함께 퉁퉁 붓기 시작한 얼굴은 이내 호빵맨처럼 둥글둥글 탱탱해져 있었다.  그제야 벌에 쏘였음을 직감했다. 고통은 짧지만  인상은 너무도 강렬해서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 덕분에 성인이  지금도 벌의 날개 소리만 들어도 온몸에 가시 돋듯 소름이 밀려온다.

 

 

 

"두려움에 떨던 아이가 어쩌다 보니 벌치기 일꾼이 되다"

 

여러분은 벌에 쏘여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어렸을  아버지께서 소일거리로 양봉을 짬짬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성장해온 터라 벌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었습니다. 꼬물꼬물  놈들(?) 꽃을 찾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습과  짧은 다리에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힘겹게 날아오는 모습도 어찌나 기특하고 대견한지세상을 조금 알게  지금에서야 비로소 깨달은 벌들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헌신이란 표현을 쓰긴 했지만  입장에선 약탈당한 기분이겠죠?


하지만 저는 아직도 벌침에 대한 두려움이 생생합니다.  따끔거림의 순간은 짧지만 고통은 강렬해서 잊을 수가 없더군요.  고통을 아는 사람들은 날아다니는 벌만 보면 벌벌 떨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혹은 앞뒤 사정  보고 무작정 내달리기 시작하겠죠? 그러다 가쁜 숨을 내쉬면서 안도하는 순간 따끔


지금도 벌들과 함께하면서 종종 쏘이면서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어쩌다 보니 양봉업을 8년째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인분들은 “아니 기업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무슨 벌을 키워?”라며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자연을 생각하는 친환경 기업! 그런 기업을 만드는 것이 쏠허니의 작은 소망입니다.

 

 

 

"인간이라서 미안해"

 

하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해가면서 벌들에게는 치명적인 생존의 문제들도 속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벌들의 삶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환경적 요인이 너무 빠르게 나타나고 있으니 말이죠. 매년 숲은 사라져 가고 이상고온현상은 꽃잎이 피기도 전에 꽃이 시들어 버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한창  피우기 좋은 계절인 5월과 7 사이 기록적인 폭우들로 꽃은 떨어지고 벌들은 병충해로 많은 목숨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오랫동안 우리들과 함께해온 토종벌들은 ‘낭충봉아부패병탓에 2008  발생 이후 2010 90% 이상 집단 폐사하는 사건도 일어났었습니다.


 We found that after the 1990s, the number of collected bee   species declines steeply such that approximately 25% fewer species were   reported between 2006 and 2015 than before the 1990s. Although these trends   must be interpreted cautiously given the heterogeneous nature of the dataset   and potential biases in data collection and reporting, results suggest the   need for swift actions to avoid further pollinator decline.
* 자료출처 : One Earth - Worldwide occurrence records suggest a global decline in bee species richness

 


더욱이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 1990년부터 2015년까지 과학자들의 자료를 수집, 분석한 결과 2006년부터 2015 사이 확인된 벌의 종은 1990년대보다 25%가량 감소되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물론 모두 멸종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확실한  야생벌들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을 인간이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고작 4년 더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은 누가  말일까요?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바로 "아인슈타인이요!!"라며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환경오염이 심각하던 1994 사라져 가는 꿀벌을 지키기 위해 시위 하던 프랑스 양봉업자들이 피켓과 소책자에 적은 문구  하나라는 설이 있습니다. 아마도 대중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상기시키기 위해 유명한 학자의 이름을 빌려한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지 가설일 . 정말로 아인슈타인이  말을 했는 지도 사실 확인이 어렵다 합니다. 제가 찾아본 문언에선 노벨문상 수상자인 '모리스 마테를링크(Maeterlinck, Maurice)' 저서 'The Life of the Bee'에서 아래와 같은 문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If the bee disappeared off the face of the earth, man would only have four years left to live." (만약 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사람이 살 수 있는 시간이 4년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제 개인적인 생각에 '아인슈타인'보단 '마테를링크'가 더 유력해 보입니다. 어찌 됐든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발생할  있는 문제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심각하게 다뤄졌으며, 많은 연구결과들이 속속 세상 밖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꿀벌이 사라진다면 한 해 142만 명의 사람이 사망할 것"

 

만약 벌들이 지구 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1. 2015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팀은 영국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꿀벌이 사라진다면   142 명의 사람이 사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과일 생산량의 22.9%, 채소 생산량의 16.3% 감소하고, 견과류 생산량 역시 22.9% 감소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과일, 채소, 견과류의 생산량 저하는 사료를 먹여 키우는 가축들의 수도 감소시키기 때문에 세계적인 식량난과 영양부족 현상을 불러일으킬  있다고 합니다.


2.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따르면 세계 식량의 90% 차지하는 100 농작물  70% 꿀벌의 수분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꿀벌이 식량 재배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가 무려 373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세계적으로 벌들의 *군집붕괴현상 오늘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도 지속될 문제입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2035 후엔 꿀벌이 완전히 멸종될지도 모른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나라들은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신경자극성 살충제 ‘네오니코티노이드 일종인 ‘티아클로프리드 EU시장에서 전면 금지한다고 하였습니다.   다양한 농약  화학물질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법으로 제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병충해에 내성이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양봉농가에 보급을 하고 있습니다.

* 봉군붕괴증후군(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은 세계적으로 벌집에서 일벌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공생의 방법을 찾기 위한 작은 노력"

 

저도  인간으로서 벌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고 조금은 헌신하는 마음으로 벌들과 함께할  있는 공생의 방법을 찾기 위해 작은 노력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첫걸음으로 벌들과 관련된 지식을 정리하면서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고 많이 알리는  목적입니다.  번째는 직접 양봉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해악을 담아보겠습니다.  번째는 벌들의 생존을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일들을 찾아보겠습니다.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함께 천천히 노력한다면 언젠가 세상도 바뀌고 벌들과 오래오래 어울려   있지 않을까요? 우리들의 작은 실천이 살아  쉬는 많은 생명체들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음을 알고 조금만  노력해 봅시다. 그리고 제가 모든 정답을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좋을  같습니다. 정답을 알고 계신 분들의 따듯한 충고는 언제든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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